저는 보통의 맥락에서는 "concept"는 "개념", "conception"은 "[개념]구상"으로 번역하는 편입니다. "conceive"가 "~를 구상하다" 정도의 뜻인 것을 감안하면, 통상적으로는 "구상"이 그런대로 들어맞는 편인 것 같아요. 특히 롤스의 경우처럼 두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구상" 앞에 "개념"을 넣어서 "concept of justice"는 "정의의 개념", "conception of justice"는 "정의의[에 대한] 개념구상" 정도로 번역하면 어떨까 싶네요.
'개념(concept)'이 심리철학 등에서 전문적인 개념이자(!) 제재로 다루어지는 것과 달리, 'conception'은 전문용어라기보다는 그냥 서술의 편의를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은 (이를테면 흔히 'view', 'perspective'와 혼용되는) 일상적 용어에 가까운 경우가 많으므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관', '구상' 등으로 적절히 번역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부 때 들은 한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영문 해석하실 때 'concept'는 '개념'으로, 'conception'은 '(개념에 대한)해석'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전 그 이후로 그렇게 사용하고 있긴 한데 'conception'이 번역하기 어려운 감이 있네요.
‘개념’과 ‘이해’로 구분합니다. 말만 놓고 보면 understanding과 혼동될 수는 있지만, 맥락상 둘이 혼동되는 일은 없고, 있더라도 understanding과 conception이 교환 가능한 상황이더라고요. 혼동을 막기 위해 ‘개념적 이해’같은 역어를 제안할 수도 있겠지만, understanding이란 이미 개념적이니 그런 역어는 불필요한 듯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