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칸, <현대 언어철학>(3판, 국역본), 2부 의미 이론 5장 전통적 의미이론

2부 의미 이론
5장 전통적 의미 이론

(1) 개요(에 대한 자유로운 요약)

의미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의미'와 연관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 어떠한 발음의 조합은 의미를 가지지만, 어떠한 조합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 차이는 어디에 기반하는가?
(b) 우리는 구별되는 두 표현이 "의미가 같은" 동의어라 한다.
(c) 우리는 때로 하나의 표현이 애매하며 "여러 의미를 가지는" 다의어라 한다.
(d) 때로는 어떠한 표현이 가진 의미는 다른 의미들을 포함한다. 예컨대 '암사슴'이라는 표현은 '암컷'과 '사슴'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e) 우리는 때로 '사실에 대한 논쟁'과 구분되는 '말에 관한 논쟁'에 휩싸이곤 한다. 같은 현상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쟁하는 것이다. (예컨대, "저 색은 푸른 색인가 초록 색인가?")

의미 현상을 설명하는 전통적 의미 이론이란 '의미 지칭 이론'을 가리키며, 이는 오늘날 대체로 거짓으로 여겨진다. '의미 지칭 이론'은 언어 표현이 드러내는 '의미 (사실)'이란 '하나의 독립적인 사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기는 이론이다.

(2) 관념 이론 (Ideational Theory)([]는 요약자의 자유로운 보론)

관념 이론은 이 '독립적인 사물'이 '정신에 깃든 항목(mental item)'이라 주장한다. 즉 의미란 언어 표현이 '정신에 깃든 항목'을 지칭해서 생기는 것이다. (즉, 어떠한 표현이 유의미한 것은 이 지칭 관계가 제대로 성립한 것이며, 다의어는 한 표현이 두 항목을 가리키는 셈이다. 동의어는 다른 두 표현이 한 항목을 가리키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의) 관념 이론은 이 '항목'이 특정 시간/특정 사람에게 깃든 실제 상태라 해석한다.

(2-1/2) 반론 1&2
"관념이란 어떠한 형태의 정신적 항목인가? 하나의 영상인가?"

혹자는 영상(image)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상은 대체로 '의미'보다 개별적이다. (우리가 어떠한 '개'의 영상을 떠올릴 때, 이는 특정한 생김새를 가진 개를 떠올리는 것이지 어떠한 추상적인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영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예컨대, is나 and 등의 단어는 어떠한 영상을 가리키는가? [혹은 '각이 네 개인 삼각형' 등의 단어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들 표현을 우리가 '유의미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지만, 특정한 영상을 가진다 보긴 어렵다.

(2-3) 반론 3
의미는 공적이고 상호주관적이다. 예를 들어, 영어 화자가 한 영어 낱말을 이해 못하더라도, 그 단어에 '의미'가 없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의 '영상'/'관념'은 그러지 못한다. 내가 이해/파악하지 못한 관념/영상은 누구도 파악할 수 없다.]

(2-4) 반론 4
우리는 지구상에 실제로 누군가가 가진다고 보기 어려운, 그렇지만 완벽하게 유의미한 어마어마하게 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유의미'하지만 인간의 관념 속에는 (아직) 없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의 생산성은 인간이 가진 관념이 사실상 '무한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이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강한 가정이다.]

이러한 반론에 직면해서, 지칭 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사물이 단순히 '마음'에 깃든 관념이 아닌 보다 추상적인 무언가, 즉 명제(proposition)이라 불렀다.

(3) 명제 이론

명제는 (관념과 동일하게) 어떠한 자연 언어에게도 얽혀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연]언어-독립적'이다. 한편, (관념과는 반대로) 인간/인지자의 정신과 독립된 '인간-독립적'이다.

명제는 굉장히 논쟁적인 것이다. (명제 이론을 처음에 주창한 러셀/무어/프레게, 셋은 모두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는다.)
명제는 의미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문자열S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것이 명제 P를 지칭/'표현'하기 때문이다. 한편 문자열 G가 의미가 없는 것은, 이것이 표현하는 명제가 없기 때문이다. 동의어는 S1/S2가 같은 명제 P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의어는 단일 표현 S가 명제 P1/P2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명제는 (관념에 비해 훨씬 나아간)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i) 명제는 어떠한 마음 상태의 대상이다. [적어도 우리는 우리의 심리 상태를 (자연 언어를 통해) 명제로 드러낼 수 있다. 예컨대, '나는 아시아 주식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 믿는다.'
(ii) 명제는 참/거짓으로 구분될 수 있다.
(iii)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는) 명제가 내부 구조를 가진다 여긴다. '눈(snow)'는 유의미한 표현이지만, 명제가 아니다. 명제보다 추상적인 개념(concept)이다. 이러한 개념이 모여 명제를 이룬다.

(관념 이론에 제기된 반박에 대한) 재반박

(2-1/2-A) 명제는 정신적 항목이 아니라 마음-독립적인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명제를 통해 기존 '관념'이 하던 역할을 설명할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2-3-A) 명제는 마음 독립적이므로, 공적이고 상호 주관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2-4-A) 명제는 '가능한 관념들도' 모두 포괄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명제 이론에 대한 반박

(3-1/2) 명제라는 (검증하기 어려운) 새로운 '추상체'를 도입하고, 우리의 언어 표현이 이 명제를 '파악함'으로 가능하다 설명하는 것은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는 가정 아닌가?'
(3-1/2-A) 명제가 충분한 설명력을 가진다면, 이걸 안 도입할 이유도 이유도 없지 않는가?

(3-3) 명제는 결국 '의미 현상'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기존에 우리가 '의미'라 부르던 것을 '명제'로 바꾸었을 뿐, 우리는 의미에 대해 아는 바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3-3-A) 그래도 명제 이론이 조금은 더 나은 설명을 하지 않았는가? 아무것도 못한 것은 아니다.

(3-4) 의미란 인간 그리고 인간 사회와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한다. 우리는 '어떠한 의미'를 믿기에 특정한 행동을 하고, 이는 곧 이 세계에 영향을 준다. 즉, 인과적 힘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 명제라는 추상체가 어떻게 인과적 힘을 가지고 인간/인간 사회와 상호작용하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불필요한 가정물 아닌가?)
(3-4-A) 명제가 인간 행동을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설명되어야할 것은 '인간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1차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것은 '의미 현상'이고 명제는 이 의미 현상을 이해하도록 돕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반론은 결국 명제 이론을 넘어서, 다른 의미 이론인 '사용' 이론으로 넘어가는 구실을 한다.

[개인적인 코멘트 ; 라이칸은 명제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듯 합니다. 사실 저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고요. 명제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적인 차원에서의 쓸모는 어느정도 있다고 하지만, 이를 '추상체'라는 독립적인 형이상학적 카테고리로 격상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과감한 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 요약은 2부 6장 사용 이론이 아니라, SEP의 '명제' 파트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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