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셀라스, 『경험론과 심리철학』 - 11. 사유: 고전적 관점

XI. 사유: 고전적 관점

46. 최근의 경험론자들은 사유, 생각에 관해 두 가지 방향의 접근 방식을 발전시켰다. 그 첫 번째는 사유가 외적·내적인 언어적 삽화라는 접근이다. 그러나 사유가 의식의 언어적 삽화라는 설명은 불충분하다. 언어적으로 분절화되지 않은 형태로도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발상을 추상적이고 모호한 형태로 떠올린 후 그것을 나중에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지만, 후자처럼 언어적으로 명료한 것만 생각이라고 하고 전자의 모호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언어적·비언어적 사유를 모두 포괄하지만, 사유의 삽화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고 사유를 일련의 지적인 행동들(intelligent behaviors)로 간주한다. 그런데 이 접근은 무엇이 지적인 행동인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적인 행동은 눈을 깜빡이는 등의 기계적 행동이나 버릇에 따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습관적 행동과는 다른 무엇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사유에 대한 행동주의적 정의는 그야말로 순환에 빠지게 된다.

47. 고전적 관점은 외적인 발화행위도 아니고 내적인 언어의 상도 아닌 사유가 있으며, 내적·외적 발화는 사유라는 비언어적 삽화의 표현이기 때문에 의미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이 삽화는 내성(introspection)을 통해 바로 알려질 수 있다. 그런데 이 관점은 V장과 VI장에서 지적했듯 사유와 감각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동하고 있었다. 사유가 비언어적 의식 삽화라면 곧 사유도 직접 경험이라는 그릇된 전제는 고전적 관점과 최근의 경험론자들 사이에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었다. 한편 개념적 혼란을 제거한다면 다음과 같은 입장에 다다른다. 우리 각자가 특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적인 삽화가 있지만, 내적 삽화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직접 경험이 아니고, 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불변하거나 오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 삽화들은 (언어적으로 명시화될 수 있지만) 표현될 필요 없이 우리 마음에 존재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사유에 대한 자신의 특권적 접근을 어떤 오류 불가능한 지각적 경험처럼 간주하는 것은 소여의 신화이다.

셀라스는 사유에 대한 최근의 경험론적 접근에 반대하여, 사유에 대한 수정된 (소여의 신화로부터 구제된) 고전적 관점을 옹호하며, 비슷한 견지에서 직접 경험에 대한 설명도 제공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관점은 다름이 아니라 “사유가 언어적 삽화라는 관점의 변형된 형태”(Sellars, 1997: 90, 원저자 강조)로 밝혀진다.

4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