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vs 프랑스어

중학생입니다.
외국어 고등학교(외고) 진학을 고려 중이며, 대학에서는 철학(혹은 문학)을 전공하고 싶습니다.

-외고는 전공어를 선택하여 3년간 매주 7시간씩 배우며,
영어는 기본적으로 독해가 원만한 수준으로 교육받습니다-

철학을( 우선 문학은 고려하지 않고 ) 공부하는데는
독일어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프랑스어?

물론 학자신분으로 연구를 한다면 연구할 '그 학자'가 쓰는 언어를 공부해야함이 당연하겠지만, 아직은 정확히 누구를 혹은 어떤 사조를 공부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안다고 하는 편이 우습겠지요...)

철학공부 전반에 있어 더욱 유리한 언어가 있다면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열이 없다면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네요.(문학이 풍부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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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떤 것에 우위를 둘지 잘 모르겠네요. 둘 다 철학 언어로써는 아주 좋거든요 (제 생각엔 서양철학 언어 투탑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전 프랑스어를 추천할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가 독일어보다 범용성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독일어는 독일철학하고 현상학 정도만 생각나는데, 프랑스어는 초기 근대 철학 (데카르트, 스피노자), 현상학, 프랑스철학 등 생각이 많이 나네요. 심지어 독일철학에 중요한 저서도 프랑스어로 가끔 써있는 것도 있더라고요. 특히 @Student 님처럼 뭘 하실지 모른다면, 조금 더 범용성있는 곳으로 프랑스어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고려못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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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부가 오래 지속될 테니 (심지어 아마 원하지 않더라도) 그만큼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외고가 외국어를 얼마나 가르치는지 몰라서 단편적으로 보니, 중국어 기준 외고 2학년 정도에 HSK 5급 정도이고, 3학년은 수능 대비 교재를 사용한다는 것 같네요. "국내에 있던" 동년배 중에서는 잘 하는 편, 일부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년배보다 잘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정도까지 배우는 거라면 확실히 선택이 중요하겠네요.

저 같은 경우 역시 @yhk9297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영어는 충분히 교육받는다면, (문학을 제하고 철학에 국한하셨는데, 국한하든 하지 않든) 프랑스어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것 외의 전공으로 대학원을 갈 리가 없다" 하는 게 있었기에 독학할 언어를 쉽게 정했지만, 그것은 고등학생 때 일입니다 (중학생 때 저는 게임하느라 바빴죠). 일찍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나아가시는 모습이 멋지네요. 지치지 않는 선에서 꾸준하게 열심히 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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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요. 저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유럽철학 기준으로 항상 메인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던 건 독일 전통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칸트, 칸트 이후 독일 관념론, 독일 관념론 이후 맑스를 시작으로하는 사회철학, 후설 이후의 현상학과 해석학.

대표적인 프랑스철학인 베르그송이나 들뢰즈도 결국 칸트 공부(혹은 니체)를 베이스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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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을텐데....음.

철학 공부만을 따진다면, 저도 독어가 낫다 생각합니다. 프랑스에 근대 철학자들이 유명한 사람들이 많지만, 의외로 그 분들은 라틴어로 저술한 경우가 많아서 (....)
한편 독일 철학자들은 칸트 이후부터는 뭐....프랑스보다 많기도 하고 전부 독어 저술이기도 하고 그렇죠.

하지만 다른 여러 분들이 말하셨듯, 언어 공부의 목적이 곧 철학 공부라면, 철학의 흥미가 떨어질 경우 언어 공부의 동기가 사라지는....그런 현상을 겪으실 수 있는만큼, 수적으로 더 많은 공부 목적을 가지는 언어를 선택하는게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범용성이 높은 불어가 나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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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사람마다 경험이 다른 것 같아요. 전 헤겔 전공인데도 독일어를 못해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은 거의 안 들었거든요. 요즘에서야 읽고 싶은 미번역 저작이 하나 있어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마저도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 아직 영미권 손이 안 닿아서 그런 거거든요. 만일 이 주제를 고르지 않았다면 아직도 독일어로 손해보는 느낌은 안 들었을 것 같아요.

반면 초기근대철학은 헤겔보다 시간을 훨씬 덜 썼는데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를 못해서 손해를 많이 봤네요. 스피노자 교수님도 제게 불어부터 해야된다, 불어를 못해서 못 읽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심지어 제가 라틴어를 발전시킬 생각이다라고 말할 때, 불어가 우선이라고까지 하시더군요. 반면 헤겔은 스피노자보다 훨씬 많이 했는데도 독일어 해야된다란 말을 거의 못 들었어요. 그냥 "하면 좋지~" 라는 느낌이었네요. 물론 그냥 두 교수님 성향이 달라서 그런 거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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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현대 프랑스철학‘이라는 분야의 위상이 다소 애매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에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오신 한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우리가 ‘현대 프랑스철학‘이라고 알고 있는 분야를 거의 공부하지 않는다더라고요. 데리다, 라캉, 보드리야르, 들뢰즈, 바디우는 파리 제8대학 같은 실험적인 학교에서나 가르칠 뿐, 프랑스의 철학과에서는 결코 주류가 아니라고 하시면서요.

실제로, 이 인물들은 미국 비교문학과를 통해서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에, ‘철학과‘에서는 입지가 아주 굳건하지는 않습니다. 문학과와 철학과에 걸쳐 있는 인물들이고, 철학과에서는 ‘현대 프랑스철학‘ 자체를 가르치지 않는 경우도 많죠. (프랑스 유학파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프랑스 철학과에서조차 저 인물들을 인용하면 종종 혼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디서 근본 없는 텍스트를 철학과에서 인용하냐는 거죠;;)

반면, 칸트, 헤겔, 후설, 하이데거 등 독일철학자들의 입지는 철학과에서 굉장히 확고한 편입니다. 대륙철학을 싫어하는 분들조차 독일 관념론이나 독일 현상학 전통이 철학과에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거의 없죠. (다시 프랑스 유학파 선생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프랑스 철학과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인물들은 데카르트, 후설, 하이데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느 언어든 잘 해두면 철학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되긴 하지만, 철학과 내에서 독일철학과 프랑스철학의 위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을 거예요. 물론, 단순히 이 이유만으로 프랑스어보다 독일어가 철학에 더 도움이 된다거나,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것이 철학에서 별로 의미가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프랑스철학‘이라는 분야가 지닌 특수성을 기억해 두시는 게 공부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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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목적 의식, 그리고 교육 환경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짧은 시간차로 두 언어 모두 하시게 될 것이라 지금 당장 무엇을 먼저 하는 게 좋은지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 본인이 더 하고 싶은 언어를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어가 더 범용성이 좋으니 프랑스어를 먼저 해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또,, 철학 공부를 위해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두 언어 모두 살아있는 언어니까 살아있는 언어로서 '먼저' 접근하시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철학 공부만을 위한 언어 공부라는 건 죽은 언어, 곧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 공부에만 해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위 일차서적을 읽기 위한 외국어 공부는 시간 부족한데 반드시 해야만 하는, 예컨대 보통 대학원에 들어와서 해당 언어를 읽어내거나 써야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구요. 그런 접근으로 얻는 언어 능력은 제한적입니다. 당장에 금방 읽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겠지만, 깊어지지도 않고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실력이 느는 속도도 점점 정체됩니다.

또 불어와 독어로 된 일차서적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연구자에게 유의미한 것은 여전히 불어권과 독어권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이차서적과 논문들이 많이 출판된다는 것입니다. 현대 불어와 현대 독어를 익혀야 할 이유구요. 그러기 위해서 더욱 살아있는 언어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이차서적의 경우 영어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영어만 잘해도 됩니다만, 그래도 불어 독어 해놓으면 볼 수 있게 되는 정말 훌륭한 연구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자면, 제 경험상 제대로 된 서양 철학 연구자들은 대개 저 다섯 언어를 다 합니다. 물론 수준 차이는 있지만. 영미분석철학의 거두들 중에도 고전어 하는 사람 많구요. 불어나 독어는 (교양으로라도) 하는 사람이 더욱 더 많습니다.

언어 공부 어려워 보여도 어떤 언어든 막상 해보면, 어느 정도 시간만 투입되어도 기본 틀은 머리 속에 정착되는 것 같아요. 흥미를 잃지 않는 것,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질문자분은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 즐기면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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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완전히 동의합니다. 원전을 읽을 때 원전의 언어를 쓰면서 읽으면 도움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웬만한 원전들은 이미 영역본은 거의 다 있기 때문에 아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또, 번역본이 있다면, 독어/불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원전을 띄엄띄엄 읽을 수 있지요. 저 같은 경우도 디폴트는 영어로 잡고, 애매한 표현이 있는 것 같으면 그때 독어본이나 라틴어본으로 넘어가서 확인을 하는 편입니다.

반면 2차자료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번역이 안 된 2차자료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 경우에는 맨 땅의 헤딩식으로 원전을 읽어낼 수 있어야하는데, 이때 필요한 언어 능력은 꽤나 높습니다. 영역본을 읽다가 독어본에서 체크하는 정도가 요구하는 실력보다 훨씬 더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영역본을 보다가 독어로 넘어가거나, 이미 영어로 충분히 읽은 챕터를 독어로 읽는다거나 하는 건 가능하지만, 처음 보는 독어 글을 바로 읽어내는 건 훨씬 어렵더군요.

그래서 어떤 언어가 중요한지는 단순히 원전의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기보다는 연구서들의 언어, 번역 여부 등에 따라 달려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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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입니다.

저 역시 철학에 관심이 많아 독일어를 선택할 때도 그 부분을 고려했는데요, 막상 입학해 공부를 해 보니 내신을 위한 단순 텍스트 암기가 주가 되어 실질적인 언어 구사/독해 능력을 높은 수준으로 쌓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이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고 제가 재학 중인 학교의 특성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교과서는 대부분 동일한데, 당연한 말이지만 전공어 선생님에 따라 과목 커리큘럼이 크게 달라집니다. 학교차가 꽤 큽니다). 제 생각으로는, 기초적인 문법과 언어의 구조를 알고 간단한 텍스트를 한눈에 보아 대강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 도움이 되겠지만, 대학 진학 후 공부하기 시작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그에 비해 크게 유리할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철학이라는 요소까지는 고려할 것 없이 당장의 작성자님의 흥미에 따라 언어를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성자님의 질문 의도에서 많이 엇나간 듯하지만 사견으로 달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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