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분석 형이상학 입문으로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형이상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걱정이라면 일단 이 책부터 읽어봐라, 라고 형이상학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저는 van Inwagen은 들어봤지만 이 책은 처음 들어봐서 이 사이트에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분석 형이상학 교재로 제 픽은 Alyssa Ney와 Jonathan Tallant의 두 교재인데, 이 책들은 학부 저학년이나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인 듯합니다.
반 인와겐은 글을 잘 쓰는 학자죠. 저는 Metaphysics라는 책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지만, 수업에서 반 인와겐의 다른 몇몇 논문들은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물 흐르듯이 편하게 글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체계가 잘 갖춰져 있더라고요. 또 분석 형이상학에서도 대단히 권위 있는 학자이고, 기독교 철학자로 종교철학에서까지 유명한 학자라, 언젠가 저도 좀 공부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저도 반 인와겐의 Material Beings를 이번 여름에 읽어볼까 생각 중이긴 합니다. 뭔가 사람/생명 (정확히 뭔지는 기억 안 납니다. 아마 의식하는 존재였던 거 같기도 하고...) 빼고는 존재하는 것이 없다, 뭐 이 노트북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걸 주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자체로 흥미롭기도 하고, 헤겔과의 연관성도 은근 찾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헤겔 논리학 관련 엑스포제 가지고 머리를 쥐어뜯던 중 헤겔 형이상학 바깥으로 좀 나가보기 위해 이 책을 좀 구해서 읽으려고 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어제 "철학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왜 현대철학을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는데, 여기다가 한 번 적어볼게요. 물론 @TheNewHegel 님이 아시겠지만 이런 거 생각해보고 안 적어놓으면 괜히 아까워서요 ㅋㅋ
한 철학자의 A=D라는 주장을 재구성한다고 해봅시다. 그 경우에는 아마 A=B, B=C, C=D와 같은 전제들을 정당화하면서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이때 문제는 어떤 전제에 무게를 둬야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A=B가 당연하고 B=C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A=B가 중요하고 B=C가 당연할 수도 있지요. 그렇게 되면 글을 쓸 때 A=B와 B=C 중에 어떤 것에 무게를 둘 것인지, 아니면 둘 다에 무게를 둘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둘 중 하나만 무게를 두자니, 어떤 것에 무게를 둘 지 모르겠고, 다 무게를 두자니 글의 흐름도 깨지거니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전제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지요.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철학을 공부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철학을 공부하면 현대의 관점으로 봤을 때 어떤 전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전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또 어떤 반박들이 있어왔는지를 알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A=B, B=C와 같은 전제 중 어떤 전제에 무게를 둘 지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독자가 어떤 전제에 어떤 반박을 할 지 얼추 알게 되면 어떤 전제에 초점을 맞출지가 명확해지니깐요.그렇게 되면 읽는 사람도 글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게 되고, 저는 그것이 매끄러운 글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기 때문에 철학사를 공부하는 사람도 현대철학을 공부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