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tv를 아시는지요?

유튜브를 떠돌아 다니다 알게 된 채널인데
1차 자료 강독, 여러 학자들을 설명 해석하고
종종 예술분야 정치분야 평론하는 분인데 이 채널을 보신 분들은 입문용으로 이 채널을 추천하는지요?

참고로 이 채널 주인 분은 니체와 하이데거 전공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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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입니다. 유튜브 영상 보다는 영미권 교과서의 번역본들로 입문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어철학에 관한 라이칸, 맥긴, 이병덕의 교과서나 심리철학에 관한 써얼, 김재권의 교과서, 인식론에 관한 이병덕의 교과서, 형이상학에 관한 마이클 루의 책 등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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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난감한 질문을 주셨네요. 예도TV 운영자분도 얼굴을 공개한 채 활동하시는 분이시고, 저도 실명과 소속이 다 알려져 있는 사람이라, 그분에 대해서 뭐라 말하기가 솔직히 좀 꺼려집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꽤 흐른 일이고, 제가 딱히 고상한 사람도 아니고, 그분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을 거칠게 하시는 분이시니 이야기자면, 저는 그분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7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한창 앤서니 티슬턴이라는 성서 해석학자의 『두 지평』이라는 책이 재출간되면서 기독교 신학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티슬턴은 영국의 권위 있는 신학자이고, 특별히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했던 『두 지평』은 하이데거, 불트만, 비트겐슈타인, 가다머의 해석학을 비교한 뛰어난 연구로 오래 전부터 유명했거든요.

그런데 이 당시에 (그때는 유튜브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예도TV 운영자분이 티슬턴을 삼류학자 취급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신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대략, "티슬턴은 가다머를 완전히 엉터리로 읽는 사람인데, 왜 한국에서는 추켜세우는지 모르겠다."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다머는 '지평융합'을 강조하였는데, 티슬턴은 '두 지평'이라는 용어로 마치 지평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저도 주변 신학생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분 게시물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댓글도 달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평융합'을 강조하시는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티슬턴의 입장이 P 선생님의 주장과 딱히 충돌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P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티슬턴은 지평을 엄격하게 분리시키지도 않고, 말씀하신 '지평융합' 개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도로요. 저는 2016년에 새물결플러스 출판사를 통해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이라는 책을 교재로 티슬턴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당시 페북에서 신학생들 사이에 이루어진 '티슬턴 논쟁'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댓글을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이 제 댓글에 대한 다소 인신공격적인 게시물을 잠깐동안 페이스북에 올리시더니 삭제하더라고요. (아마 제가 무지성 티슬턴 빠돌이 신학생인 줄 아셨던 것 같습니다.) 티슬턴에 대한 비난조의 게시물도 내려버리시고요. 그 뒤로는 그분 페이스북에서 예전 티슬턴 게시물과 제 댓글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 또 다시 '두 지평'이라는 표현을 비난하는 글을 하나 쓰셨던데, 여기에서는 티슬턴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네요.

뭐, 저야 티슬턴과 별로 관련 없는 사람이니 티슬턴을 삼류학자로 보는 입장에 대해 개의치 않습니다. 그냥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P 선생님은 다소 마음이 아프신 분이신가 보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유럽철학을 공부하시는 분들 중에는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많다는 제 평소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경험적 사례의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분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전부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종종 자의식이 강하신 분들 중에서는 다른 연구들을 찾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해석과 자신의 견해만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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