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라벤스크로프트, 『심리철학-초보자 안내서』 4장 "기능주의" 문제풀이

(1) 기능주의를 서술하시오

기능주의란 심적 상태가 특유한 인과적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야구공이 얼굴에 날아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즉각적으로 야구공을 눈으로 지각하고, 그 야구공의 이미지와 공이 날아올 때 이러저러해야한다는 신념들을 연결짓고, 그 다음에 그 심적 상태들에 의해 결정된 일련의 기능적 행위(이 예시에서는 고개를 숙여서 피한다던가 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다.

(2) 여러분이 보기에 기능주의가 심적 상태의 여섯 가지 특징 가운데 어떤 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가?

먼저 기능주의는 “심적 상태가 세계의 상태에 의해 일어난다“, ”어떤 심적 상태는 행위를 일으킨다“, ”어떤 심적 상태는 다른 심적 상태를 일으킨다“, ”어떤 심적 상태는 특정 뇌 상태와 체계적으로 연관돼있다“이 네 가지에 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줄 수 있다. 그리고 ”심적 상태는 세계 속 사물을 표상한다“는 주장의 경우 추가적인 논증을 통해 만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떤 심적 상태는 의식적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명하기 어려워보인다.

(3) 이행성 논증의 윤곽을 서술하고, 다음을 논의하시오. 어떻게 기능주의가 동일론, 제한된 동일론, 개별자 동일론과 양립 가능한지 각각 보이시오.

이행성 논증이란 다음과 같다.

(a) 어떤 심적 상태 M은 특정한 인과적 역할 R을 감당한다.
(b) 특정한 인과적 역할 R은 두뇌 상태 B와 동일하다.
© 따라서 심적 상태 M과 두뇌 상태 B는 동일하다.

이 논증을 그대로 수용하면 기능주의는 유형 동일론과 양립가능하다. 그러나 앞서 우리는 유형 동일론이 복수 실현의 문제를 해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제한된 유형 동일론을 제시할 수 있다. 제시된 논증에서 전제 (2)를 “인간 내에서, 특정한 인과적 역할 R은 두뇌 상태 B와 동일하다”라는 식으로 제한된 유형 내에서만 이 논증이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에 대해서도 부담을 지는게 어려울 경우, 개별자 동일론과 양립시킬 수도 있다. 전제 (2)를 “철수에게 있어, 특정한 인과적 역할 R은 두뇌 상태 B와 동일하다”라고 주장하면 개별자 동일론을 지지하는 논증이 된다.

(4) 중국 두뇌 사고실험을 서술하시오. 이는 기능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인가?

중국 두뇌 사고실험이란, 중국인 전부에게 각각 뇌의 기능과 같은 식으로 특정한 입력값을 받으면 그에 따라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모두 이 실험에 참여한다면, 중국인 집단 전체는 하나의 두뇌가 되고, 그렇다면 개별 중국인들의 두뇌와 정신, 전체 중국인 집단이라는 또다른 두뇌와 정신이 존재하여 기능적 역할에 해당하는 심적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위해 고안된 사고실험이다.

그러나 이 사고실험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실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능주의의 난점은 “의식을 해명하지 못한다는 것”과 “이 중국인 두뇌는 실제 두뇌와 다르다”라는 문제다. 그런데 의식의 경우 굳이 이 사고실험이 아니더라도 기능주의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문제다. 중국인 두뇌 사고실험이 기능주의에 새로운 도전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실제 두뇌와 다르다는 문제의 경우, 오히려 이 사고실험을 주장하는 쪽이 중국인 두뇌와 일반적인 개별 사람들의 두뇌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논증하는 것이 먼저다. 이 논증이 선행하지 않는다면 이 사고실험은 일종의 쇼비니즘에 빠진 독단에 불과할 따름이다.

(5) 벽돌 머리 예를 서술하시오. 이는 기능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인가?

벽돌 머리란 로봇에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목록을 제시하고 또한 그 목록에 대한 행동 양식을 입력하는 것이다. 이 경우 로봇은 입력-연결-출력이라는 두뇌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로봇은 심적 상태를 가진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로봇은 심적 상태를 가지지 않으므로 기능주의는 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큰 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로봇이 심적 상태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이 예시는 직관, 상식에 호소하고 있다. 설사 이 예시가 로봇이 심적 상태를 가지냐 가지지 않느냐에 대해 정확히 주장하는 것이 아닌 기능주의가 이 문제에 대해 답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해도 기능주의에 타격을 입히지는 못한다. 기능주의는 어떤 사태를 인식한 두뇌는 그 이미지를 다양한 신념체계와 그에 대한 행동 양식으로 연결한다. 가령 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식한 철수는 지금 이곳이 건물인지 숲인지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소화기를 뿌릴지 근처 계곡으로 이동할지를 결정하고, 그런 신념과 행위의 연쇄가 일어나는 것을 심적 상태의 기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벽돌 머리에서는 그런 연쇄가 일어나지 않고 그냥 입력값-출력값을 연결짓는 일만 하므로, 벽돌 머리는 심적 상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기능주의자들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예시도 기능주의에 관한 심대한 타격을 준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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