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대륙철학 공부법

최근 분석철학에 깊은 흥미를 느껴 관련 텍스트들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학부생(철학 전공은 아닙니다.)입니다.

분석철학의 여러 논의를 따라가다 보니, 현대 철학의 거대한 한 축인 대륙철학 분야(특히 현상학, 실존주의, 그리고 철학적 해석학 등)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과 마인드셋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현대 철학 전반의 맥락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 진영 간의 대화나 상호 영향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대륙철학 공부가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대륙철학 공부를 시작해 보려 마음먹었으나, 분석철학과는 사유의 출발점이나 용어법이 많이 달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부 전공자 수준에서 현상학, 실존주의, 철학적 해석학의 핵심적인 흐름과 도구를 익힐 수 있는 입문서나 개설서, 혹은 추천해주실 만한 공부 방법이 있다면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분석철학 공부를 위해 읽고 있는(혹은 읽을 예정인)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륙철학 분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책으로 추천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어철학: 현대 언어철학(윌리엄 라이컨)
형이상학: 형이상학 강의(마이클 루)
인식론: 현대 인식론 입문(마티아스 슈토이프)
과학철학: 이론과 실재(피터 고드프리스미스)
심리철학: 심리철학(김재권)
논리학: 기호논리학(벤슨 메이츠)-철학적 논리학(그렐링)

4개의 좋아요

저도 궁금하네요. 분석철학 공부는 개론서를 훑어보면서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의 주요 논문들을 찾아서 (앤솔로지나 개론서의 further reading을 참고하여), 이들을 읽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증하는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글에 도움될만한 다른 글들을 더 찾아보고, 이를 활용하여 다시 글을 쓰는 것으로 저는 파악을 하고 있는데요. 대륙철학 혹은 철학사는 공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좀 감이 안와요. 분석철학처럼 논제나 문제 중심이 아니고 특정한 사상가를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그럴 경우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쓰는 전체적 과정 혹은 방법이 어떻게 그에 맞추어 달라질지 잘 감이 안온다고 할까요? 올빼미에 대륙철학 전공 선생님들이 많으신 것으로 아는데, 조언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2개의 좋아요

확실히 분석철학과 달리, 대륙철학은 고급 입문자들이 읽을 만한 책이 많이 없긴 합니다. 대부분 입문서보다는 후설, 하이데거, 가다머,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푸코, 들뢰즈 같은 거장들의 고전으로 직접 들어가서 공부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도 몇 가지 좋은 책들을 소개드리자면,

현상학

실존주의

철학적 해석학

*위의 두 책은 다소 오래 전에 번역된 책이다 보니, 번역 상태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훑을 때는 참고해도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꼼꼼하게 보려 할 때는 영어 원본을 찾아보실 필요가 있을 겁니다.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전을 직접 읽으려 할 때는 해당 철학자의 텍스트 중에서도 우선 얇고 쉬운 것부터 읽는 편이 좋습니다. 가령, 저는 학부 시절에 수업이나 스터디에서, 후설의 경우에는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이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aedia Britannica): 현상학」을, 하이데거의 경우에는 「예술작품의 근원」이나, 「세계상의 시대」나 「휴머니즘 서간」을, 사르트르의 경우에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를, 레비나스의 경우에는 『시간과 타자』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들도 마냥 '쉽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다른 주요 텍스트들에 비해서는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부담이 적다 보니, 꼼꼼하게 완독하고 나면 다른 글들을 읽을 만한 힘이 생기기는 합니다.

4개의 좋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책들 구해서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

1개의 좋아요

저두 비전공자여서, 대륙철학 공부할 때는 좀 어려웠는데요,

사실 위의 YOUN 님의 네이버 블로그가 해석학이 무엇인가 하는 이해를 쌓는 데에는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실존주의나 현상학의 경우에는, 개념의 흐름, 문제의식과 돌파구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한 순간 딱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칸트는 먼저 개론서로 읽으셔서 배경지식으로 만드시는걸 추천드리구요 (저는 순이비를 읽긴 했는데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개론서나 해설서로 읽으시는걸 추천드려요), 그 다음에는 하이데거가 도식론의 시간성을 통해 어떻게 인식론에서 존재론으로 넘어가는게 가능해졌는지, 들뢰즈가 숭고와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초월론적 경험론이라는 것으로 넘어가게 되었는지 하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논문이나 글을 찾아서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려요.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 도 좋았습니다.

드레이퍼스의 전반성적 친숙성에 대한 맥도웰과의 논의도 분석철학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현상학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구요. (피히테의 사행 개념 같은 것에 대한 논문도 찾아보시면 좋아요)

또 분석철학이긴 하지만 존 설의 '지향성'도 현상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추가적으로 이
https://cafe.naver.com/philosophyandtalk?iframe_url_utf8=%2FArticleRead.nhn%253Fclubid%3D29492556%2526articleid%3D3008
프레게에 대한 글에서 언급되는 '심리주의'라는 철학사적 배경이 뭐고, 여기서 현상학과 프레게 논리학이 어떤 것을 문제삼아서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얻는 것도 현상학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이런 개념들, 문제의식과 해결 과정을 이해하면 현상학이 '사태 자체로' 간다고 말하는게 뭔지 이해할 수 있어지는 듯 합니다. 분석철학과 용어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사실 압축되고 여러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논의되는 것이지, 이런 중요한 철학적 문제상황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나면 이해되기 시작하는 듯 해요

1개의 좋아요

기본적으로 분석철학 공부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됩니다.

결정적인 차이라고 한다면, 철학자의 원전을 읽고 문헌학적 작업이 동반된다는 점 같네요. 여기서 애를 많이 먹고, 얼마나 꼼꼼히 잘 해석했냐로 실력 차이가 나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대략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공부가 진행되는 것 같네요.

  1. 철학사 책을 읽고 서양 유럽 철학의 흐름 파악
  2. 관심 있는 개별 철학자/시대/사조 입문서 읽기
  3. 관심 있는 개별 철학자/시대/사조와 관련된 해석 논쟁 살펴보기 (여기부터 대학원생 레벨)
  4. 직접 원전 읽어보고, 관심 있는 개별 철학자/시대/사조에 대한 자신의 입장 세우기
  5.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펼치는 영향력 있는 주장 살펴보기
  6. 3-4-5 반복

칸트 윤리학을 예시를 들어보죠.

  1. 철학사 책을 읽고 서양 유럽 철학의 흐름 파악
  2. 칸트 입문서 읽기 (ex. 회페 <임마누엘 칸트>, 카울바흐 <임마누엘 칸트> 등)
  3. 칸트의 보편정식과 관련된 논쟁 읽어보기 (ex. 논리적 모순이냐 실척적 모순이냐에 관한 Allison, Kleingeld, Wood, Korsgard 등의 논쟁)
  4. 직접 원전 읽어보고, 논쟁에 관한 자신의 입장 세우기 (ex. 나는 논리적 모순 해석이 맞는 것 같다)
  5.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펼치는 영향력 있는 주장 살펴보기 (ex. 실척적 모순 해석 지지자의 글 살펴보기)
  6. 반대 주장의 문제를 찾고, 지지하는 주장에 대한 반박을 재반박하는 논리 세우기.
4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