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위 오염이 묻은 것이 아니라 도덕적 판단 자체가 편향을 포함한 우리가 오염이라 부르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매커니즘으로 발생•구성된다"
라는 것에 대한 자료가 있을까요?
"도덕적 판단은 항상 (또는 아주 자주) 매우 편향적이다"
"도덕은 사실 판단이 아닌 본질적으로 정서적인 것이다"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의미로서의 도덕 또는 모든 영역에서의 도덕)도덕이란 말 자체가 많은 부분이 '비어 있는' 말이라서 그 의미가 사용자의 자의적인 의미부여에 의해 구성된다. 그 자체로 어떤 고정된 의미가 확실치 않은 속 빈 것이기에, 물론 명백히 위반적인 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은 있지만, 많은 부분이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틀리다 어쩌다 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그렇기에 많은 경우에 그것이 '곡해되었다'라고 표현되는 것은 잘못되었을 수 있다. 곡해될 원본이 없으니까."
같은 이야기를 한 학자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판단 객관성이나 도덕에 대한 보편성 등등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궁금합니다.
SEP같은 곳에 어떤 키위드로 검색하면 나올지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위의 묘사가 너무 불확실하고 투박할 수 있습니다
본문의 내용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부디 부탁드립니다
몇 가지 논의 주제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다음 세 가지 논제를 각각 분리해서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a) 도덕은 '객관적' 혹은 '중립적'이지 않다.
(b) 도덕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c) 도덕은 '정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엄밀히 말해, 세 가지 논제는 전혀 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종종 세 가지 논제를 동시에 주장하는 철학자들도 있긴 하지만, 저 논제들 중 하나의 논제에서 다른 논제가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아마도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저는 윤리학이나 도덕철학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신 논의들은 잘 모르지만, 저 논제들과 관련된 몇 가지 고전적인 텍스트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떠오르네요.
(a) 도덕은 '객관적' 혹은 '중립적'이지 않다.
이런 종류의 주장을 제기한 현대적인 철학자로는 소위 '의심의 세 대가'들이라고 하는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가 대표적일 겁니다. 그 중에서도 니체는 『도덕의 계보』를 통해 도덕이 '원한 감정(르상티망)'에 뿌리를 두고서 역사적으로 발전한 체계라는 가설을 제시했고, 프로이트는 『문명 속의 불만』 같은 글들에서 비슷하게 양심이나 죄책감 등이 '공격 본능'의 억압을 통해 형성된다는 가설을 제시했죠. 아마도 글쓴이님이 떠올리시는 종류의 철학에 가장 가까운 인물들이 바로 이 철학자들일 겁니다. 이 인물들은 (a), (b) (c)를 동시에 주장했다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겠죠.
그런데 도덕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기 위해 반드시 저 세 논제를 모두 옹호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 부정확합니다만) 오늘날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도덕이 순전히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굳이 그 입장을 제시하기 위해 '도덕/사실'을 대비시키려 하지도 않고 도덕을 '정서'로 환원시키려 하지도 않죠.
가령, 매킨타이어나, 테일러나, 왈저나, 샌델처럼 도덕이 각각의 사회와 문화를 바탕으로 성립하고 역사 속에서 변화한다고 주장하면서 일종의 '공동체주의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윤리관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도덕 자체를 마치 허구인 것처럼 몰아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도덕의 객관성이나 중립성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윤리관은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하나의 절대적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죠. 사회와 문화와 역사마다 '서로 다른 다원적 도덕'은 존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실존주의처럼 도덕은 각각의 사람이 각각의 실존적 선택과 결단에 따라 추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굳이 도덕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도덕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비판할 수 있죠. 이런 윤리관은 '도덕'을 거부한다기보다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도덕'을 거부하겠죠. '내가 선택한 도덕'은 나 자신에게 실존적 책임을 부여한다는 겁니다.
(b) 도덕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현대철학에서 이 논제를 가장 날카롭게 제시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은 무어입니다. '자연주의의 오류(naturalistic fallacy)'라는 무어의 유명한 비판이 '사실'에서 '당위' 혹은 '가치'를 도출하려는 시도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죠. "a는 F이다."라는 사실 판단으로부터 "a는 F이어야 한다."라는 당위 판단을 도출하려는 것은, (다른 모든 복잡한 논의를 다 떠나서) 아주 단순하게도 그냥 논리적 비약이라는 거죠. "새는 아침에 '짹짹'하면서 운다."라는 사실 판단으로부터 "새는 아침에 '짹짹'하면서 울어야 한다."라는 당위 판단이 도출 안 되니까요.
약간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사실/당위' 혹은 '사실/가치'라는 이분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도덕을 형이상학이나 존재론으로 정초하려는 시도를 거부하는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퍼트넘이 대표적인 인물이죠. 퍼트남은 논리실증주의의 '사실/당위' 혹은 '사실/가치'라는 이분법이 잘못되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 도덕을 위한 토대로서 실재를 발견해야만 한다는 주장과 (b) 도덕은 아무런 실재도 지니고 있지 않은 허구라는 주장을 모두 비판합니다. 두 입장은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쪽은 도덕의 절대성을 옹호하려고 하고 다른 쪽은 도덕을 부정하려 하는 것 같지만,) 그들은 결국 '사실/가치'의 이분법이라는 애초에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사이비 입장들이라는 거죠.
(c) 도덕은 '정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주장은 논리실증주의에 뿌리를 둔 정서주의에서 제기하는 논제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이 주장은 현대철학에서 거의 파산했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적어도, 고전적인 형태의 정서주의는 '사실/가치'의 이분법을 너무나 자명한 전제인 것처럼 받아들인 상태에서 "도덕은 검증 가능한 것이 아니니까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정서'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논리실증주의와 '사실/가치'의 이분법 자체가 1950년대 이후로 붕괴되면서 정서주의를 떠받치고 있던 이론적 기반이 사라져버렸거든요. 그래도 정서주의와 관련된 고전을 하나 꼽자면, 에이어의 책을 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