늅늅이 철학과 학부 학술제 발표 주제 추천을 부탁드립니당

안녕하세요, 철학과에 재학 중인 1학년 학부생입니다.

수개월 후 학과 학술제가 개최됩니다. 저는 통상적인 1학년의 관례를 타파하고 철학에 대한 순수한 학문적 열의를 바탕으로 논문 투고 및 발표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현재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선행 작업을 고민 중인데, 학술적 층위에 부합하는 명확한 논제 설정에 난항을 겪고 있어 주제 추천을 부탁드려봅니다.

들뢰즈로 서브컬쳐를 비평해보고 싶은데.. 연구 주제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네요 ^^;; 정말 아무거나 좋으니 막 말씀해주세요..!

6개의 좋아요

소년만화의 인물 역동성 분석 - 영토화 개념 중심으로
이걸로 소년만화의 클리셰와 변주 분석방법을 만드는 것은 어떻습니까. 고걸로 소년만화의 계보를 보는거시죠.

1개의 좋아요

학술제가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서 좋네요! 개인적으로, 들뢰즈를 학부 1학년이 다루지 못할 철학자라고까지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들뢰즈보다는 좀 더 논의 구도가 분명한 다른 주제들을 다루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학부 학술제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학생들이 학술 연구나 글쓰기나 발표에 익숙해지도록 독려하는 것이 분명히 중심 목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들뢰즈의 철학은, 그런 학술 '훈련'과 '연습'에는 그다지 적합한 것 같지는 않아요. 학부 1학년생이 들뢰즈의 텍스트를 스스로 읽고 소화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들뢰즈를 어느 정도 소화해내었다고 하더라도 들뢰즈를 가지고서 논의의 구도가 분명한 글을 써내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학부 1학년생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일단 학부 시절에는 최대한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주제로 학술 훈련을 하는 것이 이후에 다른 다양한 주제들을 다룰 때 많은 도움이 돼요.)

그런 점에서 '서브컬쳐'를 다루어 보는 것은 꽤 유용할 것 같아요. 접근하기도 쉽고, 흥미를 유발하기도 좋을 뿐더러, 서브컬쳐에서는 은근히 철학적 주제들이 매우 고전적인 형태로 제시되기도 하니까요. 가령, 서강올빼미에도 몇 번 올라왔지만, <진격의 거인>에서 지크 예거와 에렌 예거의 입장 중 어느 쪽이 철학적으로 더 지지할 만한지, <데스노트>에서 범죄자들을 스스로 처단하기로 한 라이토의 결정은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같은 주제들은 학부생이 다루기에 상당히 적절한 것 같아요. '서브컬처'라는 형식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사실 윤리학 같은 분야들에서 매우 오랫동안 다루어진 고전적 주제들이니까요. (게다가, 너무 나이가 많은 저 같은 박사과정 늙은이들이 이런 주제를 다루면, 주변 교수님들께 쓸데 없는 글이나 쓴다고 핀잔을 듣거나 젊은이들에게 틀딱이라고 놀림을 받기 쉽습니다ㅠㅠ 서브컬처를 주제로 한 철학적 논의야말로 철학과 학부생의 특권이죠.)

7개의 좋아요

위에 @YOUN 님 말씀처럼 서브컬처로 해보시는걸 추천드려요. 기생수로 논의하는걸 보고 써보시는 것도 좋겠는데요. 총총.

5개의 좋아요

학구열과 호기심 그리고 포부가 저에게까지 전염되는 것 같아 기분좋은 질문글이네요 ㅎㅎ 게다가 철학적 관점에서 애니메이션을 분석, 평가하는 시도 역시 한때 저 역시 가졌던 관심입니다.

책 세 개만 추천하겠습니다. (1)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저자 '마이너 리뷰 갤러리'의 <오타쿠의 욕망을 읽다>입니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작품들 각각에 대해 짤막하게 비평을 시도한 책입니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지속적으로 급진적인 서브컬처 비평을 시도하고 있고, 때때로 시의성 있는 사회문화적 주제에 대해 논의해요.

(2) 일본 현대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입니다. 오타쿠, 서브컬처를 통해 현대 일본 사회(당시 2000년대 초반)의 성격을 규정하려 시도한 책이고, 매우 평이하고 재미있게 글을 작성했습니다. 본래 그는 데리다 연구자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문학비평, 사회참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재야학자(?), 독립출판 및 활동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위의 YOUN(윤유석) 선생님의 한 논문에서 아즈마의 데리다 이해가 부정신학적인 것에 가깝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아즈마는 도쿄의 '겐론 카페'에서 대중 참여 토크 장을 운영하는데, 다음 달에 한번 가볼 예정입니다.))

(3) 로이스 타이슨의 <비평이론의 모든 것>입니다. 문학비평의 여러 이론적 토대와 구체적 적용(저자는 그 대상을 '위대한 개츠비'로 삼음)에 대한 입문서 내지는 해설서입니다. 물론 21세기 최신 서브컬처에는 그것에 적합한 새이론 또는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본 책에서 소개되는 이론들이 다소 낡게 느껴질 수는 있겠습니다. 그래도 또 요긴한 점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들뢰즈든 서브컬처든 어느 하나만을 깊게 파더라도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건 (들뢰즈도 서브컬처도 논문 발표 자체도 아닌) 자신의 살아 있는 문제 의식일 겁니다. 자기 문제 의식을 따라 여러 책들을 읽어보고, 주변인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를 권유 드립니다. (초기 의도와 달리) 중간에 주제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들뢰즈든 서브컬처든 그런 대명사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 연구를 한번 자유롭게 해본다는 마인드로 접근하시는 것도 충분히 유익하고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3개의 좋아요

다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