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새로 나온 아도르노 관련

'정우진'은 친숙한 이름이지만 '김진영'은 전혀 아니다. 롤랑 바르트 책 한 권을 포함해 모두 아홉 권의 책을 냈는데 말이다. 내가 롤랑 바르트에 별 관심이 없는 탓이라기보다는 책 대부분이 에세이집인 탓이다.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도 에세이집이지만 거기 들어있는 에세이들에는 절묘한 관찰들과 고도의 철학적 통찰들이 사회비평을 이루며 응축되어 있다. 김진영의 에세이집들도 그럴까? 아래와 같은, 키치 직전 수준의 문장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을 준다.

"병원에 다녀왔다. 결과가 안 좋다. 기대를 걸었던 면역 치료는 소용이 없었다. 종양은 그사이 더 자랐다. 입원 지시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 산책을 했다. 바람은 신선하고 맑고 부드럽다. 허공에 맴도는 잠자리들은 흥겹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나는 이 세상을 마지막까지 사랑할 것이다. 그것만이 나의 존재이고 진실이고 의무이다."

이력에는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고 되어 있는데, 수료면 수료고 졸업이면 졸업이지 밟았다라니, 나는 그런 두리뭉실하거나 완곡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학가서 박사 학위 못 따고 돌아오는 이들 적잖다. 그게 꼭 학자적 소양의 부족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그 경우라면 그냥 '수료'라고 단순명료하게 썼을 것이다. 그리고 '나 철학자요'라고 표지에 떡하니 자처하는 것도 좀 우습다. 그러면 오히려 진짜 철학자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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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회·매체 : 기술복제 시대의 청취 | 테오도르 아도르노 음악 에세이 선집 1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은이), 정우진 (옮긴이) 길(도서출판) 2026-03-25

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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