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의식 연구' 단편소설집 펴낸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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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십대 시절에 프로그래밍과 철학을 독학했습니다. IT업계에서 근무하다가, 2020년경 인공지능 붐이 불면서 다시 철학과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까지 6편의 중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여기에 평범한 SF 단편 3편을 추가했고요.

저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인간의 (자)의식 비슷한 것을 이식했을 때 (왜 이식해야 하는지 하는 논쟁은 둘째로 두고) 그들의 행위 결과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어떻게 보이야 하는지, 만약 그들에게 인간의 (자)의식과 비슷한 게 있는 것으로 자명하게 판단된다면 그들에게 인간의 그것과 유사한 유사 인격권을 주어 그들을 '전자 인간'으로 인정해줘야 할 것인지 하는 담론에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그 결과물을 조금 내놓게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결국 '의식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하는 기술 문제와 그들에게 적용될 윤리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LSTM 알고리즘에 기반한 시짓는 봇(PoemBot ver 0.1)을 2021년에 개발했고, 철학적으로는 심리철학을 비롯해 언어철학/현상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네이글의 책 'the view from nowhere 입장 없는 관점'을 마저 번역해야 하는데, 요즘은 바빠서 조금 미루고 있네요. 형이상학 쪽에서는 제일 흥미롭게 보고 있는 책입니다.

소설은 2002년부터 써왔고, 주제는 주로 사회나 인간을 비꼬는(좋은 말로 '풍자하는') 소설을 주로 써왔는데, 인공지능이라는 기막힌 소재가 등장하는 바람에 이참에 인본주의 개념을 산산이 찢어발길 요량입니다.

짜라투스트라 '투'가 산을 내려오면서 어느 철학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돌아서면서 웅얼거립니다.
"이 양반은 휴머니즘이 죽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군."

요즘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의식과 자의식을 가졌다면, 그들을 유사 인간(전자인간)으로 인정하고 인간에 준하는 유사 인권을 부여해야 한다. 세상을 1인칭으로 바라보는 데서 생기는 우리의 단점과, 이성보다는 감정 및 감성에 치우치는 인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인공지능의 등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정말로 우리보다 도덕적이고(칸트의 윤리론을 우리보다 더 잘 실천할 수 있고) 이성적이라면 그들에게 인간에 대한 일부 통제권을 주어도 된다고 본다. 그러면 인류에게 벌어지는 현재의 전쟁 상황, 살해, 갈등이 상당히 조정되고 사라질 것이다." 이런 기본 아이디어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소설화하고 있는데, 아직 그 초창기라, '인공지능 글로벌 정부'에 통제되는 인간사회 컨셉은 현재 구상중입니다. 인간의 감정이나 감성이 참으로 고맙고 때로는 번거로운 현상이긴 합니다만, 우리의 이성은 AGI(Artifical General Intelligence)에게 밀릴지 몰라도, 우리의 감성과 공감, 바람직한 쪽의 감정은 우리를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있게 할 것입니다..."

뭔가 중구난방이긴 한데, 아무튼 이런 담론을 단편소설로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저의 재주가 주로 소설이다 보니 그 울타리 안에서 그 기술과 윤리 논제를 담아내려고 애썼습니다. '개인 동일성' 이야기도 조금 나오는데, 이 또한 데릭 파핏이 파헤친 아주 흥미로운 주제지요.


아홉 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 서문 (알파고, 기계의 마음)
  1. 비행 청소년을 참혹하게 죽이는 순찰로봇. (앙심)
  2. 불법주정차 단속을 하다가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는 순찰로봇. (고의)
  3. 기억과 언어 능력을 갖추어가는 3~7세 정신연령 로봇의 좌절. (기억)
  4. 사람의 엉덩이를 만져 기소된 웨어러블 로봇. (나쁜 손)
  5. 구역을 이탈해 비 맞고 고장난 어느 돌봄 로봇의 사연. (장마철)
  6. 노인과 개의 친구가 된 로봇. (우정)
  7. 사람에게 충실한 반려로봇의 최후. (반려자)
  8. 폭행하는 인간에 훗날 복수하는 로봇. (16년 뒤)
  9. 로봇과 인간의 몸이 섞인 합성인간의 수상한 죽음. (합성인간 살인사건)

작가 소개:
196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1996년 서울로 상경하여 IT업계에서 일했다. 리눅스용 한글 입력 라이브러리 '달래'를 제작했다. 2002년부터 영미소설을 번역하면서 소설 창작에 손을 댔다. 2005년 모 문예지 최종심에 단편 「안개 속에서」가 올랐다. 희곡 「탈출기」로 2006년 근로자문화예술제 희곡 부문 은상을 받았다. 2006년 앤솔러지 『돌솥비빔밥』에 단편 「슬픈 낙하」를 실었다. 2010년 공연창작집단 '소소'가 희곡 「창작의 조건」(원제: 새벽 2시의 알리바이)을 무대에 올렸다. 2011년부터 주로 영화 촬영현장에서 촬영기사, 동시녹음기사로 활동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2020년부터는 프로그래밍·인공지능 알고리즘·철학·뇌과학·로봇공학에 관심을 가지고 '의식있는 인공지능(conscious AI)'을 개발하기 위해 골방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021년 여름에 시 쓰는 시봇(PoemBot ver 0.1)을 개발했다.
유튜브 채널 '미친토끼일기', 네이버 블로그 '미친 토끼의 가출일기'를 운영하고 있다.

거친 직업은 신문배달, 마트 직원, 가방·지갑·주물·신발·빵·오토바이부품·선박부품 공장노동자, 식당 서빙, 컴퓨터 조립 업체, 프로그래머, IT업체 운영, 영미소설 번역가, 헌책방 직원, 동시녹음기사, 촬영기사,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아마추어 연극배우, 제주도 밭일·무공장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3개의 좋아요

이상적으로 말하면 인권이 인간의 자의식이나 이성에서 오는 것이 타당해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인권이란 것이 인간 종 혈통에 귀속된다고 생각합니다.(사람이 낳은 것이 사람이니까 인간적 권리는 그런 것들에게 부여됨.) 프랑스 혁명가들은 귀족들의 목을 따서 그들이 누리던 고귀한 혈통을 민중에 뿌렸을 분.

생물학적 유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가문, 가정으로 전파되는 어떤 추상적인 고귀함, 권리 같은게 의외로 견고한 시스템이고 인간 종 역사의 몇천년간 잘 살아남았죠.

네, 그래서 저도 '유사 인격권'이라고 했는데 피지컬 AI가 인간과 유사한 자의식을 가졌을 경우 '전자 인격' 혹은 '유사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보지요. 전원을 함부로 끌 수 없고, 기본 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폭행이나 파손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