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실체 범주에 관한 문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돌이켜보던 중 그중에서도 실체 범주에 관한 논의가 흥미로워서 더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주로 실체 범주의 타당성이나, 칸트의 논의의 후대의 발전 등이 궁금합니다.

칸트의 실체 범주에 관한 중요한 문헌(논문, 단행본 등)으로 추천해주실만한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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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아니지만 이런 게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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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글들은 다음이 있습니다.

Jessica Leech & Mark Textor (2024). Kant on Substance and Causation. In: Oxford Handbook of Kant.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pp 191-212.

Strawson, P. F. (2000). Kant on Substance. In: Entity and identity: and other essay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pp. 268-280.

Engstrom, Stephen (2018). The Category of Substance. History of Philosophy & Logical Analysis 21 (1):235-260.

Rödl, Sebastian (2006). Logical Form as a Relation to the Object. Philosophical Topics 34 (1-2):345-369.

첫번째 글은 옥스포드 핸드북 시리즈에 실린만큼 칸트 학계에서의 대략적인 논의 지형을 그려줍니다. "이런 논의들이 있구나" 라는 식으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스트로슨의 글은 칸트의 실체론에 대한 고전적인 글 중의 하나인데, 생각보다 칸트의 논변에 회의적입니다. The Bounds of Sense에서도 썼듯이, 칸트가 "경험의 유추"를 쓸 당시 당대의 자연과학적 발전에 너무 고무된 나머지, 기본적으로 역사적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앵스트롬의 글은 당대의 맥락(라이프니츠와 로크)에서 칸트의 실체론이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뢰들의 글은 그의 책 "Categories of the temporal"의 핵심 내용 중 일부를 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강추합니다. 칸트의 범주들이 thought와 thought 사이의 연역적 논리관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object와 thought 사이의 선험적 논리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이 점에서 현대철학적으로 어떤 함축을 가지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또한 가이어와 롱기니스 류의 인식론적 독해가 "경험의 유추"에 대한 독해로서 왜 부적절한지도 설득력 있게 논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앨리슨, 가이어, 베넷 등의 고전적인 칸트 연구서들을 참조할 수 있겠습니다.

칸트의 실체론에 대한 "후대의 발전"은 거의 맥이 끊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현대 형이상학에서의 실체론은 거칠게 구분해서 로크 전통의 기체이론과 흄 전통의 다발이론, 그리고 이 둘을 종합하고자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러한 논의들이 대상에 내재한 형이상학적 구조를 논하고자 하는 반면, 칸트의 실체론은 그의 선험철학 프로젝트가 그렇듯 실체라는 것이 사유에 내재하는 범주틀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에 현대 형이상학자들에게 어필하기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칸트적 전통이 그 잠재력에 비해 정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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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슨의 이 글은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스트로슨의 대표적인 형이상학 저서인 Individuals의 제1장이 일종의 칸트적 실체론을 다루고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칸트적' 실체론이 반드시 '칸트의' 실체론은 아닙니다. 우선, @Herb 님이 잘 설명해 주신 것처럼, (a) 스트로슨은 많은 경우 칸트의 실제 논증들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특별히 범주의 형이상학적 연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거부합니다. 또 (b) 스트로슨의 '칸트적' 실체론이 오늘날 분석 형이상학의 주류 실체론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죠. 스트로슨은 일종의 '초월론적 논증'을 바탕으로 시공간에서의 동일시가 가능한 물체들이 형이상학적 개체로서 기초적이라는 주장을 전개하는데, 1960년대 말에 스트라우드의 초월론적 논증 비판 및 1980년대 무렵 직접적 지시 이론의 등장으로 스트로슨식의 초월론적 논증은 상당 부분 주류에서 밀려난 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트로슨의 형이상학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 주류는 아니라고 해도, 스트로슨의 실체 이론은 이후 스트로슨의 제자인 가렛 에반스의 The Varieties of Reference에서 계승되기도 하고, 에른스트 투겐트하트의 Traditional and Analytical Philosophy에서 계승되기도 하죠. 맥도웰도 Mind and World 제5장 제5절에서 자기의식을 설명할 때 스트로슨의 논의에 상당 부분 호소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이 논의들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칸트의 범주론에 직접적인 근거를 두고 있지는 않다 보니, 아마도 범주론에 대한 해설을 기대하고서 이 논의들을 읽으시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칸트적' 논의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칸트의' 논의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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