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단순히 철학을 배우는 것이 좋아서 진학하면 나중에 갈피를 못 잡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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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학부'까지는 단순히 철학을 배우는 것이 좋아서 진학할 수 있지만, 대학원은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긴 합니다. 철학 중에서도 어떤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은 것인지(가령, 형이상학/인식론/윤리학/미학), 그리고 그 분야에서도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가령, '형이상학' 중에서도 '보편자 실재론'의 문제)를 대략적으로나마 떠올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죠. 대학원은 학위논문 작성이 졸업요건으로 있는 만큼, 수동적인 지식 습득을 넘어서 자신이 어느 분야의 어느 주제에 대해 무엇을 새롭게 주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적극적 이해가 필요하거든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해당 주제와 관련된 철학계의 담론에 대해 대략적인 배경 이해를 갖추고 대학원에 입학하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대학원에서도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원하는 수업이 원하는 때에 정확히 개설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수업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논문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거든요. 평소에 자신이 관심이 있는 철학 분야에 대한 기본 이해가 갖추어져 있어야, 수업에서 듣는 정보들을 그 이해와 연결시켜서 논문으로 쓰고자 하는 문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수업 자체를 통해 새롭거나 굉장한 지식을 배운다기보다는, 자신이 평소에 공부하고 고민한 내용을 수업을 통해 교수님이나 주변 대학원생들과 조율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쓸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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