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완성된 학문인가요?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자료조사를 하기 위해 그저 책을 읽는 수준의 비전공자입니다.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철학과의 방향성이 철학자 보다는 철학 연구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 철학자를 얼마나 깊게 이해했는지로 학문의 경지가 나뉜다고 할까요. 한번 이런 생각이 든 이후로 제가 지금의 철학과를 스스로의 언어가 아닌 타인의 언어로 만든 성벽 안에 숨어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질문입니다. 100%는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철학만으로도 더이상 학문의 발전이 필요 없는, 충분한 수준인 건가요? 그래서 새로운 주장보다는 사학, 고고학처럼 사료를 발견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숨겨진 부분을 찾아내는 것에 목적을 둔 학문인가요?
제 사견을 기준으로 철학연구가 아닌 철학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신 분들도 계신가요?

철학자 vs. 철학연구자 구분과 철학 vs. 철학연구 구분 모두 정확히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네요. 현재 철학은 대학에 자리잡은 하나의 분과 학문으로 고유한 철학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e.g., 지식이란 무엇인가, 의미란 무엇인가, 인과란 무엇인가, 속성이란 무엇인가, 마음의 본성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의무는 왜 의무인가, 합리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철학과 소속 연구자들은 모두 이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문제를 연구합니다.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의미에서 철학과 소속 연구자들은 모두 철학 연구자입니다. 경제학과 소속 연구자들이 경제학 연구자이고 생물학과 연구자들이 생물학 연구자인 것처럼요.

이로부터 물론 철학은 이미 완성되었으며 남은 것은 완성된 철학을 공부하는 것 뿐이다라는 귀결은 따라 나오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이러한 귀결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글쓴 분은 ‘철학 연구자’라고 부르시는 것 같지만 이는 어색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경제학이나 생물학의 경우에서 우리는 ‘연구자‘라는 단어를 글쓴 분의 방식대로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대부분의 철학과 소속 연구자들은 이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위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개진 가능한 모든 이론이 이미 나온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어떤 합의에 도달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제시된 이론들의 장단점과 그 정확한 함축에 대해서도 합의되어 있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현재 학계의 논의가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정확이 파악한 후에 의미있는 새로운 논점을 제기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논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학위논문, 기말논문, 학술지 논문 등 모든 (적어도 실적으로 간주되는) 출판물은 이러한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에 비추어 평가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이 글쓴 분의 의미에서 이미 완성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철학 연구자 (글쓴 분의 표현을 따를 때는 철학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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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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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해하기론 철학/철학사의 구분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 철학사를 위주로 접하시고 철학사가 아닌 철학은 안 접해보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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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철학계에서 어떠한 연구가 이루어지는지, 어떠한 논쟁이 오가는지 전혀 알아보지않고 주신 질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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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네 철학사가 아닌 철학을 접해본적이 없습니다. yhk9297 님 구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철학사를 제외한 철학의 부분을 창작 또는 발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또한 해석/접근하는 관점이 다양해질 뿐 완전히 새로운 이론의 제시, 즉 창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철학사에 해당합니다.

비유가 좋지못해 죄송합니다. 글쓰기로 예를 들겠습니다.
내용이 완성되지 않은 초고의 과정 -> 현대 철학자들이 외부에서는 모르게 발명하고 제시하고 있는 이론이 있는지
내용은 완성됐지만 다듬기가 필요한 퇴고의 과정 -> 제가 사용한 완성의 의미, 현대 철학자 개인의 새로운 이론은 없고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해석, 연구만 이루어지고 있는지
탈고의 단계 -> 이에 해당하는 완성이 아니라고 답해주신 것 같은데, 글을 헷갈리게 적어 죄송합니다.

지금의 철학의 단계가 초고인지 퇴고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견문이 좁아 죄송합니다.

일단 흔히 말하는 '분석철학'이라는 것을 접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심사를 적어주시면 여기 있는 많은 분들이 관련 문헌들을 추천해주실 것입니다.

다만 '창작'이라는 경계가 모호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이론의 제시"라고 말씀하셨는데, "완전히 새롭다"라는 것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아무리 분석철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에 제시됐던 이론 (다른 분석철학 이론이든지, 아니면 철학사에 있던 이론이든지) 에 대한 반박을 한다거나,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롭다"라고 하기엔 모호합니다. "더" 새롭고 "덜" 새로운 건 있겠지요. 이는 철학이 아닌 다른 학문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리만가설을 증명한다고 하면, 완전히 새로운 건가요? 아니겠지요. 원래 있던 가설을 증명하는 거니깐요. 아니면 미시세계에서 물체들이 거시세계의 물체들과 다르게 행동을 한다고 보인 것은 완전히 새로운 건가요? 아니겠지요. 왜냐면 뉴턴 역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니깐요.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것은 그만큼 과거의 연구를 무시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 말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관점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 그게 새로운 이론아닌가요?

철학사에 대해서 한 마디 더 얹자면, 철학사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철학사가 현대 철학 (혹은 흔히 말하는 '분석철학') 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이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새롭지 않은' 철학을 봤을 때 새로운 관점이나 이론을 얻어낼 수 있다는 주장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이런 연구들을 현대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 바라봤을 땐 이런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깐 현대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단순히 역사적인 작업을 한다고 보일 수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도 현대철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철학사를 같은 이유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은 현대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말을 하거나, 철학사의 연구들을 충분히 찾아보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아닙니다. 현대 철학에서는 학문을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철학사의 연구들도 현대 철학이 철학사에서 놓친 부분을 언급하면서 학문을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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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분의 견해가 이해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현재 학계의 논의가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정확이 파악한 후에 의미있는 새로운 논점을 제기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논변하는 것”은 철학 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등 다른 학문 분과 연구자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목표하는 바입니다.

“이 또한 해석/접근하는 관점이 다양해질 뿐 완전히 새로운 이론의 제시, 즉 창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철학사에 해당합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물리학과에는 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고 물리학사를 연구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마친가지로 생물학과에는 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고 생물학사를 연구하는 사람민 있을 뿐입니다. 경제학과에도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고 경제학사를 연구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학문 분과의 연구자들은 본인이 탐구하는 분야의 학계의 현재 논의가 어디까지 와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지양합니다. 보통 이 과정을 선행 연구 조사 혹은 literature review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연구를 진행하여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할 경우 철학 뿐아니라 자연과학, 공학, 사회과학에서도 선행 연구 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통은 reject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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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께서 서술하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답글을 남깁니다.

작성자님께서 말씀하시는 “철학자”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처럼 이른바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거대이론가들, “철학 연구자”란 이 거장들의 이론을 정밀하게 해석하고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이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는 과학자 vs. 과학 연구자에 대한 구분만큼이나 모호하고 오도의 소지가 다분한 구별입니다.

일단, yhk9297님께서 이야기하셨지만, 아무리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철학자들이라도 이전의 철학 이론들을 전혀 참조하지 않은 채 아예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의 모든 연구가 선행하는 연구들과의 일정한 영향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초기 고대의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 및 플라톤의 이론을 연구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철학 체계를 확립했고, 칸트도 라이프니츠에서 볼프로 이어지는 당대 독일 철학 전통을 배경으로 해서 『순수이성비판』을 집필했습니다. 거꾸로 아무리 거장들의 이론을 해석하고 정교화하는 (이른바 “주석가”라고 폄하당하곤 하는) 철학자들이라도 새로움이 전혀 없는 연구결과를 내지 않습니다(애초에 새로운 내용을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는 연구결과는 논문으로 게재되지도 않습니다). 이들 역시 기존에 학계에서 미처 주목받지 않았던 이론을 조명한다거나, 알려졌던 이론이라도 이 이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거나, 혹은 이 이론에서 따라나오는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구는 언제나 새로운 내용을 담습니다. 요컨대 “완전히 새로운 이론의 제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얼마나, 어느 정도로 새롭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이런 사정은 비단 철학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고, 학문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음악가들도 선대의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소설가들도 선배 소설가들의 빼어난 문장을 읽고 배우면서 창작 능력을 기릅니다. 베토벤은 하이든에게 작곡을 배웠고, 고흐는 선배 화가들의 그림들을 따라 그리면서 그림을 연습했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작품을 갈구하는 예술에서도 상황이 이런데, 하물며 학문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요.

모든 철학 연구가 선행연구들을 준거점으로 삼아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칸트” 철학, “헤겔” 철학처럼 자기 이름으로 브랜딩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고, 그런 일에 성공하는 학자들은 극소수입니다. 사실 역사에 이름이 길이 남아 계속 회자될 정도의 막대한 이론적 기여를 한 이들이 예외적인 사례이고,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그저 철학이라는 씬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평균적인 정도의 기여를 하는 것뿐이죠. 자연과학에서도, 뉴턴, 아인슈타인, 다윈, 멘델처럼 학계 내에 혁신을 가져온 거대이론가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학계 내에서 정립된 고전역학, 상대성이론, 진화론, 유전법칙 등을 배우고 그 위에서 후속 연구들을 더 해나가며 이론을 발전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대이론을 창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대부분의 과학자들을 “과학자가 아닌 과학 연구자이다”라거나 “스스로의 언어가 아닌 타인의 언어로 만든 성벽 안에 숨어있다”는 식으로 힐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도 각자 몸담고 있는 세계에 능력껏 기여를 할 뿐이니까요. 저쪽 부자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5억을 출연했는데 왜 너는 5만원만 기부했냐고 우리가 헐뜯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거대이론가만이 철학자이고, 이들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이들은 “철학자”라고 일컬어질 수 없으며 “철학 연구자”라고만 일컬어져야 한다고 평가절하당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스스로의 언어가 아닌 타인의 언어로 만든 성벽 안에 숨어있다”는 등의 말로 미루어보면 후자를 백안시하는 어조가 없다고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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