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와 헤겔의 진리론

최근 철학 관련 글을 못 본 것 같아 올려봅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진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What is truth? The nominal definition of truth, namely that it is the agreement of cognition with its object, is here granted and presupposed (A58/B82).

칸트는 여기서 대응론을 논하고 있습니다. 칸트에게 있어 진리란 인식과 물체의 동의입니다. 다시 말하면 물체의 내용이 'x is F'를 포함한다면, 인식의 내용 역시 'x is F'를 포함하는 것이 진리라는 것입니다. 칸트의 대응론은 칸트가 형이상학을 경험적 인식으로 제한하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결론입니다. 칸트는 우리의 경험적 인식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문장들은 형이상학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칸트에게 있어 영혼, 자유, 신은 경험적 인식을 벗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영혼, 자유, 신은 칸트의 형이상학의 주제가 아닙니다. 칸트에게 형이상학은 경험적 인식만으로 이뤄져있다면, 그렇기에 그 어떤 형이상학적 진리도 경험적 인식을 동반해야할 것입니다. 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disquotationalism을 생각해봅시다. Disquotationalism이란: 'p' is true if and only if p 라고 설명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은 하얗다'란 문장이 진리라는 것은 눈이 하얗다는 것입니다. 칸트는 disquotationalism을 달갑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칸트에게 있어 옳게 된 진리론은 경험적 인식을 포함해야하는데, disquotationalism은 경험적 인식을 포함하지 않으니깐요. '눈은 햐얗다'가 진리라는 것은 '눈은 하얗다'라는 인식의 내용과 물체와 동의해야하는 것입니다. 칸트에게 옳게 된 진리론은 disquotationalism이 아닌 대응론입니다.

제 해석에는 헤겔의 대응론은 칸트의 대응론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헤겔은 이념 장에서 진리가 개념과 객관의 통일이라고 말합니다 (헤겔의 개념과 객관의 통일이 칸트의 인식과 물체의 동의와 동치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저 역시도 동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동치된다고 전제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헤겔은 동시에 진리가 신을 관여한다고 말합니다:

[Both the ob-ject [Gegenstand] of religion and the ob-ject of philosophy] have the truth in the highest sense of the word as their ob-ject, for both hold that God and God alone is the truth (EL §1, my emphasis)

헤겔에게 진리란 신을 동반한 것이며, 신 만이 철학의 주제라고 말합니다. 칸트가 보기에 신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경험적 인식을 벗어나기 때문에 진리에 포함되지 않지만, 헤겔이 보기에 신이 진실된 철학의 주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 헤겔의 신을 범주의 전체성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헤겔은 <순수 존재>, <생명>과 같은 범주들을 유도해냈고, 이 범주들이 하나의 전체성을 이룬다면 그것이 신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헤겔은 일종 형태의 범심론을 믿고 있으며, 이 범주들이 의식을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헤겔의 대응론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범주들은 자신을 인식하며, 범주들의 인식이 범주들과 대응할 때 비로소 진리를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짓지면, 헤겔은 칸트처럼 진리가 인식과 물체의 동의라고 생각하지만, 진리란 신 만을 논해야하며, 진정한 진리는 신의 자기인식이 자신과 동의할 때, 즉, 신이 자기지를 이룰 때 생긴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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