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야ㅎㅎ; 조금 주제 넘은 얘기일 수 있겠지만, 철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에 앞서 너무 걱정과 불안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전 게시글도 그렇고, 이번 게시글에 첨부된 스크린샷에서 글쓴이 자신께서 정말 철학적 탐구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너무 걱정하시는 게 많이 드러나서요.
앞으로 할 얘기는 "올리고 싶은 질문들이 있는데, 어떻게 나눠서 올리는게 좋을까?"라는 본 게시글의 의도에 대한 답이 아니라, 오히려 아래 문제, 즉
라는 문제 중에서 몇 가지에 대한 약간의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사실 이 조언도 상당히 부분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왜냐하면 여쭤보시고자 하는 질문들도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질문의 범위가 넓다고 해서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이건 그만큼 철학이라는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과, 그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해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다만, 앞서 비슷한 질문들을 게시글로 올리셨고, 또 많은 분들께서 그에 대해 좋은 답을 달아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게시글의 스크린샷으로 미루어보자면, 주제가 조금 더 구체적이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또는 "어떻게 하면 좋은 분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란 결국, (1) 좋은 글들을 꼼꼼하게 읽고, (2) 그 글에서 철학자가 전개하는 논증을 전제-결론의 형식으로 분석해보고, (3) 그 논증을 옳은지 그른지 평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었죠. (사실 이게 철학적 탐구의 기본적인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과정들을 잘 수행해나간다면, 작성자 본인께서 모자라다고 느끼고 계신 비판적 사고력, 추상적 개념이나 논증에 대한 이해력을 점차점차 올리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조금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죠.
그러니까 제 견해는 "그대로 수행하기만 한다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든다거나 비판적 사고력을 으로 상승시켜주는“ 그러한 왕도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 대신 부단한 반복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은 앞서 언급된 "꼼꼼히 읽고, 논증을 재구성해보고, 평가해보는 방법"을 부단히 수행해 보는 것이겠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곧장 좋은 질문을 던져보고, 뛰어난 비판적 사고력을 갖출 수는 없겠습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얘기한 것만 같아서, 조금 긍정적인 방식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제가 하는 방법들을 조금 섞어서요) 저는 텍스트를 읽다가 무언가 질문이 떠오르면, 우선 떠오르는 대로 메모지에 적어둡니다. 물론 질문 자체가 매번 구체적으로 또 명료하게 떠오르는 건 아닙니다. 많은 경우, 너무 추상적인 질문이거나, 아니면 이해 자체가 되지 않아서 생기는 단순한 거부감에 불과하거나 아니면 단순한 느낌에 지나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도 질문을 최대한 완성된 문장으로 적어보려고 노력해봅니다. 몇 번이고 스스로 되물어보거나 같은 개념, 단어, 용어 등등을 몇 번씩이든 반복해보면서 머릿속에 떠올랐던 그 질문을 최대한 구체화해보려고 노력해봅니다.
그리고 나서 찬찬히 생각해봅니다. 헷갈렸던 구절을 다시 읽어보거나, 그 구절을 앞서 연관된 구절과 비교해서 읽어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부분을 다룬 논문 또는 텍스트들을 읽기도 하죠. 그 처음 떠올랐던 질문이 단지 추상적이든지, 단순한 거부감이든지, 그냥 직감이든지 말입니다. 그 질문 또는 '뭔가 분명하지 않은데 여하간 찝찝한 그 느낌'을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보는 것이죠. 실상 까고 봤더니 그게 그냥 별 것 아닌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에요.
제가 감히 추측하기로, 가끔 이렇게 '뭔가 분명하지 않은데 여하간 찝찝한 그 느낌'이 떠오르는 까닭은 우리가 읽는 철학 텍스트들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다른 글들이나 정보를 접할 때 사용하곤 하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 '긴 텍스트를 집중해서 읽는 능력' 등등 다양한 지적 능력이 잘 안 통하는 지점이 생기곤 하죠. 아마 작성자 분께서는 이러한 지점들 때문에 좀 곤란을 겪고 계신 모양입니다만, 사실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도 그런 지점에서 똑같이 곤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러니 작성자 분께서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곤란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하시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그럴 땐, 역시나 다시금 (1) 좋은 글을 꼼꼼히 읽고, (2) 논증을 분석하고, (3) 그것을 평가하는 작업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4) 그 논증이나 철학자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 특정한 텍스트를 읽고 그 텍스트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간간히 올리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정리가 다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매번 성실하게 정리해서 올리지도 않지만...) 그렇게 정리하다보면, 처음에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아니면 반대로 헷갈렸던 부분들이 곧잘 정리가 된다는 걸 경험하곤 합니다.
여하간, 지금 당장에는 너무 많은 걸 한번에 시도하시기 보다는 좋은 철학사 책을 하나 골라서 꼼꼼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어떤 철학자의 주장에 대해 질문이 떠오르면, 그것이 아무리 '뭔가 분명하지 않은데 여하간 찝찝한 그 느낌'에 지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문장으로 써보려는 시도를 반복해보고, 텍스트를 읽어보고 그 철학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당장 답이 안 떠오르더라도 바로 그만두지 마시고, 계속 읽어나가거나 다시 연습해보거나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1) 명확하게 떠올랐든, 그냥 찝찝함이든 일단 질문으로 구체화 해보고, (2) 다시 원문이나 다른 관련 문헌들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생각해보고, (3)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써보는 연습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질문이 잘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거나 불만족스러운 답인 것 같거나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런 곳에 질문을 올리셔서 다른 분들과 같이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더욱 좋겠지요!
시작에 앞서 너무 많은 걱정 하질 않길 바랍니다. 아닌게 아니라, 놀랍게도 텍스트를 읽고 이런 연습을 하다보면, '어떻게 철학을 공부하고, 어떤 것들을 더 봐야하는지', '이러저러한 철학 내용의 의미가 무엇인지' '철학은 그동안 다른 학문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고, 또 철학자들은 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점차점차 보이니까요. (특히나 철학과 다른 학문 사이의 관계 또한 철학의 유구한 주제였으니 말입니다.)
(기왕 철학사 책을 얘기했으니 언급해보자면, 개인적으로 앤서니 케니, 프레데릭 코플스턴, 프랭크 틸리의 서양철학사 책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르베크의 철학사 같은 경우는... 가끔 동떨어지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들이 철학사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보일 우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학부 수준의 논리학 서적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인접 학문인 사회과학계열 박사과정생이고,영미 정치철학과 대륙 철학 관련한 공부를 쭉 해온 입장에서 걱정스런 마음에 댓글을 남깁니다. 전부터 올리신 게시글들을 읽으면서, 제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하지 못했던 진지한 철학적 고민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아 존경스럽기도 하고, 분명 나중에 좋은 철학도가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여전히 같습니다. 다만, 현재 글쓴이 분이 하고 계신 '철학함'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것들이 철학 초심자가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논증과 문헌 독해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향상시키키 보다는 오히려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부담감만 가지게 만드는 건 아닌가 걱정스런 마음에 댓글을 남깁니다. 제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작성자님의 글에는 약간의 불안감도 느껴집니다. 저는 학문이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즐거워야 하고,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받으면서 생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적어도 제 주위의 철학과 석박사과정생 선생님들은 이러한 강하게 테크닉적인 고민보다는 자신이 관심있는 연구 분야의 대가의 글을 읽고 논증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철학함'을 수행하는 것 같아요(다시 한번 밝히지만, 저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니 여기 댓글 다시는 선생님들 말씀을 우선적으로 들으시길 권장드립니다). 그러니까, '올바른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냥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반복적으로 읽고, 이차 문헌이나 해설서 찾아보고, 다시 읽는 방식을 클래식한 철학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즉, 너무 많은 고민과 의심 없이 '그냥 읽는 것'입니다.
오히려 방법론(Methodology)에 강하게 학술적 의미를 두는 건 제가 속해있는 사회과학 학술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질적 방법과 양적 방법을 둘 다 사용해서 연구하는 것을 즐기는데, 저 같은 경우는 특정 학술지에 투고하려면 방법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방어가 되어 있어야 하고, 특히나 양적 방법을 활용한 연구는 통계 프로그램의 여러 패키지를 통해 통계적 상관성을 추출하는 '방법'이 정형화되어 있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올바른 방법'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적어도 제가 세미나와 강의 때 만난 철학 전공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글쓴이님처럼 "철학 잘 하는 방법론적 테크닉"에 몰두하는 경우는 보지 못 했습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또한 저는 "철학 방법론" 같은 강의가 개설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철학 입문"과 같은 수업은 열리더군요. "고대 철학", "중세 철학", "근대 철학"과 같은 강의가 열리거나 아니면 아예 학파별, 국가별 철학의 흐름을 종합하는 강의가 열리거나 그렇더라구요. 반면에, 사회과학은 방법론 관련 수업이 여러개 열립니다. 정말 테크닉적인 강의나 세미나도 있어요.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모쪼록 '즐겁게' 철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좋은 생각'을 잡아먹을 때가 있더라구요. 사실, 많이 생각한다고 좋은 생각이 곧바로 나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