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적 조건문과 반사실적 조건문 사이에 엄격한 차이가 있나요?

일상적인 영어에서 사용되는 '가정법적 조건문'과 형이상학에서 인과분석 등의 맥락에서 사용되는 '반사실적 조건문' 사이에 어떤 엄격한 차이가 존재하나요? 둘 다 기본적으로는 영어의 가정법 문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형이상학의 반사실적 조건문 분석에는 혹시 더욱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는 것이 있나 해서요.

일단, 제가 찾아본 바로는

명제 1. 만일 Ht-1였다면 ~pt였을 것이다.
명제 2. 만일 C였다면 Ht-1였을 것이다.

명제 1과 명제 2는 영어에서 가정법 조건문, 즉 “If it were the case that A, then it would be the case that B” 형태의 문장으로서 쓴 것이다. 언어철학 문헌에서는 이런 조건문을 “반사실적 조건문” (counterfactual conditional)이 라고 불러왔는데, 이 용어의 한 가지 문제점은 그런 조건문이 꼭 그 전건이 거짓 혹은 반사실적이라는 함축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는 워낙 널리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필자도 이 용어를 쓰기로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실은 명제 1과 명제 2가 각각 Ht-1이나 C가 거짓임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김남중, 「지식가능성 역설과 반사실적 조건 명제에 대한 논파자」, 『논리연구』, 제17(1)권, 2014, 131쪽, 각주 12.

라는 내용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가정법적 조건문과 반사실적 조건문이 어떻게 다른지만을 다룬 자료는 못 찾겠네요.

제 영어 감각을 그다지 신뢰할 수는 없지만, 보통 영어의 가정법에서 "If it were …,"라고 하면, 여기에 나온 내용이 '거짓'이라는 뉘앙스가 어느 정도 들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정규 교과에서 영어를 배울 때 항상 '가정법 과거'는 '현재 사실에 대한 반대'를, '가정법 과거 완료'는 '과거 사실에 대한 반대'를 가정한다고 거의 기계적으로 들어서 제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요.) 혹시 반사실적 조건문은 그런 뉘앙스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정법과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가정법적 조건문'과 '반사실적 조건문'은 그냥 어휘만 다를 뿐 같은 조건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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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저도 반사실적 조건문은 접해보지 못해서 좀 찾아봤는데, 인용하신 부분은 SEP에 나온 내용과도 비슷하네요:

The term counterfactual promotes a confusion worth dispelling. Despite the label, counterfactuals are not always counter-to-fact conditionals, i.e., conditionals with false antecedents. For example, (2) is a counterfactual and yet may have a true antecedent. Indeed, (2) can even be used to argue the antecedent is true (Anderson 1951).

(2) If Jones had ingested arsenic, he would have shown exactly the symptoms he’s showing now.

For this reason, some prefer the term subjunctive conditional, reserving the term counterfactual for subjunctive conditionals with false antecedents (Brée 1982; von Fintel 1999b; Declerck and Reed 2001: 99). (SEP, Counterfactuals.)

반사실적 조건문과 가정적 조건문도 찾아보니 과거/미래의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있었던 사건 c가 달랐다면 어땠을 것이다"가 반사실적 조건문이고, "만일 지금 사건 c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이다" 가 가정적 조건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말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인과관계를 다룰 때 나오는 직관 중 하나가 "과거가 달랐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잖아요? 예를 들어 빌리가 돌을 던져서 창문이 깨졌다면, "빌리가 돌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창문이 안 깨졌을 것이다" 와 같은 방식으로 빌리가 돌을 던지는 사건이 인과라고 말을 하니깐요. 그렇다면 반사실문이랑 연결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물론 구글링 잠깐 해보고 뇌피셜 한 거라 확실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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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최원배 교수님의 <조건문의 이해>에 나오는 단락입니다.

반사실적 조건문을 가정법적 조건문의 일부, 즉 전건이 실제로 거짓이거나 또는 화자가 거짓이라고 믿고 있는 가정법적 조건문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쓸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둘을 같은 의미로 보고 전건이 거짓이 아닌 경우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전자의 의미로 사용한다면, 어떤 조건문이 반사실적 조건문이라면 그 조건문은 가정법적 조건문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 관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정법 조건문에서 전건이 참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경우)

만약 그가 비소를 먹었다면 그는 바로 (그가 지금 보이고 있는) 이런 증상을 보이게 되었을 것이다.

일단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계시지만, 저는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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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최원배 교수님의 저 책이 있었군요. 저도 사두고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저기 나온 내용을 한번 살펴보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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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는 살짝 별개인 문제이지만, counterfactuals를 subjunctive conditionals라고 부르면 안된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Subjunctives란 문법적 범주인데, 반사실 조건이 가정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같은 이슈였던 것 같아요. 관한 내용은 아래 엔트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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