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학부 3학년을 마치고 군 휴학중에 있는 대학생입니다. 당초 저는 자대에서 석사 과정을 하면서 유관 분야로 유학을 준비하거나, 석박통합 또는 자대 박사를 하여 학계로 나아가는 길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에 삶의 가치관이나 금전적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였을때, 크게 고민이 생겨서 질문드립니다.
대학원 학비를 스스로 마련해서 다녀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학교는 서울인데 반해 집이 서울인 것도 아니기에 꽤 많은 생활비 또한 들 것 같습니다.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라도 생활이 가능할 수준일지 궁금합니다.
타협안으로서 사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을 우선 하고, 몇년 근무 후 어느정도라도 자금을 마련해서 학위를 밟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학위를 따더라도 나이가 많이 늦는 편이 될테고, 이후 원 커리어로의 복귀 또한 그렇게 원활할 것 같지 않아서 둘 모두를 놓치는 꼴이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자주 있는 케이스일까요?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두 경우가 모두 어렵다면, 직업 생활을 하면서 ‘아마추어 철학’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나아간 교수님이나 다른 분들의 지도 없이 홀로 사유하게 될 경우 단지 나만 재미있는, 그다지 의미없고 독선적인 사유만을 생산해낼까봐 두렵습니다. 비전공자의 철학함이 어디까지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여러 생각이 혼재하는 상태인지라, 다소 두서없는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좋은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1) 학교마다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장학금을 충분히 주는 학교라면 학비를 거의 면제받으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 많은 비용 부담을 짊어져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령, 저는 석사시절에는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철학과가 BK 사업에도 선정되어 한 달에 60만원씩 연구비까지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박사 코스웍 기간동안은 조교 장학금과 여러 가지 교내 혜택을 받았는데도 학비 부담이 꽤 컸습니다. 지금은 코스웍이 끝나서 이전 같은 부담은 들지 않지만, 그동안 학업에 들었던 비용들이 결코 적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원하시는 학교의 장학금 상황을 잘 알아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2) 직장 생활을 하시면서 대학원을 다니시는 분들이나, 중년이 넘어서 대학원을 다니시는 분들도 종종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원 생활 자체는 다들 원만하게 잘 하셨습니다. 물론, 모두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으셨겠지만, 적어도 제가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그런 분들이 딱히 학업에서 뒤떨어지거나 대학원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시지는 않으셨습니다.
(3) 철학적 목표를 무엇으로 잡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추어 철학'을 하는 것도 그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철학 관련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그런 컨텐츠를 통해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분들도 분명히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계시다고 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학계 내부에서 인정받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논문을 출판하여 학계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이나 관점으로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는 것이 목표시라면, 여전히 대학원 진학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철학 전공은 아니지만 인문학계열의 대학원 과정을 밟아보기도 하고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인데요, 분석철학을 좋아해 맨날 서강올빼미에서 양질의 정보를 감사히 얻으며 빚진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 글을 보니 저도 어느 정도 정보를 공유해드릴 수 있겠다 싶어 덧글 달아봅니다.
윗분께서 잘 설명해주셔서 제가 굳이 더 할 말은 없지만.. 도움이 되고자 덧붙이자면 제 주변(..)에 한정해봤을때 bk나 기타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지방의 대학원 학생들도 조교 등의 업무를 통해 상당부분 지원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bk장학금을 받는 경우보다는 업무를 추가적으로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겠지만요. 하지만 bk선정 학교든 일반적인 학교든 어디까지나 딱 생활 가능한 수준 정도로만(특히 석사과정의 경우)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장학금은 어디까지나 학교마다 경우가 워낙 많이 다를 수 있어 직접 확인해보시는게 필수적입니다.
중장년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시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도 많고 직장도 다니시는 분들이 저보다 배움에 열정적이셔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청년 또는 중년층의 경우에도 병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다니는 직장 내에도 석사과정 또는 박사과정을 병행하는 분들이 다수 있습니다. 정해진 특정 시간대에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직종의 경우 또는 유연근무가 가능한 직종의 경우에는 업무시간대를 제외한 시간에 개설된 수업들을 들을 수 있죠.(또는 수업시간표에 맞추어 유연근무를 할 수도 있구요) 또 대학원에 야간수업이 개설된 경우에는 일반적인 9 to 6 직종도 가능합니다.
저도 혼자 분석철학을 취미로 읽으며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건 학계분들도 실수하는 경우도 많아요. 앎과 알지 못함을 구분짓는 것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자신의 사유를 재검증하는 근면함, 그 검증을 깨끗이 진행하고 받아들이는 겸허함이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네요. 직장에서 짬날때마다 작성해서 횡설수설한 면이 있을 수도 있어요ㅎㅎ 아무쪼록 결정 내리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