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아마추어 생초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뭣모르고 드리는 질문.."모든 게 결정되어 있고, 우연하다면, 도덕은..?", "언제쯤 철학을 잘하게 될까.."

안녕하세요

제가 철학을 좋아하는지조차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최근 나이젤 워버턴 작가님의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10가지 성찰] 중 옳음과 메타윤리학 파트를 읽다가
여러 의문이 생겨서 찾아보다가 더 모르겠어서 질문드립니다..

공리주의, 자연주의, 반자연주의, 의무론적 윤리..
여러 정의관을 바라보며 든 생각인데
이 모든 정의관이 하나의 정답을 향해 나아가기 있는 건지
아니면 그런 이해 모델은 틀렸고, 그냥 동등한 차이의 수많은 정의관이 있는 건지가 궁금합니다.

의무와 성숙 중 무엇이 더 좋은 걸까요?
그저 의무이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 없이(동기에서는)
의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과
선행과 이타적인 행동이 진심으로 좋고, 타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어도 줬다는 생각이 없이 행동하는 사람 중, 누가 더 현명하고 누가 더 잘 사는 걸까요?

이 모든 것이, 입자들의 충돌과 어떤 도미도의 일환이고,
우리는 선택한 적이 없이 그저 움직일 뿐이라면, 영웅적인 행동 역시 엄밀히 따지면 그 사람의 선택이 아니니
그것을 칭송할만한 근거가 없지 않을까요? 자의지가 없는 선택(이게 선택인지도 의문이지만)은 착하고 말고가 없으니까요. 전 개인적으로는 제 3번 의문이 산산히 부서지길 바랍니다..

도덕은 최소상한선인가요 아니면 무언가에 대한 수렴인가요? 도덕은 "이런 거만 안 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인가요 아니면 "이런 인간상(부처나 군자 같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인가요?

5.(여기서부턴 다른 내용들입니다)
항상 머릿속에서 어떤 애매한 느낌이나 어렴풋한 의문이 떠오르는데, 이를 문장으로 뽑아내지 못하고 "어..음..이런 건.." 하는 감각으로만 남겨두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감각을 잘 포착해서 문장으로 정확히 질문할 수 있을까요?

예시: "사랑의 이유는 뭘까? 사랑이 이유가 있어야 할까? 외모, 추억, 상대의 인품? 외모가 이유라면 비교대상이나 대체할 존재가 너무 많지 않나? 그리고 늙으면서 쇠락하기도 하고. 추억은.. 그럼 추억 쌓기 전에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못하는 건가? 기억상실에 걸리면 '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냐' 하고 떠나야 하나? 그 사람이니까 좋다? 그게 말이 되나? 그 사람만이라는 이유로 좋아할 수 있나? 이름이 좋단 건 아닐탠데, 그 사람이라는 존재가 뭐지? 사람도 계속 바뀌지 않..아 뭐지? 뭔가 헷갈려..사랑이...음..?"

6.(질문은 아닙니다!)
철학을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정말 많은 철학자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헤겔이나 칸트같은 사람은 한명한명이 다른 학자들 20배는 넘게 해먹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서 이 어려운 용어로 영어나 다른 알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는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싶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도 보니 막막합니다..

제가 생각도 많이 얕아서 질문의 수준이 평이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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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철학이 궁금한 고등학생 분의 질문인 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나는 아조씨입니다..

  1. 글쎄요, 저도 궁금하네요. 하나의 올바른 도덕 이론 혹은 메타윤리 이론이 있을까요? ㅎㅎ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이론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이론이 옳다 혹은 가장 적절한 이론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1* 공리주의와 의무론 같은 것들은 보통 규범 윤리(normative ethics) 이론에 해당하고, 자연주의 반자연주의 같은 것들은 보통 메타 윤리(metaethics)적 입장으로 분류됩니다. (표준적이라고 감히 말할 순 없지만) 규범 윤리학은 보통 "무엇이 어떤 행위를 옳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묻고, 메타 윤리학은 "'옳음'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묻는다고 거칠게 나눌 수 있겠습니다.

  2. 의무이기 때문에 하는 행위와 타인에 대한 사랑과 아낌으로 하는 행위 중 무엇이 더 좋은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죠? 그런데 '더 좋다'라고 할 때 어떤 차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도덕적인 측면에서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래에서 쓰신 것처럼 현명함이나 잘삶의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만약 도덕적 측면에서 비교한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도덕적 차원에서 볼 때 a 행위가 b 행위보다 더 좋다"라는 말이 언제 참이 되는지를 생각해봐야겠죠.

  3. 이 질문은 항상 나오는 질문이네요ㅎㅎ 결정론, 즉 모든 사건은 그것에 선행하는 사건과 자연 법칙에 의해 인과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고전적인 논제와 도덕성(예컨대, 도덕적 책임이나 비난가능성 등)이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주제는 아주 오래된 주제입니다. 올빼미에서도 아마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것이고, 시중에도 괜찮은 책들이 있을 거예요.

  4. 보통 후자는 덕 윤리(virtue ethics)로 여겨지는 일군의 이론들이 공유하는 입장으로 여겨집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가?" 혹은 "어떤 행위가 옳은가?"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죠. 철학에서 합의된 통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답니다. 이거냐 저거냐에 대해 합의된 입장은 당연히 없지요. 중요한 건 각 입장들을 취했을 때 생기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그걸 어떻게 풀 건지가 아닐까 싶네요.

  5. 낙서와 메모를 많이 해두셔요. 다 쓸모 있진 않겠지만 나중에 어떤 철학적 문제를 다룰 때 색깔있는 접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개인적으론 곤조 있고 자기 색깔 있는 사람이 참 멋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요ㅎㅎ..

지금 보시던 책을 다 보시고 나면 최훈 교수님이 쓰신 <위험한 철학책>도 한 번 읽어보세요. 입문서 중에서는 가장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내용도 알차답니다.

더 궁금한 거 있으시면 올빼미 DM 남겨주셔도 돼요! (뉴비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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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드립니다! 쉽게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덕분에 기존에 있던 의문들에 대한 실마리도 잡을 수 있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워버턴)이랑 주빈해둔 호스퍼스의 책 읽고 나면 말씀하신 책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정성 어린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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