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논리의 학』, 제 1장 존재

『논리의 학』 1권 82-113에서 주석을 제외한 텍스트를 번역해봤습니다.

제1장 존재

제1부 규정성(질)

존재는 무규정적 직접성이다. 존재는 본질에 대립하는 규정성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본질을 자기 자체 내에 포함할 수 있는 규정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이 무반성적인 존재는 직접적으로 자기 자체에 머물러 있는 대로의 존재이다.

존재는 무규정적인 까닭에 질이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이 존재에게 무규정성이라는 성격은 규정적인 것 내지 질적인 것과의 대립 속에서만 제시된다. 그러나 존재 일반에 규정적 존재 자체가 마주세워진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그 무규정성 자체가 존재의 질을 구성한다. 따라서 존재는 첫 번째 존재가 즉자적으로 규정된 것이라는 점을,

두 번째로 존재가 현존재로 이행한다는 점 즉 존재가 현존재라는 점을, 그러나 이 현존재는 유한한 존재로서 자기를 지양하여 존재와 자기 자체의 무한한 관계인

세 번째 대자존재로 이행한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제1장 존재

A. 존재

존재, 순수 존재─그 이상의 어떤 규정도 없이. 무규정적 직접성 속에서 존재는 자기 자체와만 같으며 타자와는 같지 않고, 그 안으로도 밖으로도 어떤 상이함도 지니지 않는다. 여하한 규정이나, 존재 안에서 구별되거나 존재를 어떤 타자로부터 구별된 것으로 정립시키는 내용을 통한다면 존재는 순수성 속에서 포착되지 않을 것이다. 존재는 순수한 무규정성이자 공허한 것이다.─여기서 직관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존재 안에서는 아무것도(nichts) 직관될 수 없다. 또는, 존재는 이 순수하고 공허한 직관 자체이다. 마찬가지로 존재 안에서는 무언가가 사유될 수 없으며, 또는 이 공허한 사유이다. 무규정적이고 직접적인 것인 존재는 사실 무(Nichts)이며 더 이상 무에 다름 아니다.

B. 무

무, 순수 무. 무는 자기 자체와의 단순한 같음, 완전한 공허, 규정 없음이자 내용 없음이며, 자기 자체 안의 무구별성이다.─여기서 직관이나 사유를 언급할 수 있다면, 무는 무언가가 직관되거나 사유되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직관되고 사유되지 않는지의 구별로서 유효할 것이다. 무를 직관하거나 사유하는 것[아무것도 직관하고 사유하지 않는 것]은 따라서 의미를 지닌다. 양자가 구별되며, 우리의 직관이나 사유에는 무가 있는 (존재하는existiert) 것이다. 또는 오히려 무는 공허한 직관 또는 사유 자체이며 존재와 동일한 공허한 직관 또는 사유이다.─그러므로 무는 존재와 동일한 규정 또는 오히려 무규정성이며 그런 까닭에 순수 존재인 것과 단적으로 동일하다.

C. 생멸(Werden)

a. 존재와 무의 통일

따라서 순수 존재와 순수 무는 동일하다. 진리인 것은 존재도 무도 아니라 오히려 존재가 무로 무가 존재로─이행한다는 점이 아니라 이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진리는 양자의 무구별성이 아니라, 양자가 동일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구별되어 있지만 그만큼 분리되지 않고 분리될 수 없으며 직접적으로 각각이 자기의 반대 속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자의 진리는 한 쪽이 다른 쪽으로 직접적으로 사라지는 운동인 생멸이다. 생멸은 양자가 구별되어 있지만 직접적으로 해소된 그런 구별을 통해 구별되어 있는 운동이다.

b. 생멸의 계기들

생멸, 발생(Enstehen)과 소멸(Vergehen)은 존재와 무의 불가분성이다. 이는 존재와 무로부터 추상된 통일이 아니라, 존재와 무의 통일로서 규정적인 통일 내지는 그 안에 존재도 무도 있는 통일이다. 그러나 존재와 무 각각이 자기의 타자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양자는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통일 속에 있지만 사라지는, 지양되는 통일 속에 있다. 존재와 무는 처음에 표상된 자립성에서부터, 구별되어 있지만 동시에 지양되는 계기들로 가라앉는다.

이러한 구별성에 따라 양자를 이해할 경우 각각은 다른 것과의 통일로서 동일한 것 속에 있다. 따라서 생멸은 각각 존재와 무의 통일인 두 가지 종류의 통일을 담지한다. 하나는 직접적인 것이자 무와의 관계인 존재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적인 것이자 존재와의 관계인 무이다. 규정들은 이 통일들 속에서 동등하지 않은 가치를 지닌다.

이런 방식으로 생멸은 이중적인 규정 속에 있다. 한 쪽의 규정 속에서는 직접적인 것으로서의 무가 있다. 즉 이 규정은 무로부터 시작하거니와 이 무는 존재와 관계 맺는다. 즉 존재로 이행한다. 다른 쪽 규정에는 직접적인 것으로서의 존재가 있다. 즉 이 규정은 존재로부터 시작하거니와 이 존재는 무로 이행한다.─두 규정은 발생과 소멸이다.

발생과 소멸 모두 동일한 생멸[되어감]이며 그렇게 구별된 방향들로서 상호 간에 스며들어 서로를 무력화한다. 그 중 한 방향은 소멸이다. 존재는 무로 이행하지만 무는 마찬가지로 자기 자체의 반대, 존재로의 이행인 발생이다. 이 발생은 다른 쪽 방향이다. 무는 존재로 이행하지만 존재는 마찬가지로 자기 자체를 지양하며 오히려 무로의 이행인 소멸이다.─양자는 서로 마주하여 즉 하나가 외면적으로 다른 하나를 지양하기보다, 각각이 자체 즉자적으로 자기를 지양하며 각각이 자기 자체로 자신의 반대물이다.

c. 생멸의 지양

발생과 소멸이 자기를 정립하는 곳인 평형은 일단은 생멸 자체이다. 그러나 이 평형은 마찬가지로 정적인 통일로 합쳐진다. 존재와 무는 오로지 사라지는 것으로서만 이 평형 안에 있다. 그러나 평형 자체는 존재와 무의 구별성을 통해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의 사라짐은 생멸의 사라짐 내지 사라짐 자체의 사라짐이다. 생멸은 정지 없는 동요인바, 이 동요는 정적인 결과로 내려앉는다.

이는 다음처럼 표현될 수도 있다. 생멸은 존재가 무로 무가 존재로 사라지는 일이자 존재와 무 일반이 사라지는 일이다. 그러나 생멸은 동시에 이들의 구별에 근거해 있다. 따라서 생멸은 자체 내에서 모순된다. 왜냐하면 생멸은 대립되는 것을 자기 내에 합일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합일은 파괴되고 만다.

이 결과는 사라짐이기는 하지만 무로서의 사라짐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이미 지양된 규정 중 하나로의 후퇴일 뿐 무와 존재의 결과는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정적인 단순성이 된 존재와 무의 통일이다. 그러나 정적인 단순성은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독자적으로가 아니라 전체의 규정으로서 존재이다.

이처럼 존재하는 것으로 있는, 또는 이 계기들의 일면적인 직접적 통일이라는 형태를 지닌 존재와 무의 통일로의 이행으로서, 생멸은 현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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