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 『윤리형이상학 정초』 "머리말" 요약

머리말
(1) 학문들의 구분과 윤리학의 지위
칸트는 학문을 물리학, 윤리학, 논리학으로 나눈 고대의 구분을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다(IV387). 그에 따르면 모든 이성인식은 질료적(어떤 객관[대상]에 관련되는 인식)이거나 형식적(객관에 관계 없이 순전히 이성 자신의 형식 및 사고 일반의 보편적 규칙들만을 다루는 인식)이다. 이때 형식적 학문은 논리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질료적 철학은 자연의 법칙에 따른 물리학이거나 자유의 법칙에 따른 윤리학이다(같은 곳). 가이어에 따르면, 여기서 칸트는 도덕에 관한 이론을 자연에 관한 이론과 엄격히 분리시킴으로써 흄이나 허치슨 같은 철학자들의 자연주의적 접근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Guyer 52). 자연의 법칙들은 "그것들에 따라 모든 것이 일어나는" 법칙들인 데 반해, 자유의 법칙들은 "그것들에 따라 모든 것이 일어나야만 하는" 법칙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적 학문들은 또한 아프리오리한 철학적 탐구가 가능하다. 이때 그 자연 이론을 자연 형이상학, 자유 이론을 윤리 형이상학이라고 부른다. 즉 윤리학은 (경험적) 실천적 인간학이거나 (아프리오리한) 도덕학이다. 앨리슨은 여기서 이 '실천적 인간학'을 아프리오리한 도덕 형이상학을 보완하는 역할, 즉 "사람들에게 적용된 도덕철학"으로서 본다(Allison 18).
칸트는 순수하게 실증적인 윤리학만이 다루어진다면, 즉 "그것을 올바르게 판정할 실마리와 최상의 규범이 없는 한, 갖가지 부패에 굴복"(IV390)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경험적] 인간학에 속하는 모든 것에서 온전히 씻겨진 것일 터인 순수 도덕철학"(IV389)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서 칸트의 윤리 형이상학은 실증 윤리학, 경험적 윤리학의 기초이자 토대를 마련해 준다. 즉 그것은 '절대적 필연성'을 동반해야만 한다.
앨리슨은 여기서 이 '절대적 필연성'(absolute necessity)이라는 말에 관해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규범적(prescriptive) 해석으로, 이것이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필연성"을 의미한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양상화된(modalized) 해석으로 이것이 "이성적 존재들의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옳은 것으로 생각되어야 하는 절대적 필연성"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러나 규범적 해석에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먼저 의무가 특정한 불합리한 상황에서 예외상황을 허용하기 때문에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또 원칙 아래에서 규범적 필연성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원칙 자체의 필연성은 논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앨리슨은 두 번째 해석을 지지하면서, 이것이 "단지 모든 이성적 존재자가 아니라 모든 생각 가능한 이성적 존재자들에게도 합당함"을 암시한다고 본다(Allison 24).
코스가드 또한 이 필연성이 경험적 방식이 아니고 아프리오리한 필연성이어야 할 이유를 그것이 규범성의 한 요소인 구속력을 지니려면 단지 상대적 보편성이 아닌 절대적 보편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Korsgaard 106).
결국 도덕법칙들은 아프리오리하게 탐구되어야 하는데, 이를 칸트는 "도덕철학은 인간학으로부터 조금도 빌려오지 않으며, 오히려 이성적 존재자인 인간에게 선험적 법칙들을 수립한다"고 말한다(IV389). 이것 역시 흄을 위시한 도덕감정론자들에 대한 거부로 읽힐 수 있다.
윤리 형이상학은 불가결하게 필요한데, 왜냐하면 실천적 원칙들을 올바르게 판정할 "최상의 규범"이 없는 한 갖가지 부패에 굴복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가드는 위의 논문에서 이미 규범성의 두 요소가 동기부여와 구속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려면, 그것은 "윤리 법칙에 알맞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것은 또한 윤리 법칙을 위하여 일어난 것이어야 한다"(IV390). 그렇지 않을 경우 저 알맞음은 매우 불안정해진다. 다시 말해서, 올바른 행위의 판단 근거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렇게 칸트는 규범을 내재적인 것으로 봄으로써 필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칸트는 오직 철학자들만이 선을 인식하고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칸트는 도덕철학을 우리의 보편적 상식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수호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Allison 31).
칸트는 이어서 볼프의 '일반' 실천철학을 비판하면서, "윤리 형이상학은 '가능한' 순수의지의 이념과 원리들을 연구해야 하지 인간의 의욕 일반의 작용들과 조건들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며 그의 이론이 형식주의라고 비판한다(IV391). 즉 윤리 형이상학은 행위의 일반성의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오리한 층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 윤리 형이상학을 정초하는 연구의 방향
칸트는 이 저술의 목적을 "도덕성의 최상 원리의 도덕성의 최상 원리의 탐색과 확립"(IV392)이라고 선언하며, 여기서 행하는 사유는 "분석적"(1절)이고 "종합적"(2, 3절)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머리말의 말미에서 밝힌다. 즉 전자는 이미 주어진 것(상식)에서 윤리 형이상학적 자율을 이끌어내고자 하고, 후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전개된다. 가이어는 이것이 상식적 인식으로부터 출발해 도덕성의 최고 원리를 규정하고, 다시 그 원리를 검토하여 상식적 인식으로 되돌아가는" 마치 원형의 구조를 따른다고 본다(Guyer 67).
그리고 이 이행의 세 가지 부분은 다음과 같이 나뉘어진다: 제1절 평범한 윤리적 이성인식에서 철학적 이성인식으로의 이행, 제2절 대중적 윤리 세계지혜에서 윤리 형이상학으로의 이행, 제3절 윤리 형이상학에서 순수 실천이성 비판으로의 이행.

참고문헌 및 약어 표기
임마누엘 칸트, 『윤리형이상학 정초』 백종현 옮김, 아카넷, 2021. (쪽수는 원서 면수 기준. 예: IV392=전집판 392쪽)
폴 가이어, 『칸트의 도덕형이상학 정초 입문』 김성호 옮김, 서광사, 2019. (Guyer로 표기)
크리스틴 M. 코스가드, 『목적의 왕국』 김양현 강현정 옮김, 철학과현실사, 2007. (Korsgaard로 표기.)
Allison Henry, E. (2011). Kant's Groundwork for the Metaphysics of Morals: A Commentary. Oxford, GB: Oxford University Press. (Allison으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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