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 결국 실험과 관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경험적' 학문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적어도 흄이 보기에, 물리학이 제시하는 모든 지식들은 결국 '경험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물리학이 (a) 인과관계를 사물들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인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b) 자신이 전제하고 있는 그 '인과관계'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결국 물리학은 기초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죠. 즉, 인과관계의 필연성을 물리학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이 인과관계의 필연성에 대한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물리학이 (스스로 '경험적' 학문이라고 자부하는 태도와는 달리,) 자기 자신이 상정하고 있는 '인과관계'를 경험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에, 흄은 물리학조차도 회의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