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배움에 대한 질문

안녕하세요.

작년 중3 때에 서강올빼미를 알게 되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학생입니다.

철학 학습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철학을 배우면 정신이 단단해지나요? 쇼펜하우어, 아렌트, 니체, 공자, 대승불교, 기독교 등등 여러 철학 영역에서 개인의 삶에 대해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개념들을 배워나가면 삶의 거시적인 의미나 일상적인 일들에 실제로 이런 개념들을 이용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나요? 예를 들어, 연인의 외도나 친구와의 다툼 등등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철학 개념을 이용해 그 고민들을 해결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나요? 철학을 배우면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나요?

  2. 철학을 배우면 소설이나 영화 등등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나요? 철학을 배우면 동화나 영화, 드라마 같은 것들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생기나요? (예: "저 인물은 이러저러한 집착을 놓지 못해 무명 상태에 놓여 있고 아상을 버리지 못하... / 저 사람은 세상의 시선을 내부로 끌어들여 스스로를 감시하며 비본래적 자기기투로서 살아가며 판옵티콘의 죄수를 자처... / 이 이야기는 이러저러한 철학적 교훈이... / 저 대사는 공리주의적인...)

  3. 철학을 배우면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줄 수 있나요? 서점에 가 보면 "초역 부처의 말,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등등의 철학 이론을 활용해 고민에 대하 다루는 책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런데 철학을 배우면 다른 사람의 고민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4. 철학을 배우면 언어능력이 높아지나요? 철학을 배우면 어려운 글을 읽는 능력(문해력), 필력, 토론 능력(언변)과 같은 언어 관련 활동을 잘 하게 되나요?

  5. 시지프 신화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대충 갈래는 잡히지만(사실 제가 대충 잡았다는 그 갈래 역시 오독일수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소유나 존재냐를 시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은 난해한 책을 읽을 때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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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만, 물리학이나 사회과학처럼 여타 학문을 공부하고 나서 그러한 이점을 얻을 확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원전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설사 이해한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체계적인 오독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나는 건 두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교과서라고 불리는 책들을 읽고 나서 원전을 읽는 것이고,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같은 읽기에 비교적 편안한 책들을 위주로 읽으면서 글의 논증을 파악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추신: 철학 책을 읽을 때는 국어 수업에서 하듯이 읽기 보다는, 철학자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논증화 해서, 말이 되게끔 만들어보는 것이 저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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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개인적인 경험에만 의거해서 말씀드리자면:

  1. 거의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철학을 배운다고해서 정신이 건강해지거나 소위 멘탈이 강해지는 건 아닙니다.
  2. 영화나 소설 등에 철학을 대입하는건 자주 있는 일이죠. 이건 맞는 것 같습니다.
  3.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대해 더 잘 상담해줄 수 있는 능력은 철학에 대한 학습으로부터 나오지는 않습니다. 인지행동치료법 등이 스토아 철학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이건 임상심리학 등의 전문분야에서 훈련하는 영역이고, 대학에서 배우는 일반적인 철학을 공부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더 좋은 조언을 줄 수 있고 이런건 아닌 것 같습니다.
  4. 그렇겠죠. 구어적 측면보다는 문언적 언어능력이 더 좋아질 겁니다.
  5.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책이 잘 이해가 안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다른 책도 읽고 인생경험도 더 늘어나면서 예전에 이해가 안 갔던 책이 이해가되기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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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 외의 근거는 없는 대답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써볼게요.

  1. 제가 생각하기에 정신의 성숙은 철학 지식의 습득만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듭니다. 물론 그 지식의 내용을 실천함으로써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치면 인지과학이나 뇌과학, 심리학에서 제시해주는 방법들도 있으니까요.

  2. 어느 정도는 가능할지도요...? 특히 몇몇 예술 작품은 아예 어떤 철학자의 체계 전체를 레퍼런스로 삼곤 하니까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철학'만' 예술의 레퍼런스가 되는 게 아니니까요.

  3. 음.... 흔히 세간에서 말하는, "너 T야?"와 같은 말을 듣는 해결책은 쉽게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고민 상담의 의의라는 것이 해결책 제시에만 있지 않으니...

  4. 이건 조금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네. 저만 해도 이전보다 문해력이 꽤 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의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긴 한데...) 다만 단지 철학책을 문자 그대로 읽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무슨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이 논증에 어떤 문제점이 있지는 않은지, 다른 철학자들은 그 논증을 어떻게 파훼하는지 등을 생각하며 읽으면 이런 언어적 사고력이 증진되겠죠?

  5. 관련된 다른 해설서를 찾아봅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일단은 치워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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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하여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계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철학은 작성자님이 가지고 있는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특별한 학문이 아닙니다. 물론 철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고를 하다보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철학은 여타 다른 학문들처럼 비료가 될 뿐 주요적인 능력들은 철학 공부를 넘어서 작성자분이 스스로 길러나가서야 하는 부분일 듯합니다.

5: 원서가 어렵다면 시중에 나와있는 해설서들을 추가구매해서, 그것부터 읽어봅니다. 해설서도 이해가 안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오면 잠시 멀리 해두곤 합니다. 다른 책들을 읽다가 다시 읽어보면 이해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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