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윤리학적 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생각한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정말 동물권에 대한 반론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주장에 대한 반론의 제기는, 그 주장의 논리적 헛점을 지적하거나, 또는 주장의 수용에 있어서 불충분한 지점들을 드러내 보이는 기능을 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반론의 제기는, 논박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의 표명 외에도, 그것이 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지, 또는 모든 경우에 대해 타당한 주장이 아닐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야 합니다. 즉, 반론을 정당화하는 이유와 근거들이 적절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본문의 주장이 실제로 반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유나 근거를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몇몇 지점에서 함축되거나 생략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라는 결론은, 동물권에 대한 반론 보다는 오히려 동물권을 보다 급진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론은, 한편으로, 아무리 동물복지를 증진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육류를 소비하거나 또는 반려 동물을 윤리적인 방식으로 장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생명권이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그저 인간 사회의 소비재로서 사용되는 한, 동물권의 보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을 기각하거나 반대할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도덕적 판단 기준에서 쾌고 감수 능력이 실제로 인간에만 제한된 것인지에 관한 해석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결론은 앞에서 주장한 피터 싱어의 쾌고 감수 능력에 대한 해석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알기론, 싱어가 강조한 쾌고 감수 능력은 인간에 대해 적용되거나 (능력의 적용 대상으로서 인간) 또는 인간의 인지를 위해 마련된 (인간의 인지를 이유로 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생물학적인 사실, 대부분의 생물에게는 쾌락과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는 (sentient) 능력이 있고, 이러한 능력 또한 인간과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논증의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나요? (이 부분은 제가 싱어의 <실천윤리학>을 주의 깊게 읽지 않아서 잘 기억이 아니 않네요ㅎㅎ;;)
다른 지점에서 살펴본다면, 입증하기 어려운 큰 주장들, 또는 다른 연구들을 통해 보충되어야 할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규범을 신성하게 만들기 위해 이러저러한 방식을 택했는지, 또는 애초에 사회가 규범을 신성하게 만들고 또 신성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동물권 반론을 위해서는 너무 큰 입증 부담을 지는 주장이고, 이마저도 추가적인 연구들이 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철학에 관심을 갖고 또 나름의 공부를 이어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조금 주제 넘은 조언을 하자면, 조금 더 건조하게 글을 써보세요. 이때 건조하게 글을 쓰라는 제안은 문학적 표현이나 수사를 덜어내고,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근거로 이루어진 글을 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기본적으로 논증이라는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이 논증은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근거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반박하고자 하는 입장이 무엇을 실제로 주장했는지 직접 읽어보세요. 가령, 우리가 도덕 규범을 어떻게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거대한 담론 보다는, 동물 해방론을 옹호하는 입장이 실제로 어떤 주장을 하고, 그 주장의 구조가 어떤지를 찾아보세요. '동물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이러저러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한다더라'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러한 주장을 할까? 그 주장은 어떤 담론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계속 이어보고, 실제로 그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세요. 자신이 옹호하는 입장만큼 반박하고자 하는 입장도 공평하게 다루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명료하게 정리해보세요.
시중에는 동물 해방에 관한 책들이 꽤 출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기회가 된다면,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