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에 대한 조악한 반론입니다. 마음껏 귀중한 반박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겨듣겠습니다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시험과 숙제로 탐구의 길이 막힌 고1입니다.

조언과 반론을 바라고 주제넘은 글 하나 써 봅니다.

부디 마음껏 반박해 주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세겨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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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축사, 도축장, 애견샵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회는 자신들의 비도덕성을 인정하거나, 도축을 도덕적인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도덕의 규범을 신성하게 만드는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했다.

하나는 비도덕적인 것을 도덕적으로 포장함으로서 비도덕에 대한 배척과 수치를 드러내는 위선인 것이고

하나는 자신들의 비도덕성을 인정함으로서 규범의 지엄함을 지키는 악의 시인이다

마지막 하나는 도축을 진정으로 도덕적인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서 동물의 권리가 위선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동물해방씨, 쾌고의 감수를 고려하는 대상이 어째서 동물로까지 확대되어야 하나요?"

그것은 형식의 오류이다.
(쾌고감수의 이유와 대상은 인간이다)

윤리적 도축은 없다.

5성급 호텔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한들 유대인을 독가스로 죽인다면

그곳은 아우슈비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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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리학적 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생각한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정말 동물권에 대한 반론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주장에 대한 반론의 제기는, 그 주장의 논리적 헛점을 지적하거나, 또는 주장의 수용에 있어서 불충분한 지점들을 드러내 보이는 기능을 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반론의 제기는, 논박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의 표명 외에도, 그것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지, 또는 모든 경우에 대해 타당한 주장이 아닐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야 합니다. 즉, 반론을 정당화하는 이유와 근거들이 적절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본문의 주장이 실제로 반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유나 근거를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몇몇 지점에서 함축되거나 생략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라는 결론은, 동물권에 대한 반론 보다는 오히려 동물권을 보다 급진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론은, 한편으로, 아무리 동물복지를 증진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육류를 소비하거나 또는 반려 동물을 윤리적인 방식으로 장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생명권이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그저 인간 사회의 소비재로서 사용되는 한, 동물권의 보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동물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을 기각하거나 반대할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도덕적 판단 기준에서 쾌고 감수 능력이 실제로 인간에만 제한된 것인지에 관한 해석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결론은 앞에서 주장한 피터 싱어의 쾌고 감수 능력에 대한 해석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알기론, 싱어가 강조한 쾌고 감수 능력은 인간에 대해 적용되거나 (능력의 적용 대상으로서 인간) 또는 인간의 인지를 위해 마련된 (인간의 인지를 이유로 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생물학적인 사실, 대부분의 생물에게는 쾌락과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는 (sentient) 능력이 있고, 이러한 능력 또한 인간과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논증의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나요? (이 부분은 제가 싱어의 <실천윤리학>을 주의 깊게 읽지 않아서 잘 기억이 아니 않네요ㅎㅎ;;)

다른 지점에서 살펴본다면, 입증하기 어려운 큰 주장들, 또는 다른 연구들을 통해 보충되어야 할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규범을 신성하게 만들기 위해 이러저러한 방식을 택했는지, 또는 애초에 사회가 규범을 신성하게 만들고 또 신성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동물권 반론을 위해서는 너무 큰 입증 부담을 지는 주장이고, 이마저도 추가적인 연구들이 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철학에 관심을 갖고 또 나름의 공부를 이어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조금 주제 넘은 조언을 하자면, 조금 더 건조하게 글을 써보세요. 이때 건조하게 글을 쓰라는 제안은 문학적 표현이나 수사를 덜어내고,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근거로 이루어진 글을 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기본적으로 논증이라는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이 논증은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근거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반박하고자 하는 입장이 무엇을 실제로 주장했는지 직접 읽어보세요. 가령, 우리가 도덕 규범을 어떻게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거대한 담론 보다는, 동물 해방론을 옹호하는 입장이 실제로 어떤 주장을 하고, 그 주장의 구조가 어떤지를 찾아보세요. '동물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이러저러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한다더라'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러한 주장을 할까? 그 주장은 어떤 담론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계속 이어보고, 실제로 그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세요. 자신이 옹호하는 입장만큼 반박하고자 하는 입장도 공평하게 다루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명료하게 정리해보세요.

시중에는 동물 해방에 관한 책들이 꽤 출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기회가 된다면,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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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드립니다. 정말 좋은 조언이에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제 글은 동물권에 대한 반론보다는 동물에 대한 사회의 모순(동물의 권리와 동물보호법, 그리고 도축장이 공존하는 것)과 위선(반려동물과 가축의 구분)에 대해(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러한 행태가 실제한다고 가정하고) 논하는 글로서 명명되어야 할 것 같네요. 또한 최대한 건조하고 수사적이고 시적이고 문학적인 언어를 제하여 주장, 논증 자체만을 서술하라는 조언 역시 제게는 정말 와닿는 조언입니다. 제가 써야 할 글은 선전용 대본이나 문학이 아니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말하는 바의 전제(도덕규범의 절대화, 신성화 등)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 설명이 지금 보니 많이 미흡하여, 보충을 하자면

쾌고감수에 대한 대목에서

제가 알기로는 피터 싱어께서는 공리주의에 기반을 두고 저러한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상에서 쾌고의 고려의 대상을 인간에서 동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쾌고감수'라는 단어만을 본 판단으로서, 문장적인 해석이자 형식만을 따르는 "쾌고가 고려되어야 한다 -> 동물도 쾌고감수능력이 있으니 동물의 쾌고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식의 비약이고 오류라고 생각했습니다. 쾌고감수능력이 있다 한들 고려되어야 하는 쾌고는 인간의 쾌고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왜 인간만?" 이라는 의문과 근거 부실이 드러나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조언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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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dwarf_720님과 거의 비슷하게 생각하였습니다. 특히 처음 글의 '결론'이 무엇인지가 매우 불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글 제목은 "동물권에 대한 조악한 반론"이라고 되어 있는데, 글 내용은 "윤리적 도축은 없다."라고 말하고 있어서, 그 두 가지 주제가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의문스러웠습니다.

혹시 "동물권을 주장하려는 사람들은 윤리적 도축의 필요성을 옹호한다. 그러나 애초에 윤리적 도축이란 없다. 따라서 동물권을 주장하려는 사람들은 틀렸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이었나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글의 핵심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증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처음 글은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이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형태로 제시될 수 있다고 봅니다. "동물이 쾌고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사실'로부터 "동물의 쾌고감수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라는 '당위'가 곧바로 따라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잘 포착하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단순한 사실에서 윤리적 당위를 도출할 수 없다는 지적은 G. E. 무어가 『윤리학 원리』라는 책에서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이름으로 제기한 바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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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설명을 덧붙여주시니 반론의 핵심을 조금 더 잘 파악할 수 있겠네요! @YOUN 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동물 또한 쾌고 감수 능력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동물의 쾌고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반론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재구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재구성 과정에서 이 부분이 조금 더 강조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이러한 근거를 제시하셨지만, 또 이에 대해서 스스로

이라는 의문으로 나아간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계시겠지만, 여기서 몇 가지 문제들이 뒤따를 것 같습니다. "왜 인간의 쾌고만이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가령, 인간의 쾌고가 지니는 특징들, 따라서 그것이 동물의 쾌고에 대해 지니는 우선성이나 우월성에 대한 물음, 아니면 쾌고를 감수하는 능력이 지니는 특징들 등등 여러 물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러한 문제들이 생겨난다고 해서 "동물에게 쾌고 감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동물의 쾌고를 고려해야한다는 당위를 포함하진 않는다"라는 반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이 문제들이 잘 해결된다면, 이상의 반론을 보다 더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번 시간을 들여서 관련된 책도 읽어보시고, 찬찬히 반론을 구성해보세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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