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철학 입시 도움

안녕하세요 작년에 우연히 서강올빼미라는 곳을 알게되어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은 고3 유저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철학 분야로 진로를 확고히 하고, 철학과를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철학 탐구 활동으로 생기부를 채어놨습니다. 이제 곧 수시 원서 접수도 시작되고 약 3년동안 철학으로 채어왔던 제 생기부도 마감이 되는데요. 사실 매번 탐구 활동을 하며 회의감과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설 컨설팅 없이 모든 탐구를 혼자 진행해오면서 "내가 이 이론을 제대로 이해해서 탐구를 하는 게 맞는건가?" "내가 뭔가 간과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게 여기에 적용 가능한 이론이 맞을까?" 등등 제 이해에 대한 확신 없이 탐구를 한 거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철학에 대해 얼만큼 아는건지도 모르겠고 제 지식이 너무 얕다는 생각도 듭니다. 생기부 기반 면접을 준비하려하니 더욱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실제로 철학 지식이 풍부하신 교수님이 제 생기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실 지 두렵기도 하고요 ㅠㅠ 철학 지식이 부족하여 제가 간과한 부분을 모르는게 너무 답답합니다. 제 탐구가 오류 투성이로 가득한건 아닐지.. 혹시 제가 생기부 활동으로 한 철학 탐구를 살펴봐주시고 조언해주실 멘토분이 계실까싶어 글 올려봅니다. 직접 원서 접수 기간이 닥쳐오니까 요즘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글이 횡설수설하네요..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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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도움을 드리긴 어렵지만,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는 몇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1) 철학 주제나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전공 수업을 한 번도 제대로 수강해 보지 않은 고등학생이 철학을 깊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게 훨씬 '비정상적인'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과열된 사회에서 입시와 직결된 서류에 전문적인 내용이나 활동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있다면, 입시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그게 훨씬 '의심스럽게' 보일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입시 담당자라면, 저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일들을 한 학생일수록 더욱 강하게 의심할 것 같습니다.)

철학 전공자일수록, 고등학생분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 수준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는 평균보다 훨씬 잘 하는 학생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학생분들조차 그 학생분들이 흥미와 적성을 느끼는 특정한 철학적 주제 내에서 잘 하는 것일 뿐, 어느 누구도 그 학생분들의 소질이나 능력을 일반화해서 '철학력(?)' 같은 것으로 객관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저 같은 대학원생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철학뿐만 아니라 전공 영역 일반에 적용되는 것이다 보니, 대학에서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2) 대학 입시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 현직에 계신 교수님들이 직접 참여하시는지 저로서는 다소 의문스럽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개는 입학처에서 서류 검토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원분들이 그런 작업에 참여하실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입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데 비해, 교수님들이 입시와 관련된 세부적인 행정 사항들을 숙지하기도 어렵고, 연구와 강의 시간 이외의 별도 시간을 내어 수많은 입시 서류를 일일히 확인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굳이 전공 교수님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류를 준비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들조차도 전공 교수님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렵고, 심지어 교수님들조차도 동료 교수님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렵고, 또 특정한 몇몇 교수님들을 만족시켰다고 해서 모든 교수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것도 전공 공부를 조금만 깊이 해보면 누구나 당연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천재 고등학생이 대학 교수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란 현실에서는 '거의' 벌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솔 크립키 같은 세기의 천재라면 모르지만, 한국 대학 입시가 그런 '세기의 천재'를 요구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천재를 골라낼 만큼 열려 있는 시스템인 것 같지도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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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철학을 이만큼 전문적으로 안다."를 보여주려 하는 것보다는, "나는 철학에 이만큼 열정이 있고 이만큼 노력을 쏟아왔다."를 보여주려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전략이지 않을까 합니다. 철학을 전공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고등학생에게 아주 전문적인 철학 지식이나 사유를 요구한다면, 그렇게 요구하는 사람이 오히려 잘못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제 생각에, 대학의 입시 담당자분들도 이 정도의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닙니다. 학생분 본인이 왜 철학 전공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만 있다면, 학생분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철학적 지식이 얼마나 전문적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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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고 구체적으로 위안되는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덕분에 마음이 놓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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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윗분 말에 동의합니다. 저는 사정상 철학과에 진학하지는 않았지만 생기부를 철학 관련해서 많이 채워놨는데요. 애초에 학부생도 대학원생도 아닌 저희가 대학 교수님들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조언이랄 것도 없지만 꾸준히 철학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네요 원서 한창 고민하실텐데 좋은 결과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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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설 컨설팅" 없이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교수님들 만나서 입시 얘기 들어보면 자기소개서 내용이 대부분 비슷해서 별로 감흥이 없고 거기서 벗어나는 자기 얘기가 있는 것에 좋은 인상을 받는다고 합니다.

  2. '다양한 철학 탐구 활동'이라는 게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생기부에 들어갈 만한 철학 활동에 어떤 것이 있을지, 특히 철학 교수에게 전공과 관련해서 인상을 줄 수 있는 게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철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하면, 저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 사실 많은 교수님들이 그런게 있는지도 잘 모르시고 처음 들으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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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꼭 좋은 결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ㅠㅠ 제가 말한 철학 탐구 활동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에 철학을 융합해서 하는 활동인데요. (예를들어 피터싱어의 동물해방론을 읽고 현대 사회의 귀여움 추구 문화와 종차별주의의 유사성을 고찰한 보고서를 쓴다던가요!) 뭔가 탐구 활동에서 고등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는 심도깊은 주제들을 다룬 거 같아서 걱정되기도 하네요.. 철학동아리에서 들뢰즈 안티오이디푸스 독후감을 썼었는데 확실히 이해한 것도 아니라서요…… 관련 질문 들어오면 면접 때 교수님한테 엄청 털릴 거 같아요:smiling_face_with_tear:

학부생도 아니고,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깊은 철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교수님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생기부에 언급된 것들에 대해서는 한번 더 공부를 해둬야겠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오류가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 지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불안하고 힘든 입시의 과정이지만, 노력해오신 만큼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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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face_holding_back_tears::smiling_face_with_t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