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진학 계획 및 타임라인
(3) 학교 선택, 지도교수 컨택 및 지도 승낙
(4) 장학금 지원
(5) 지출 비용 및 기타 꿀팁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3) 학교 선택, 지도교수 컨택 및 지도 승낙
어드미션 커미티가 심사하는 미국 입시와는 달리, 프랑스 입시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지도교수 컨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몇몇 예외적인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그리고 저는 운이 없게도 이 경우에 해당되어 추가적인 행정 요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사실상 지도교수가 지도해주겠다는 확답을 해주면 별 문제 없이 박사 과정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도교수가 나를 지도해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학교를 선택하는데 가장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지도교수 및 학교에 대한 정보는 석사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확보해놓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석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영미권 및 프랑스어권 참고문헌을 보면서 대략적으로 연구의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어떤 학교의 어떤 연구소에 어떤 교수가 있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서치는 학위 취득 후 진행하셔도 됩니다. 서치 과정에서 제가 고려했던 사항들을 크게 다음의 네 기준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지도 가능 여부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 가능 여부겠지요. 프랑스는 교수뿐만 아니라, HDR이라는 박사 논문 지도 자격을 취득한 연구원 역시 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문에 서치를 할 때 Chair를 가진 교수에 더해 HDR 자격을 가진 연구원까지 범위를 넓혀서 서치하셔도 됩니다. 물론, Chair가 없다는 점에서 여타의 불편한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예를 들어, 지도교수가 교수로 임용되어 학교를 옮기게 된다거나 하는 일 등), 나름의 장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예컨대, HDR 자격을 갖고 있고 아직 교수 자리를 얻지는 못한 연구원의 경우 대체로 젊은 연구자일 것이니, 열정적으로 지도해줄 수 있겠죠). 또 프랑스에서는 이런 식으로 지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듣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 가서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제가 위의 케이스의 장단점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
핏
다음으로는 지도교수와 핏이 잘 맞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주요한 세 가지 조건은 (1) 17세기 초기 근대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 (2) 철학사적 방법론을 연구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사람 (3) 데카르트 혹은 데카르트주의를 메인으로 다루는 사람. 이밖에도 있으면 좋은 추가적인 세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의학사, 해부학사, 생리학사 등 과학사적 맥락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 (2) 현대 영미권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사람 (3) 데카르트 이후의 1세대 데카르트주의자들에 대한 탐구를 지도해줄 수 있는 사람. 이 여섯 가지 기준을 토대로 어느 정도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보면서 교수를 검색했습니다. -
지도교수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제자 수
프랑스에서는 한 명의 지도교수가 지도할 수 있는 최대 박사생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관련 법규를 정확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명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해당 지도교수에게 몇 명의 학생이 지도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와 아무리 핏이 잘 맞더라도, 현재 학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면 입학이 불가능 할 테니까요. 관련 정보는 theses.fr 등의 사이트를 통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만, 최신 정보는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직접 교수님께 컨택하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TO가 비어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TO가 암묵적으로 따로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 컨택을 통해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지도교수의 나이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하다면 젊은 교수님께 지도받고 싶었습니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HDR(박사논문 지도자격)을 딴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분이 더 열정적으로 나를 지도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실제로 제가 석사과정에서 한국 지도교수님의 첫 번째 제자로서 다양한 수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수님도 지도가 처음인지라 서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교수님과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자유방임형보다는 통제형 교수가 지도교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박사과정에서도 학문적 커리어의 최정점에 있는 젊은 교수를 지도교수로 두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교수님들은 희망 지도교수 목록에서 과감히 제외했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자유방임형 지도스타일과 잘 맞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모든 은퇴를 앞두고 있는 교수님들이 자유방임형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연륜과 경험을 토대로 더 의미있는 지도를 해줄 수도 있겠지요. 또, 막 부임한 젊은 교수의 경우 행정처리나 본인 프로젝트 진행 등의 여러 업무로 인해, 매우 바쁠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저는 석사과정에서의 긍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학계의 최전방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교수님의 지도를 받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잘 고려해보시면 될 듯합니다.
어쨌든 우선적으로는 이 네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지형을 파악해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지도교수님께 연락해 여러 옵션들을 추천해달라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조언을 바탕으로 희망 학교와 희망 교수 목록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이 내역 역시 정리해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공개해보겠습니다.
-
ENS Lyon
1지망: Raphaële Andrault, Delphine Antoine-Mahut
2지망: Mogens Lærke -
Paris 1대학(팡테옹 소르본)
1지망: 없음
2지망: André Charrack
3지망: Sylvia Giocanti, Éric Marquer -
ENS Paris
1지망: Jean-Pascal Anfray
2지망: Sophie Roux -
Paris 4대학(소르본)
1지망: 없음
2지망: Philippe Hamou, Dan Arbib -
Montpellier 대학
1지망: 없음
2지망: Delphine Bellis -
Nantes 대학
1지망: 없음
2지망: Denis Moreau
이런 식으로 리스트를 짰습니다. 1지망은 대부분의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2지망은 필수적인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혹은 필수적인 조건을 하나 정도 결여하고 있지만 그것을 상쇄할 다른 큰 메리트가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3지망은 어느 정도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포기하고 주전공을 바꾸기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로 생각했습니다.
이밖에 학교 및 지도교수 선택에 있어 부차적으로 고려했던 기준이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
연구소 환경 및 분위기
프랑스의 박사과정은 통상 연구소 소속으로 등록됩니다. 이걸 알게 된 뒤, 저는 제가 속하고자 하는 연구소의 박사생 목록을 살펴보며 외국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해보았습니다. 물론 성과 이름만으로 추측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고, 또 제가 아직 박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짓이 소용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외국인으로서 외국인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 서칭을 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시간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academia.edu 등의 사이트를 통해 해당 연구소에 있는 박사생들에게 컨택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직접 물어봤어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어쨌든 제가 가려는 연구소에 중국계와 일본계로 추측되는 이름의 박사생들이 있어서, 같은 동아시아인으로서 좀 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경험을 하긴 했네요. -
학교의 위치
현실적으로 추후 커리어를 생각할 때, 파리에 있는 학교로 가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또 현지 생활을 할 때도, 파리에 거주한다면 여러 파리 내의 대학들에서 열리는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고, 다양한 세미나에도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파리로 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이 조언들은 모두 프랑스 현지에서 유학 해보신 선생님들께서 해 준 것이므로 사실과 부합할 것이라 생각하고,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 하지만 저는 구태여 파리를 고집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저는 초기근대철학 연구를 철학사적 방식으로 연구하기를 원하는데, 이 전통을 선도하고 있는 연구소는 파리가 아니라 리옹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지도받고 싶은 두 명의 교수가 모두 같은 학교의 같은 연구소에 재직하는 상태에서 굳이 파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한국 지도교수님께서 ENS Lyon에서 피에르 프랑수아 모로(Pierre-François Moreau)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기 때문입니다. 현재 ENS Lyon의 IHRIM 연구소에 재직 중인 교수님들은 제 한국 지도교수님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은 분들이었고, 현재도 몇몇 분들과는 연락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지도교수님의 추천서가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 ENS Lyon이 그랑제꼴이라는 점 또한 선택에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몇몇 선생님들이 조언해주셨듯이, 귀국 후 학계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파리 대학이 유리하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ENS Lyon은 그랑제꼴이니 큰 단점은 없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어디서든 내가 잘 맞는 지도교수와 열심히 공부하기만 한다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잡마켓의 파리 대학 선호도 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대충 교수 리스트를 짰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컨택을 해야합니다. 컨택하는 순서는 취향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 1지망 >> 2지망 >> 3지망 순
- 3지망 >> 2지망 >> 1지망 (역순)
- 동시다발적(메일에 교수 이름만 바꿔서 복붙하기)
저는 뒷심이 약하고 성격이 급한 편이라 컨택 과정이 길어지면 지칠 것 같아서 1지망부터 컨택을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가장 지도받고 싶었던 선생님께 한큐에 오케이를 받았지만, 만약 거절당했다면 타격이 좀 컸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진득한 성격이신 분들은 안전하게 두 번째 방법으로 가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친구가 추천해준 방법인데, 컨택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점점 할수록 이메일 작문 실력도 늘고,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경우에도 말이 더 잘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1지망 교수에게 최대한 늦게 컨택을 하면 최적의 실력으로 인터뷰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게 그럴 끈기와 지구력이 없었을 뿐... 마지막 방법은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건데, 프랑스인들의 메일 답장 속도를 생각하면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 뿌려놓고 답장 오는 사람과만 연락해보는 겁니다. 다만, 이 방법의 단점은 교수 개인의 취향에 맞춰서 메일이나 지원동기서를 커스터마이징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교수들도 이런 부분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름이나 학교명 잘못 쓰기 등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심혈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이제 컨택 시 첨부해야 하는 서류 목록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1] Lettre de motivation (지원동기서)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업 이력과 지원 동기를 1-2페이지 정도로 서술하면 되는데, 석사과정 지원에서와 달리, 박사과정에서는 필수적이라거나 중요한 서류는 아닙니다. 구색맞추기 용도인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이 교수에게 지도받고 싶은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이 학교나 연구소의 방향이 나의 학업 이력에 큰 영향을 준 경우는 그 부분을 반드시 언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프랑스 편지 형식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자세한 예시는 검색해보면 많이 나옵니다.
제 경우 동기서를 아래와 같이 구성했습니다.
- 1문단: 간단한 자기 소개 및 편지의 목적 두괄식으로 짧게
- 2문단: 학업이력, 특히 석사 논문에서 다룬 주제와 방법론 설명
- 3문단: 학업이력, 특히 학술적 활동 이력과 외국어 습득 이력에 대한 설명
- 4문단: 당신에게 지도받아야 하는 필연성에 대한 설명, 구체적 서지사항 두 가지 언급
- 5문단: 박사논문에서 다루고 싶은 주제에 대한 간략한 설명
- 6문단: 첨부파일(CV, Projet de recherche)에 대한 언질
- 7문단: 상투적 인삿말
총 분량은 A4 레이아웃 여백 좁은 버전으로 11포인트 글씨 크기에 1장 반 정도로 작성했습니다.
[2] CV
프랑스 이력서는 미국과 달리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년도 역시 미국과 달리 최신순으로 쓰지 않는다고는 하는데 저는 그때 그걸 모르고 있어서 그냥 최신순으로 적어냈습니다. CV는 자기가 진학할 연구소의 학생들, 교수들의 CV를 참고해서 비슷하게 따라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적을 너무 과장되게 적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의 CV와 비교할 때, 갓 공부를 시작한 내 이력이 너무 빈약한 것 같아 이것 저것 같다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가독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CV를 다음과 같이 구성했습니다.
-
Formation (학업 이력)
여기에는 학부, 석사 졸업 관련 정보를 적었고, 석사 논문 제목과 지도교수 이름을 적었습니다. 학점이 나쁜 편은 아니라 미국 식으로 GPA 역시 기입했으나, 프랑스의 경우 A, B, C로 점수를 매기지 않고 2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GPA라는 말 자체를 안 쓰는 것 같더군요. 프랑스 친구들이 다들 GPA가 뭐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수석이나 차석이 아닌 이상 굳이 기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Domaines de recherche (연구 분야)
17세기 초기근대철학, 데카르트주의, 데카르트주의 수용사, 의철학, 해부학의 철학, 지성사 정도를 언급했습니다. -
Publications (출판물)
2019년 출판 논문 한 편, 2024년 출판 논문 한 편, 그리고 2024년 출판 교내지 논문 한 편, 출간 예정 번역서 한 권을 기입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프랑스 사람들은 KCI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KCI Indexed 같은 걸 굳이 기입하실 필요는 없구요, 차라리 피어 리뷰 저널이라는 걸 강조해주는 게 좋습니다. 또 DOI 넘버가 있는 경우, 공식 출판된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명시해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어, 두 논문의 DOI를 하이퍼링크로 처리하였습니다. -
Contrats de recherche majeurs (주요 연구 계약)
이건 굳이 필요한 항목은 아닌데, 제가 2022년에 모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운이 좋게도 전액장학금 + 한 달 100만원의 연구비를 받으면서 석사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풀펀딩 학생이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적어 넣었습니다. 한화로는 3000만원 좀 넘는 꽤 큰 돈이었는데 달러나 유로로 환산했을 때 얼마 안 되어 보여 굳이 액수를 기입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외국 연구자들은 주로 구체적인 액수를 달러나 유로로 표기하더군요. -
Conférences et Colloques (컨퍼런스와 콜로퀴움)
2024년 국내 학회에서 발표 내역, 2020년 학과 발표회 논평 내역, 2020년 학문후속세대 콜로퀴움 발표 내역을 기입했습니다. (이 항목을 적으면서 너무 빈약해 보여서, 예전에 서강대에서 열린 학회? 발표회?에서 윤 선생님의 데카르트 논문을 논평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절했던 걸 후회했습니다. 그때 그냥 할 걸 싶더라구요. 발표나 논평은 기회가 있을 때 해놓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
Autres expériences pertinents (기타 관련 경험)
콩디야크 강독 모임 회원, 학술적 글쓰기 멘토링 지도 경험, TA 지도 경험, 정암학당 연구보조원 근무 내역을 기입했습니다. 참여했던 많은 강독 중 구태여 콩디야크 강독만을 기입한 것은 1지망 교수님 중 한 분이 최근 콩디야크로 작업을 하신다는 정보를 접해서였습니다. -
Prix et financements complémentaires (수상내역 및 소규모 장학금)
우수논문상, 대학원생 학술 논문상, 공모전 수상 내역, 100만원~200만원 정도의 소규모 펠로우십 내역, 성적장학금 수상 내역을 기입했습니다. -
Compétence linguistique (언어 능력)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각각에 대해서는 TOEFL, Goethe-Zertifikat, DELF/DALF 시험 성적을 기입했고, 성적 취득 시기를 괄호 안에 표기했습니다. 한국어에 대해서는 모국어라고 표기했고, 라틴어는 읽고 번역할 줄 안다(lu et traduit)라고 표기했습니다.
[3] Projet de recherche (연구 계획서)
가장 중요한 서류입니다. 프랑스 박사 진학 서류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지도 승낙을 받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서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서류는 행정 절차상 필요한 구색 맞추기용 서류인 반면, 이 서류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실질적인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정성들여 써야 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써야 하는 서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프로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예시는 없는지 인터넷 세상을 헤맸지만 철학 분야의 완벽한 예시를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PDF 형태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몇 개의 예시가 있긴 해서 그걸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Domaine de recherche (연구분야)
-
Titre de la thèse (논문 제목)
-
Cadre théorique et problématique (문제의식)
당장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확정적인 논지를 도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문제의식 부분을 매우 정성들여 적자는 전략을 짰습니다. 분량 상으로는 4장 정도를 이 항목에 할애했고, 텍스트를 제 눈으로 독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습니다. (추후 지도교수님께서 피드백을 주셨을 때도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해주신 걸 보면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던 것 같습니다.) -
Description du projet (연구 세부사항)
연구 세부사항 부분은 소제목 4개로 나누어 탐구하고 싶은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가설적 답변을 내놓는 식으로 작성했습니다. 분량은 2장 정도 할애했습니다. (추후 지도교수님께서는 이 부분의 소제목 중 하나인 목적론 vs 기계론에 대해, 이 파트는 논문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너무 많이 탐구되고 논쟁된 부분이라 논문의 독창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Plan de travail (연구 계획 - 타임라인)
타임라인은 5년 계획을 잡아서 간략히 적어 냈습니다. (5년만에 하면 나쁘지 않은 거라 생각했는데, 추후 지도교수님께서는 실제로 5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아무리 길어도 6년 이상 할 수는 없으며, 공식적으로는 프랑스의 박사과정이 3년이기 때문에 이런 공식 제출용 문서에서는 3년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수정해야 함을 지적해주셨습니다.) -
Bibliographie sélective (참고문헌)
중요 문헌만 선별하여 4장 정도만 붙여 넣었습니다. (추후 지도교수님께서는 의학사, 생리학사, 해부학사와 관련된 문헌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시며, 박사과정에서 채워나가면 된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4] 석사논문(Mémoire)의 요약본
저는 작성하지 않은 서류입니다만, 많은 분들이 작성하라고 얘기해주신 서류입니다. 1-2장 분량의 Abstract을 불문으로 번역하고, 이에 더해 10장 내로 석사논문의 주요 주장과 논증을 풀어 쓰시면 됩니다. 제가 이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냥 귀찮아서 + 필요하면 달라고 하겠지 그때가서 하자 하는 마인드 때문이었는데, 이런 게으른 태도는 물론 좋지 않은 태도이며 웬만하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지요. 근데 결국 입학이 확정된 지금까지 요구를 안 하시는 걸 보면 필수적인 서류는 아닌 듯 합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미리 준비하도록 합시다.
12월 11일에 상술한 서류를 보냈고, 12월 17일에 "잘 받았다. 꼼꼼히 읽어보고 답장 주겠다"라는 짧은 메일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2주 정도 후인 12월 30일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의 논문을 지도해줄 수 있다"라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이 메일에는 제 프로제에 대한 긴 피드백이 같이 달려 있었습니다. (이 3주 간의 기다림의 시간 동안 신경이 온통 프랑스로 가 있었고, 프랑스 시차에 맞춰 살아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함을 확인하느라 고통 받았습니다. 이 답장 속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데 벌써부터 걱정되네요.)
대부분의 프랑스 입시는 여기에서 사실상 끝입니다. 지도교수가 지도해준다고 허락한다 >> 출국한다 >> 10월~11월 사이에 정식 등록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 프랑스 대학 진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거대한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 있었고, 이건 (4)에서 또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