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J. L. Ackrill)의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서 Aristotle the Philosopher(1981)[국역본:『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한석환 옮김, 1992]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 또는 심리학을 다루는 챕터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원문> To put the main issue in the most general terms, what is the relation or connection between psychological events, processes or states, and physical or physiological events, processes or states? Modern physics and physiology have achieved an entirely new understanding of the brain and the nervous system. But if philosophy has a better answer to the mind-body problem than the Greeks, it is not because of such scientific advances, but because of increased refinement and subtlety in the conceptual analysis the problem calls for. It is by no means certain that we do in fact have a better answer: there is no agreement on what the right answer may be, and the rival answers on offer are already to be found, in essential outline, in Greek philosophy.
<국역본> 문제의 핵심을 아주 일반화시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심적 사건이나 과정 또는 상태와 물리적이며 생리적인 사건, 과정 또는 상태는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또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현대의 물리학과 생리학은 뇌와 신경 계통에 대하여 전혀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만약 철학이 심-신 문제에 대하여 그리스인들보다 더 나은 대답을 갖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와 같은 과학적 진보 때문이 아니라, 해당 문제가 요구하는 개념 분석상의 치밀함과 높아진 세련도(洗練度)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로 보다더 나은 답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전혀 확실치 않다. 무엇이 정답일 수 있느냐에 관하여 합의된 바도 없지만, 대결상을 보이는, 현재 제출되어 있는 답안들도 그 본질적 줄거리에 있어서 이미 그리스 철학에서 발견될 수 있던 것들이다.
볼드체 및 기울임 처리로 강조한 문장이 바로 제가 주목하는 아크릴의 발언입니다. 저로서는 아직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렵네요. 하여 다른 분들은 어떤 입장에 가까우신지 혹은 더 끌리는지 궁금해서 질문글 올립니다.
참고로, AI에게 이 발언에 대한 현대 심리철학의 입장이 어떤지 엄밀한 문헌 검토를 통해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답변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현대 심리철학에서는 이 견해가 복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4E 인지론 진영에서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을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적 접근이 현대의 체화된 마음 이론과 유사하다고 보며,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신경과학의 발전이 철학적 논의에 실질적 기여를 한다는 반대 견해도 강력합니다. 특히 신경과학자들은 뇌과학 연구가 "철학에서 놓친 조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신경현상학이나 통합정보이론 같은 경험적 접근이 개념 분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룬다고 봅니다. [...] 현대 학계는 아크릴의 주장에 대해 부분적 수용과 비판적 검토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개념 분석의 중요성은 인정하되, 경험적 연구와의 상호보완적 관계 를 강조하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