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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논리학》 정도가 초급 논리학 교재입니다. 해당 교재의 내용을 충분히 익혔다면, 자신의 공부 방향에 따라 중급 수준의 논리학 교재로 옮겨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건 내 철학적 흥미가 뚜렷해진 뒤에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논리학 공부는 살짝 미루고,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철학 공부를 폭넓게 해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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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배경지식은 논리학 학습과 별 상관이 없고 (실제로, 배경지식이라고들 하는 교양 수준의 지식은 연구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잡담에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논리학 교재에 실린 내용들을 이해하고 연습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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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두 책 모두 형식논리학의 자원을 크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티모시 윌리엄슨, 키트 파인, 시어도어 사이더, 데이비드 루이스, 로버트 스톨네이커와 같은 굵직한 현대 형이상학자들, 대다수의 형식 인식론 저작들, 뿐만 아니라 몇몇 응용철학 저작들(허구의 철학에서가 대표적입니다)을 읽으려 하면 형식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게 됩니다. (덧. 형이상학자이거나 논리학자를 겸하는 철학자라고 전부 형식 논리학의 자원을 빡세게 쓰는 것도 아닙니다. 에이미 토마슨은 형식적 이론을 거의 제시하지 않고, 크립키나 퍼트남 또한 언어철학을 다룰 때는 형식 체계를 명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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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공부하려는 루트에 따라 논리학 공부뿐 아니라 다른 형식 체계들의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의사결정 이론이나 형식 인식론, 행위 이론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수학 공부(;;;)를 좀 하셔야 합니다. 게임 이론의 지식이 많이 사용되어서요. 한편 아주 첨단의 언어철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최근의 언어철학은 통사론/구문론(syntax) 중심의 언어학과 상당 부분 결합된 채로 이루어지는 탓에, 통사론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나의 방법론적 흥미가 실험철학 프로그램과 맞닿아 있음을 이후에 발견한다면, 통계 방법론도 공부하셔야 할 것이고요. 그래서 초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철학을 공부하면서 내게 부족한 훈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다음에 해당 부분을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됩니다. 분석철학은 더이상 ‘하나의 칼로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는’ 종류의 재래식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