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질문을 드리기에 앞서 우선 지난번에 올린 대학원 관련 질문글에 진심어린 조언과 정성스러운 답변을 주신 회원님들, 그리고 관심있게 읽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회원님들의 조언과 답변을 통해 제 진로와 관련된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 바쁜 일정으로 인해 댓글로 개별적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이번에는 논리학 학습 내용과 범주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논리학을 공부한 경험으로 기억나는 것은 고등학생 때 집합론을 배운 거랑 대학생이 되어서 '코어논리학'이라는 책을 읽어본 정도입니다. ('코어논리학'에서는 명제논리와 1차술어논리 그리고 비형식논리 정도만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완전성과 무모순성 등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습니다.) 여기서 추가하자면 변증법,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튜링기계, 무한집합의 크기 등에 대해서 '칸트와 헤겔의 철학', '수학의 확실성' 등의 서적과 관련 유튜브 영상을 통해 얕게 들어본 정도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로서는 논리학을 어떤 자료를 통해 어디까지 배워놓고 철학과 대학원에 지원해야 할까요? 저는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분석철학을 메인으로 전공하고 대륙철학과 동양철학은 서브로 공부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A. 철학과 전공자들이 대학교 학사 과정동안 익히는 논리학의 내용과 범주
B. 대학원에서 대륙철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학원 입학 전까지 익혀야 할 논리학의 내용과 범주
C. 대학원에서 분석철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학원 입학 전까지 익혀야 할 논리학의 내용과 범주
D. 대학원에서 형식논리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학원 입학 전까지 익혀야 할 논리학의 내용과 범주
A,B,C,D의 경우도 같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A의 경우 명제논리, 1차술어논리, 완전성, 변증법, 비형식논리, … 를 공부합니다’처럼요.
추가로 만약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중간에 은퇴를 하시거나 다른 학교 또는 해외로 가시게 되는 경우 어떻게 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많이 공부하셨네요. 철학과 졸업자들보다 넓게 공부한 셈입니다. 하지만 독학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공부했던 교재를 꼼꼼히 다시 풀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하는 A-D에 대한 답변입니다.
A. 특화된 학교가 아니라면 초급 논리학에서 더 나아간 내용을 배우지 않음.
B.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급 논리학조차 배우지 않을 수도 있어 보임. (전통 논리학은 하이데거나… 그런 류를 공부할 때 약간의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 같긴 합니다.)
C. 전공에 따라 다르나 최소한 초급 논리학 및 초급 양상 논리학 수준은 공부하는 것이 편리함. 집합론도 배워뒀다면 충분합니다. — 다만 고등학교 수준 집합론으로는 부족해요. 집합론 개론서 따위를 보거나 중급 논리학 교재에 서론에서 보통 소개되는 집합론에 대한 설명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D.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 따라 아주 다름. ‘형식논리학 전공’이라는 단일한 범주를 간주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상합니다. 고차 논리, 진리론, 논리 기초론, 양상 논리, 인식 논리 등 다양한 논리(철)학 전공의 길이 있고, 희망하는 길에 따라 갈 길이 너무 달라집니다.
다음 책이 어쩌면 자신이 관심 있는 ‘형식 논리학 전공’을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요:
사실 다른거 다 차치하고, 대학원 입학이 정해지면 지도교수님께 도움을 구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지도교수의 성향에 따라 학생들도 상응하는 기초 지식을 학습해(야 해)요.
안녕하세요, 대륙철학/분석철학을 나눠서 질문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대륙철학/분석철학의 여부보다는 어떤 철학을 하는지에 따라 달릴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대륙철학을 하더라도 헤겔과 양진주의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면 분석 moral philosophy보다 훨씬 많은 논리학을 하셔야될 거에요.
전 지금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여기에 초급 논리학을 들은 석사생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석사생들도 있습니다. 듣지 않은 경우에는 초급 논리학을 들어야 졸업 가능하도록 돼있습니다.
우선, 제가 집합론을 언급한 것은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에 있는 집합론의 범위를 뜻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초급논리학이라는 말은 처음 접해봤습니다. 대학교 학사 과정에서 다루는 논리학을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한데 저는 철학이 아닌 다른 학과를 전공 중이어서 초급논리학과 초급양상논리학이 어느 정도의 범주와 깊이를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초급논리학에 해당하는 범주가 혹시 어떻게 될까요? ‘코어논리학’이라는 책으로는 부족한지, 부족하다면 무슨 자료를 어느 정도 깊이로 봐야할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중고등학교 수준의 집합론, 명제논리, 1차술어논리, 무모순성과 완전성 개념, 가능과 필연 개념, 튜링기계 개념, 무한집합의 크기, 몇몇 패러독스, 직관주의 논리가 배중률을 거부한다는 것, 모순허용논리와 다치논리 등의 비고전논리가 있다는 것, 변증법의 개념… 지금 생각나는 저의 논리학 관련 배경지식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추가로 마이클 루의 ‘형이상학 강의’, 김재권의 ‘심리철학’과 같은 책들을 읽을 때 논리학과 관련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이해가 안 된 적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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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논리학》 정도가 초급 논리학 교재입니다. 해당 교재의 내용을 충분히 익혔다면, 자신의 공부 방향에 따라 중급 수준의 논리학 교재로 옮겨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건 내 철학적 흥미가 뚜렷해진 뒤에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논리학 공부는 살짝 미루고,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철학 공부를 폭넓게 해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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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배경지식은 논리학 학습과 별 상관이 없고 (실제로, 배경지식이라고들 하는 교양 수준의 지식은 연구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잡담에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논리학 교재에 실린 내용들을 이해하고 연습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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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두 책 모두 형식논리학의 자원을 크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티모시 윌리엄슨, 키트 파인, 시어도어 사이더, 데이비드 루이스, 로버트 스톨네이커와 같은 굵직한 현대 형이상학자들, 대다수의 형식 인식론 저작들, 뿐만 아니라 몇몇 응용철학 저작들(허구의 철학에서가 대표적입니다)을 읽으려 하면 형식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게 됩니다. (덧. 형이상학자이거나 논리학자를 겸하는 철학자라고 전부 형식 논리학의 자원을 빡세게 쓰는 것도 아닙니다. 에이미 토마슨은 형식적 이론을 거의 제시하지 않고, 크립키나 퍼트남 또한 언어철학을 다룰 때는 형식 체계를 명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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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공부하려는 루트에 따라 논리학 공부뿐 아니라 다른 형식 체계들의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의사결정 이론이나 형식 인식론, 행위 이론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수학 공부(;;;)를 좀 하셔야 합니다. 게임 이론의 지식이 많이 사용되어서요. 한편 아주 첨단의 언어철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최근의 언어철학은 통사론/구문론(syntax) 중심의 언어학과 상당 부분 결합된 채로 이루어지는 탓에, 통사론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나의 방법론적 흥미가 실험철학 프로그램과 맞닿아 있음을 이후에 발견한다면, 통계 방법론도 공부하셔야 할 것이고요. 그래서 초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철학을 공부하면서 내게 부족한 훈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다음에 해당 부분을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됩니다. 분석철학은 더이상 ‘하나의 칼로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는’ 종류의 재래식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어버렸어요.
이처럼 먼저 인식론, 형이상학, 심리철학에 더 발을 들이시면서 결정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대륙철학의 논증 방식으로 분석철학 하는 사람은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꽤 있지요.
초급 논리학은 수준이 꽤나 낮습니다. 아마 이미 다 배우신 개념들일 거에요. 다만 말씀하신 분야를 대학원에서 전공하시려면 초급 논리학으로 커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어떤 세부분야를 전공하는지에 따라 달리기도 하고, 맞닥뜨렸을 때 배워도 크게 늦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분야에 따라 요구되는 기초 지식이 매우 다를 거에요. 철학과 박사생에게 요구되는 논리학 이수조건은 학교 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완전성 정리 내지는 불완전성 정리를 포함하는 약간의 메타정리까지의 내용을 기본으로 조금 전통적인 학과는 양상논리가 추가되는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요즘은 논리학 요구조건이 아니라 형식적인 방법론 요구사항 등으로 많이 변경되어 통계학 같은 걸로도 이수조건을 채울 수 있게 해두는 곳이 많아졌어요. 특히나 인식론, 심리철학, 윤리학에서도 실험철학과 같은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경험 연구를 인용하거나 실제로 경험연구를 하는게 요즘은 대세이다보니 이와 같은걸 하려고 한다면 사실 논리학보다는 통계학이나 프로그래밍을 미리 공부해두시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