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적인 질문이겠지만, 칸트 윤리학에있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번역본은 칸트학회의 도덕형이상학정초, 실천이성비판을 인용하겠습니다.
1. 질문의 요지
칸트는 도덕형이상학정초에서 자기자신과 타인에 대한 불완전한 의무(자기계발, 타인을 돕는 것)이 불완전하나마 의무라고 주장합니다.
실천이성비판 분석론에서는 '의지의 규정근거'를 하위 욕구능력과 상위 욕구능력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힘을 행사하는 것(장애물을 극복하는 가운데 자기 정신력을 의식하는 것)'에서 '희열(좀더 고상한 기쁨)'을 느끼지만, 이것조차도 하위 욕구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오롯이 상위 욕구능력(실천적 규칙의 순전한 형식에 따라서만 의지를 규정하는 것)에 의해서 의지를 규정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정초에서의 자기계발은 실천이성비판에서 '힘을 행사하는 것'과 외연적으로 같아보입니다. 자신의 자연적 소질을 개발하는 것이니까요. 실천이성비판에 따른다면, 이는 하위욕구능력이 의지를 규정하는 것이기때문에 '불완전한 의무'조차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이때 칸트윤리학에서 덕윤리를 접목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자기계발과 타인을 돕는 것이 순전히 하위 욕구능력에 따라 의지를 규정한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상위 욕구능력이 의지를 형식적으로 규정하지만, 도덕적 행위를 현실에 실천해낼 능력을 쌓기위해 자기계발한다는 것을 의지의 규정근거로 둔다면, 그러한 자기계발은 온전히 하위의 욕구능력에 근거하여 의지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상위의 욕구능력(형식)의 질료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덕윤리의 내용들을 칸트의 의무주의 윤리학에 접목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관련해서 연구하는 학자나 추천해주실만한 책이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줄요약
도덕형이상학정초의 '불완전한 의무'개념과 실천이성비판의 의지의 규정근거를 상위/하위욕구능력으로 나눈 것에는 긴장관계가 있는 것 같음(불완전한 의무는 상위 욕구능력에 근거한 것인지, 하위 욕구능력에 근거한 것인지?)
그 긴장관계를 해소하려면, 불완전한 의무는 상위 욕구능력(형식)의 질료로서 기능해야할 것 같음
그러한 질료가 '덕윤리'의 내용으로 보충될 수 있을 것 같고, 관련한 연구자나 책이 있을까요?
(인용1) 불완전한 의무에 대하여(칸트 도덕형이상학 정초 제2절 A56~A57)
"3) 셋째 사람은 약간만 계발하면 자신을 두루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되게 만늘 재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안락한 환경에 있어서 운 좋게 타고난 자신의 자연적 소질들을 넓혀나가 개선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즐거움을 좇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즉 그는 자연적 재능을 방치하는 준칙이 오락 자체로 향하는 자신의 성벽과 일치하는 것 외에, 또한 이것이 사람들이 의무라고 일컫는 것과도 일치하는지를 물어본다. 이 경우 그는 사람이(남양군도의 주민처럼) 자기 재능을 녹슬도록 놓아둔 채 오로지 안일, 유흥, 생식을 위해서만, 한마디로 향락을 위해서만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해도 자연은 이 보편적 법칙을 따라 여전히 존속할 수 있음을 안다. 그렇지만 그는 이것이 보편적 자연법칙이 되기를, 또는 그런 법칙으로 자연적 본능을 통해서 우리 안에 자리 잡기를 바랄 수도 없다. 그의 모든 능력이 여러 가지 가능한 의도들에 쓸모있도록 자기에게 주어져 있어, 이성적 존재자로서 그는 이들 능력이 모두 계발되기를 반드시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인용2) 의지의 규정근거 관련(실천이성비판 A43)
"예를 들어 사람들이 순전히 힘을 행사하는 것에서도 즐거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기 의도에 반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가운데 자기 정신력을 의식하는 것에서, 정신적 재능을 개발하는 것에서, 이와 유사한 그밖의 경우에서 즐거워한다. 우리는 이런 즐거움을 정당하게도 좀더 고상한 기쁨, 희열이라고 한다.
(중략)
그렇다고 해서 이 고상한 기쁨과 희열을 순전히 감각 능력에 의해 의지를 규정하는 방식과는 다른 의지규정 방식으로 주장할 수 없다."
철학 비전공자인 저에게, 서강올빼미는 질 좋은 요약문들과 학계 동향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글들, 논쟁 가운데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철학적 문제를 살펴볼 수 있어서 많은 배움이 되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세요!
이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네요. 정초의 해당 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은, 소위 자기계발이 하위욕구능력에 의해 규정된다는 내용이 아니라, 반대로 (하위욕구능력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성이 바라는 바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제게는 읽힙니다.
칸트 논변의 요지는, "재능을 방치하는 것"을 보편법칙으로 여기는 것이 자연/본성(nature)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모순적이지만,
이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재능을 방치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것입니다. 왜 모순적인지는 솔직히 여기서 명료하지는 않습니다. 대강 "재능을 방치하는 것"이 "이성이 필연적으로 의지하는 바"를 거스른다는 것입니다.이것이 제시하신 국역에는 그 뉘앙스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영어본이나 독일어로 보면 차이가 쉽게 드러납니다:
but he cannot possibly will that this become a universal law of nature, or as such be placed in us by natural instinct. For as a rational being he necessarily wills that all capacities in him be developed, because they serve him and are given to him for all sorts of possible purposes. (J. Timmermann 역; 볼드체는 칸트의 강조, 이탤릭체는 제 강조).
(여담이지만 보통 칸트의 저작을 인용할 때, 순수이성비판만 A/B판을 따라 인용하고, 그 이외의 저작들을 인용하는 경우 학술원 판본 (AA; Akademie-Ausgabe)을 따릅니다. 이것을 따르자면, 인용된 정초의 문단은 423 혹은 "4: 423" (학술원 판본 4권 423쪽)이 됩니다. )
“정초의 해당 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은, 소위 자기계발이 하위욕구능력 에 의해 규정된다는 내용이 아니라, 반대로 (하위욕구능력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성 이 바라는 바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제게는 읽힙니다.”
-> 말씀해주신대로 정초에서는 이성이 바라는 바에따라 의지를 규정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실천이성비판의 “힘을 행사하는 것”, “장애물을 극복하는 가운데 자기 정신력을 의식하는 것“이 정초의 자기계발과 비슷한 의미(뜻의 외연이 같다?)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러므로 실천이성비판에서는 ”힘을 행사하는 것“이 하위 욕구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정초에서는 자기계발이 이성에 따른 것이라고하는 것 같아
서로간에 상충하는 지점이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초의 칸트 주장을 정리해주신 부분 많이 배웠습니다.
인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herb님께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답글 감사드립니다.
일단 조심해야 할 것은, 설사 동일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규정근거가 하위욕구능력이냐 아니면 상위욕구능력이냐에 따라 다르게 이해가 됩니다. 예컨대 동일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질료적 행복에 대한 고려의 결과일 수도 있고, 형식적 의지규정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죠. 칸트에게는 후자만이 도덕적이고 순수실천이성에 따른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정초의 문단은 그렇다면 이렇게 읽힙니다: "자기계발을 행복추구의 목적에서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자연/본성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도덕적 의무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자기계발을 이성적 존재자의 관점에서 고찰한다면, 그것은 이성의 (불완전) 의무이기도 하다."
실천이성비판의 "힘을 행사하는 것"이 자기계발과 동일한 외연인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논의를 위해 일단 동일한 외연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힘을 행사하는 것"이 하위욕구능력(질료적 행복추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상위욕구능력(형식적 의지규정)에 의거한 것인지에 따라서 해당 행위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정초의 문단이 실천이성비판의 문단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Kant distinguishes between virtue, which is strength of will to do one’s duty from duty, and particular virtues, which are commitments to particular moral ends that we are morally required to adopt. Among the virtues Kant discusses are those of self-respect, honesty, thrift, self-improvement, beneficence, gratitude, sociability, and forgiveness. Kant also distinguishes vice, which is a steadfast commitment to immorality, from particular vices, which involve refusing to adopt specific moral ends or committing to act against those ends. For example, malice, lust, gluttony, greed, laziness, vengefulness, envy, servility, contempt and arrogance are all vices in Kant’s normative ethical theory. (Interest in Kant’s conception of virtue has rapidly grown in recent years. For further discussion, see Cureton and Hill 2014, forthcoming; Wood 2008; Surprenant 2014; Sherman 1997; O’Neil 1996; Johnson 2008; Hill 2012; Herman 1996; Engstrom 2002; Denis 2006; Cureton forthcoming; Betzler 2008; Baxle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