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철학자들은 "대륙철학자들"과 달리 논증을 사용한다는 허접한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분석적 전통에 있는 많은 철학자들은 대부분의 "대륙철학자들"이 쓰는 정도로만 논증을 사용한다. 어떤 추론은 따라갈 수는 있지만, 전제와 결론은 명료하지 않다. 좋은 철학은 으레 추론 형식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이들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고정관념에 따르면 분석철학자들은 분명하게 쓰지만 "대륙철학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석적 전통에서 나오는 많은 작업들은 불분명하다. 심지어 일상적인 언어로 쓰였고 짧은 단어, 편안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더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진짜 중요한 부분에서 핵심 주장들의 구조가 얼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 가장 단순한 것부터 제대로 만드는 게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분석철학을 비롯해 많은 철학자들은 섹시한 주장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급하게 서두른다.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말하자면, 핵심 주장은 모호하게 진술되어 있고(crucial claims are vaguely stated), 중요한 부분에서 다른 두 정식이 동치인 것으로 취급되며(significantly different formulations are treated as though they were equivalent), 예시는 제대로 기술되어 있지 않고(examples are under-described), 논증은 제대로 만들어졌다기 보다 손짓만 하는 꼴이며(arguments are gestured at rather than properly made), 논증의 형식은 설명되어 있지 않은 등(their form is left unexplained) 말이다.
티모시 윌리엄슨(Timothy Williiamson)의 "Must Do Better"에서 뽑은 인용입니다.
읽으면서 제가 썼던 혹은 쓰려고 하고 있는 유사-철학이 떠올라서 심신이 안 좋아지는군요..
이 글은 약간 윌리엄슨의 설교(sermon) 같은 느낌의 글입니다.
대철학자의 썰풀이와 논평, 따끔한 한소리를 듣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달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To be precise is to make it as easy as possible for others to prove one wrong.
이번에 읽다보니 이런 문장도 있네요.
The fear of boring oneself or one's readers is a great enemy of truth. Pedantry is a fault on the right side.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와 동시에 철학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뭔가 막연한 고민이 있어서 그런지 방법론에 관련된 윌리엄슨의 이야기를 계속 올려보게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