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발달장애인의 선거권은 왜 다르게 다뤄질까요?

발달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성인이면 선거권이 보장되지만, 17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선거권이 없습니다.
둘 다 ‘판단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데,
왜 한쪽은 권리를 주고 다른 한쪽은 제한하는 걸까요?
판단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주어질 권리이기에 미성년자에 대한 제한이 허용되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판단력 자체를 기준으로 삼아 선거권을 주는 방식은 민주주의 원칙에 더 부합할까요, 아니면 더 위험할까요?

물론 실질적 편의와 제도적 안정성 측면에서 그 기준이 존재해야 함은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서강올빼미 유저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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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기에 말을 얹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사회적 성원권과 인권 개념이 논리적인 규칙들이 아니라 제의적인 규칙들 — 출산의 순간 생명권이 부여되는 것, 특정 나이가 지나는 순간 특정 권리와 의무가 부여되는 것, 지능이 일부 고등 동물보다 낮은 사람일지라도 여전히 사람으로 부르는 것 등 — 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되, 그 규칙들이 민주주의나 인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임을 주장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에서 이런 입장이 잘 소개되어 있고,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최근 서강올빼미에서 소개된 ⟪비트겐슈타인과 규칙 따르기: 사회과학의 철학적 기초를 찾아서⟫ 또한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저도 선거철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곤 합니다.

다만 발달장애 여부에 한정하지 않고, 미성년자에게 판단력 부족을 이유로 참정권을 제한한다면, 고령층처럼 판단력이 떨어지고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짧아 선거 결과에 대한 영향도 적은 집단은 오히려 참정권을 줄 근거가 더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도 고령층의 참정권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미성년자만 배제되는 현실은 정치공학적으로 유리한 방향에 논리를 맞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결국 인권을 말하는 단체들이 오히려 비논리적 기준을 유지시키는 주체가 되는 상황, 모순적이라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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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생각 좀 했었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능력에 따른 참정권의 차별을 허용할 수 없다고 전제를 한다면, 미성년자들에게 참정권의 차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달이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Democracy and Its Critics)에서 능력에 따른 차별 안된다면서 수호자주의 비판하면서, 정작 미성년자 문제 나오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기억나네요.

또한 피선거권의 나이 제한은 왜 있는건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도대체 왜 대통령은 만 40세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만약 20대나 30대가 정치적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면, 왜 선거권은 평등하게 행사되어야 할까요?

능력에 상관없는 평등선거를 옹호하면서, 연령에 따른 참정권 차별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논증을 저는 아직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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