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권력 개념에 대한 전형적으로 잘못된 해석

이 짤 속 환자의 주장이 푸코의 권력 개념에 대한 전형적으로 잘못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푸코는 권력의 메커니즘들, 법의 규칙들, 진실담론들이 특정한 지배 체제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명되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주권과 복종’이라는 모델을 전제하고서 수행되는 위로부터의 분석은 푸코에게 거부된다. 오히려 푸코는 ‘지배와 예속화’라는 모델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의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신체를 규제하고, 시간을 관리하고, 공간을 분할하고,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도입되는 다양한 메커니즘들로부터 ‘권력’이라고 일컬어지는 효과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푸코의 작업이다. 미리 상정된 권력으로부터 그 권력을 강화하는 통제의 도구들이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도구들로부터 그 도구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로서 권력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7개의 좋아요

‘주권과 복종’이라는 관점과 ‘지배와 예속화’라는 관점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꾸 푸코의 이름을 거들먹거리면서 통제의 메커니즘 뒤에 기성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 따위가 숨겨져 있다는 식의 주장들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식으로 주어진 현상 뒤편의 의도를 찾으려는 시도야 말로 푸코가 거부하는 시도이자 현대철학 일반이 거부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의도는 그 어디에도 없다. 설령,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문제가 되는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푸코의 이름으로 권력이 숨기고 있는 의도를 파헤치려는 시도는 정작 푸코의 가장 중요한 통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개의 좋아요

주의깊게 보지 못하는 부분을 잘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푸코의 저작을 주의깊게 읽지 않아서 문헌근거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니체, 미셸 푸코, 주디스 버틀러 같은 맥을 따르는 소위 "계보학적 방법론"에서 취하는 전략을 "폭로 논증"(debunking argument)으로 범주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본다면 본문에서 말씀하신 아래로부터의 분석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폭로 논증은 간단히 말해, 어떤 믿음의 인과적 근원을 추적하고 드러내어서 그 믿음을 약화시키는(undermine) 논증 형태를 말합니다. 어떤 점에 있어서는 발생적 오류를 저지르는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인과적 근원에 대한 분석이 강력하고 내용이 충격적일수록 설득력은 아주 강한 논증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4개의 좋아요

감사합니다. 푸코는 자신의 논증 방식을 '계보학'이나 '지식의 고고학'이라고 말하죠. 위에서 적은 내용에 대한 문헌적 근거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제2강입니다. 여기서 푸코는 아주 명시적으로 “권력을 의도나 결정의 수준에서 분석하지 않기”를 자신의 작업의 원칙으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권력에 대한 상향적 분석”을 지향한다고 강조해요. 예전에 해당 내용을 제 블로그에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1019milk/221346069150

3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