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존재함축의 오류가 이해가 되시나요

옛날부터 의문이었지만,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간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존재 함축의 오류"였습니다.

"모든 유니콘은 뿔이 있다"라는 건 유니콘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존재함축이 성립되는데, "어떤 유니콘은 뿔이 있다"라는 건 존재를 함축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것 때문에 형식 논리학에서도 ∃x (F(x) → G(x)) 표현은 잘못된 거로 취급하지 않습니까?

근데 저는 꼭 논리학이 왜 굳이 실제 사물을 꼭 언급해야 하는가 의문입니다.
애초에 "존재"라는 걸 어떻게 규명했는지 불분명하잖아요.

우리가 허구로 떠올린 공상적 존재인 '유니콘'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예술작품이나 판타지 장르 작품에는 수도 없이 등장하잖아요?

물론 그 작품들을 '모든 유니콘'에 포함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저마다 개별 유니콘, 특칭 명제로 포함시킬 수 있는 유니콘이죠.
만일 미래에 어떤 생물학자가 유니콘을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면?
그럼 그 유니콘은 인공종인지 자연종인지? 저는 거기부터 벌써 헷갈려지기 시작하네요.

솔직히 말해서 컴퓨터가 없는 옛날에는 컴퓨터야 말로 존재함축의 오류에 포함되는 녀석 아닐까 싶네요. 만약 미래에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와서, 그래도 컴퓨터라는 게 실제로 있었지만 사라져서 마치 '신화' 같은 것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때 조지 불이라는 사람이 컴퓨터는 존재하지 않으니 존재함축의 오류! 이런 식으로 주장하면 그거 받아들여야겠네요.

솔직히 말해서 과거에 유니콘이 존재했을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모종의 이유로 발견 안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물론 그 유니콘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상 속 유니콘과 다른 거라고 치죠. 마치 '용'이 원래 갑골문에서는 그럴싸한 거대한 도마뱀 같은 모습이었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그럼 '용'은 존재함축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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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뭔가 잘못된 정보를 들으신 것 같습니다. ∀x(Fx⊃Gx)는 F나 G의 존재를 함축하지 않아요. 가지시는 의문이 불분명하기도 해서, 요지를 정확히 해 주시면 답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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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문제, 어쩌면 세 가지 문제를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일단 첫째 문제, 존재 함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대답드리겠습니다. 이번 댓글에서는 편의상 유니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겠습니다.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표현 어디에도 잘못된 바는 없습니다. 아주 훌륭한 wff입니다. 다만, 아마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x(Ux → Hx) 라고 형식화되는 반면, "어떤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x(Ux → Gx)이 아닌 ∃x(Ux ∧ Gx)으로 번역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마

이 부분은, 유니콘이 없더라도 ∀x(Ux → Hx)는 참이라는 점 (그리고 ∃x(Ux ∧ Gx)는 거짓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존재 함축'이라는 말을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예 해당 개념을 배제하고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현재의 표준적인 고전 1차 술어 논리의 의미론('고전'이라고 덧붙이는 이유는, 고전 논리 바깥으로 넘어가면 안 그런 애들도 있기 때문입니다)에서, ∀x(Ux → Hx)가 참인 이유는, Ux의 진리값이 0(거짓)이 된다면 연결사 →의 정의에 따라 Ux → Hx는 참일 것이고 (전건이 거짓이기 때문에), 술어 U를 만족시키는 대상이 영역 D에 없기 때문에 모든 해석 하에서 Ux의 진리값이 0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Ux(무언가가 유니콘이라는 것)가 거짓이니 ∀x(Ux → Hx)가 참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죽는다' 따위의 문장을 ∀x(Fx → Gx)로 번역하는 한, '모든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고전 1차 논리에서 참입니다. 이는 유니콘이 뿔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는 사실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적어도 유니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는요). 모든 유니콘은 뿔이 없다: ∀x(Ux → ~Hx) 또한 참이라는 점은 명백할 것입니다.

아마 의문은 여기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고전 1차 술어 논리는 '모든 유니콘은 뿔이 있다'와 같은 문장을 참으로 간주하는데, 왜 또 '어떤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거짓으로 간주할까?" '존재 함축'이라는 낱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생각했다면 아주 금방 풀렸을 의문입니다. 후자는 ∃x(Ux → Gx)이 아닌 ∃x(Ux ∧ Gx)이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x(Ux → Gx)는 실제로 ∀x(Ux → Hx)에서 따라나옵니다 (증명이 생각보다는 복잡하겠지만요). 다만 이는 자연 언어로 '유니콘이라면 뿔이 있는, 무언가가 있다'쯤 되겠네요. '어떤 유니콘은 뿔이 있다'가 아니라.

부울이 말한 '존재 함축의 오류'는, 애초에 위에서 말한 1차 술어 논리를 타겟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언 논리죠. 그때는 지금과 같은 형식 논리가 없었을 때니까요. 따라서 부울이 존재 함축의 오류에 대해서 말할 때, 그는 전칭 양화사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A형식과 E형식, 즉 '모든 p는 q이다'와 '어떤 p도 q가 아니다'와 같은 형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죠.

부울은 사실 모든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명제는, 유니콘이 존재한다는 점을 함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일차 논리와 동의하기는 합니다. 즉 A형식: ∀x(Ux → Hx) (그리고 E형식: ∀x(Ux → ~Hx)에서도) 에서 ∃xUx가 따라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고전적 정언삼단논법에서는 예를 들어, '모든 p는 q이다'와 '모든 r은 p이다'에서 '어떤 r은 q이다'가 따라나온다고 보았습니다. 부울은 이것이 부당하게, 예를 들어 '모든 p는 q이다'에서 p가 존재한다는 점을 추론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그 반대입니다. '모든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유니콘의 존재를 함축하지 않지만, "어떤 유니콘은 뿔이 있다"는 유니콘의 존재를 함축합니다. 부울과, 고전 1차 논리는 그렇게 말합니다.

판사님 저는 '∃'가 존재론적 부담을 진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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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논리 관련된 답변이 길어졌네요. 아마 주된 문제는 유니콘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느냐 하는 질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 부분은 의미가 조금 불명하네요. 존재함축이라는 개념은 딱히 질문자님의 의문과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불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모호하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인가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한 가지 의문과, '무엇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모를 일인데, 논리학이 존재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나?'하는 다른 한 가지 의문이 있는 것 같습니다. 후자의 질문은 아주 쉽습니다. 논리학은 존재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알 바가 아닙니다. 특히 탁자, 유니콘, 나폴레옹, 서기 2100년에 태어난 첫 아기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더더욱이요. 우리는 그저 논리식에 진리치를 부여하고, 대상이 술어를 만족하는지 아닌지 설정합니다. 우리는 단지, 예를 들어, domain 안에 F를 만족하는 대상이 있으면(또는 없으면) 이렇게저렇게 하자고 논리의 의미론을 구축해나가거나, ∀xΦ에서 이런저런 것들이 따라나오게(또는 따라나오지 않게) 하자고 공리 또는 증명 규칙을 설정할 뿐입니다. 고전 1차 술어 논리는, 질문자님이 배우신 대로 설정을 한 그런 논리이고요. 어떤 논리가 조금 더 (어떤 의미에서건) '좋은' 것인지는 논리철학의 문제죠. 우리는 예를 들어, 두 가지 Domain을 두고, 하나는 존재하는 것들,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집합으로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적절한 상황 아래에서라면 어떤 술어에 만족될 수 있게 하자고 하는 논리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쨌든간에, 유니콘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의 질문은 매우 논란거리가 많은 문제입니다. 유니콘과 같은 허구적 개체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 또는 2100년에 태어난 첫 아기와 같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의 대상들, 둥근 원이나 출입구에 있는 남자와 같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한 대상들에 걸친 논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SEP 항목 Nonexistent Object이 정말 잘 개괄을 해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nonexistent-objects/

그러나 질문자님께서는 해당 항목에서는 간략히 언급만 하고 지나간 creationism에 더욱 관심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이론을 옹호하는 고전적인 작품으로, 단행본이라면 Thomasson(1999)을, 논문이라면 van Inwagen(1977)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허구적 개체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그것들이 과거에 존재했거나, 미래에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흰색 뿔 하나 달린 구체적 말으로서의 유니콘, 그러니까 허구 또는 신화에서 묘사된 대로의 허구적 개체는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허구적 실재론자와 반실재론자를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크립키가 그 유명한 <이름과 필연>에서 펼친 논증 때문인데, 정말정말 단순화하자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1) 허구적 개체는 누군가 지어낸 것이다
(2) 실제로 존재하는 개체는 누군가 지어낸 것이 아니다
(3) 따라서, 아무리 허구 속에서 묘사된 바와 똑닮은 개체가 실제로 있더라도, 그것은 연관된 허구적 개체가 아니다.

물론, 유니콘에 관한 설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에 관한 것이었다고 드러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크립키는 우리에게 인식적 가능성과 형이상학적 가능성을 구분하라고 조언합니다. 즉, 유니콘에 관한 설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에 관한 것이었고, 따라서 유니콘이 정말로 존재했다고 드러날 수는 있겠지만, 유니콘이 허구적이라는 것이 주어진다면, 유니콘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크립키는 다만 이후의 논문과 강의에서 위에서 언급한 창조주의를 옹호합니다 (추상적 개체에 대한 비존재 진술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크립키는 인와겐이나 토마스보다는 샐먼이나 브라운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니콘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간 행위에 근거하는 추상적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흰색 뿔달린 말인 물리적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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