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규정된 개념]
3장은 저자가 다시 보편-특수-단독의 3항을 고찰하면서 '본질규정'과 '규정된 개념'의 차이를 비교한다. 하지만 헤겔은 이러한 양자를 병립해서 생각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양자의 상반된 규정이 본질적으로 동시에 단 하나의 규정성이며, 보편 속에 있는 단일한einfach 부정성"이라고 주장한다. (WL III, 39: 27 – 40: 3 / 38)
3.1 [규졍된 개념으로서의 본질규정의 통일성] - 본질규정의 의미와 그 한계
앞선 논의가 간략하게 다시 제시된다. "보편의 자기구별 → 특수 산출"로 보편과 특수가 (무규정성과 규정성으로서) "두 개의 대립자Gegenüberstehende"로 나타난다. 이후 논문은 규정된 개념과 그에 포함되는 본질 규정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규정된 개넘 - 보편과 특수의 외적 통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상적 개념'을 형성한다. 이는 전통 철학이 개념을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2장에서 살펴보았듯, 대립하는 양자는 하나의 규정성을 형성하며, 보편 속에서 특수라는 부정성이 통일되는 것으로 보아야한다. 즉, 양자는 홀로 존립할 수 없으며, 이로써 보편은 특수에 의해 규정되어 규정된 개념(=규정된 보편)이 되는 한에서만 이야기된다.
그리하여 헤겔은 논리적 판단관계를 포함하여, 헤겔 자신이 다루는 모든 개념에 대해 모두 '규정된 개념der bestimmte Begriff'이라고 정의한다. 즉, 모든 개념은 그 통일 방식과 상관 없이 규정되었기 때문에 '규정된 개념(=규정된 보편)'이다.
본질 규정 - 규정된 개념들 중 하나는 "타자와 본질적으로 관계하는" 본질규정(=가능적 개념)이 있으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타자의 규정을 자기 성립에 대한 조건으로서 요구한다. 이러한 타자와의 필연적 관계는 곧 타자와의 분리불가능한 통일이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총체성totalität(=유기적 통일)'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즉, 본질규정은 보편과 특수 간에 외적으로 대립함으로써 이들은 매개하지 않고, 따라서 상호 간에 내적 결합이란 것이 없이, 지속적으로 미끄러지는 개념이다.
'본질규정'의 예시로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이들은 상호 간의 대립자로써 인과성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나, 이들은 인과성 내부의 보편성이 변증법적 원리에 따라 산출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보편-특수 관계로서 상호간에 동일한 동시에 상이한 방식이 아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서로를 요구하나, 유기적 동일성이 아닌 맹목적 필연성을 따른다.
즉, 이는 자유의 논리가 아닌 필연성의 논리(=목적론적·기계론적 질서)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므로 본질론에서 다루어지는 원인과 결과라는 쌍은 내재적이지 않은 단순한 외적인 '상관관계'일 뿐이다. 이는 대립자들의 내적 통일이 아니며, 따라서 "가능적으로는an sich" 개념을 형성하나 그러한 외적 통일은 보편성의 형식에 도달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자면, 상관관계 속 구별은 내적 통일이 아니며, 따라서 "하나의(=단독적) 규정성이라는 형식"을 지니진 않는다. 그러나 개념은 헤겔에게 본질적으로 유기적인 것이자, 따라서 총체적인 관계이다. 이는 유기체 속에서만 존재하는 목적론적 질서로, 이는 헤겔이 단순히 '맹목적(=기계론적)'인 것을 '생명'과 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이 '본질규정' 곧 '가능적 개념'의 의미이자 따라서 그 한계이다.
"(...) 오직 그 결과와 그것이 되어 가는 과정이 함께할 때에만 비로소 전체이다. 목적 그 자체는 생명력을 결여한 보편unlebendige Allgemeine에 불과하며, 경향(=추구)은 아직 그 실현을 이루지 못한 단순한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벌거벗은 결과물은 그 경향을 뒤에 남겨 둔 채 떠나버린 시체일 뿐이다." - PhG, GW 9, S. 5
3.2 [추상적 보편]과 그 한계
그 다음에는 제2장에서 정의된 바와 같이, '본질규정'에 대응하는 보편의 상태를 '추상적 보편(=생명력을 결여한 보편)'이라고 칭하는 헤겔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며, 이후 상세한 논의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추상적 보편 - 개념을 규정된 개념으로 만드는 것은 규정성(=내용)으로, 이는 종종 (예:칸트의 초월적 관념론) 주관 외부의 경험적 소재로 여겨진다. 따라서 헤겔은 이로 인해 자연에 있는 "몰개념적인 맹목적 잡다"로서 개념화 불가능한 "자연의 기절상태Ohnmach der Nacht"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개념이 "자립적인 상이성, 외적 필연성, 우연성"에 구별을 부여함으로써 규정적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형식(보편)과 내용(특수)의 단순한 외적 결합은 무관심한 외적 관계에 머무르며, 따라서 규정성들은 외적 상이성으로 고립된다. 이로써 보편은 단순 추상된 것으로, 공허한 형식만 보유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편의 상태를 '추상적 보편'이라고 한다. (WL III, 40: 34 – 41:16 / 39)
현존재 -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추상적 보편도 그것과 구별되는 특수를 외부에 상이성으로나마 지닌다. 따라서 추상적 보편은 보편-특수-단독 이라는 개념의 세 계기를 포함하며, 따라서 이는 오성적 단계의 '규정된 개념'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오성적 단계로 개념의 '현존재'를 담지할 뿐, 내적 조직의 원리는 결여한다. (즉, '공허하다.') "현존재란 본래 타자로 이행·소멸하는 존재의 계기를 포함하며,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시사"하나 - [78], 개념은 아직 순수한 주관성의 차원에 머물기에, 여기서의 현존재는 규정된 개념의 내용을 형성하는 '특수한 규정성'들이다.
즉, 지양 이전의 상태로써 '보편의 무규정성'과 '특수의 규정성'은 외적으로 대립한다. 그러나 헤겔은 말한다. "구별의 규정성이 정립되고 그럼으로써 존재를 갖게 되는 한, 보편성은 이 존재 의 형식이며, 규정성 자체는 내용이다" (WL III, 40: 29-33 / 39)
그러므로 진정으로 '규정된 개념'이란 보편과 특수가 외적 대립으로서가 아니라, 보편의 자기구별과 특수의 반영이라는 내적 작용을 통해 유기적으로 통일된 개념임을 밝힌다. 따라서, 여기선 추상적 보편이 오성Verstand의 기능으로서 고정성을 지닐 때,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변증법의 '지양'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전통 논리가 다루지 못한 개념의 총체적·발전적 구조가 제시되며, 개념론의 변증법적 운동을 구체화한다. 보편과 특수는 단순한 외적 대립이 아닌, 보편의 자기구별과 특수의 반영이라는 내적 구조를 통하며, 따라서 이러한 원리에 따라 (내적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변증법의 절차)
그리고 이로써, 논문은 이성Vernunft은 오성의 정태적 이해(=추상적 보편)를 넘어 역동적인 발전 과정으로 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