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철학자들의 신앙고백?: 캔버라 입안자들의 사도신경

‘분석철학자‘ 전체라고 하면 과장이고, ‘캔버라 입안자(The Canberra Planners)‘라고 하는 특정 집단에서 올린 사도신경 형태의 철학적 신앙고백(?)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노터데임 대학교 철학과 교수 다니엘 놀란이 작성한 것이라고 하네요.

여기서 데이비드 루이스는 성자급으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데이비드 루이스의 많은 가르침이 본질적으로 옳음을 믿으며, 다만 가능 세계의 본성에 대하여는 다른 길을 따르나이다.“라고 할 정도니까요;; 챗지피티로 신조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믿나이다, 마음과는 독립하여 존재하는 형이상학적 실재의 세계를.
또한 믿나이다, 진리는 세계와의 합당한 대응에 있음이요, 이는 참됨의 근본임을.
우리는 믿나이다, 과거가 실재하였고 미래 또한 실재할 것임을.
우리는 시공간이 네 차원으로 이루어졌음을 믿으며, 적어도 삼차원에 일차원을 더한 구성으로 이해하나이다.

우리는 믿나이다, 개념 분석의 유익함과 선험적 인식의 가능함을.
또한 협의적 내용이 지식과 의미에 있어 핵심적임을 믿나이다.
우리는 고백하나이다, 평범한 명제들에 대한 램지화가 이론의 체계화를 이끌며,
그로써 이론 용어들이 참으로 지시하는 바를 밝히게 됨을.

우리는 마음에 대하여 물질주의자이며, 기능주의자임을 고백하나이다.
모든 유령적 존재와 부차적 현상을 부정하며, 오직 자연 안에서 설명 가능한 것을 따르나이다.

우리는 믿나이다, 가치에 대하여는 흄의 가르침을 따르되, 인과관계에 대하여는 그와 다름을.
우리는 성질과 관계가 실재함을 고백하나이다 — 다만 그것들이 보편자인지, 트로프인지, 혹은 특별한 집합인지에 대하여는 신중히 판단을 유보하나이다.

우리는 고백하나이다, 모든 것이 무제한적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집합 또한 실재함을.
우리는 가능 세계들이 존재함을 믿나이다, 비록 그 본성에 대하여는 경외와 의문을 함께 가지나이다.

우리는 도덕의 실재를 믿고, 색깔을 믿으며, 이차적 성질들의 현존을 고백하나이다.
우리는 결과주의를 따르되, 그 길과 근거는 다양하나이다.
우리는 데이비드 루이스의 많은 가르침이 본질적으로 옳음을 믿으며,
다만 가능 세계의 본성에 대하여는 다른 길을 따르나이다.

우리는 민중의 지혜를 존중하며, 자연주의를 고백하되,
과학의 발견을 깊이 경외하고, 그것이 바르게 해석될 때 참된 통찰을 준다고 믿나이다.

우리는 이론 간의 환원을 추구하며,
만물이 미시 물리적 세계 위에 의존함을 믿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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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루이스는 캔버라 플랜의 베드로이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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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계보를 검색해 봤는데, 신경으로 정리하면 “루이스가 세우시고, 프랭크 잭슨으로부터 이어오며, 일치된 플랜”이네요. 자신들의 철학적 입장을 신조 형식으로 드러내는 게 굉장히 참신한 거 같아요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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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데, 가능세계 실재론은 루이스만 주장하는거고 크립키는 실재론까지는 가지 않았던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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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주의도 philpapers survey에 따르면 오히려 덕 윤리랑 의무론에 근소하게 밀렸던 것으로 기억... 그렇긴 한데 "캔버라 입안자"라는 특정 집단 내용이라면 그럴 수 있겠네요. 전체적으로는 현대 분석철학 전반에 대한 재미있는 요약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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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berra Plan이라는, 호주 전통의 철학적 정신이 있어요. 그 정신의 신조를 유머러스하게 정리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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