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지성

<의지는 지성과 일치한다고 봅니다. 즉 지성은 곧 의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버섯이 독버섯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았을 때 그 지식은 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됩니다. 역으로 어떤 버섯을 결코 먹지 않겠다는 의지는 그것이 독버섯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의지와 지성은 상호 포함 관계이므로 의지=지성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인식은 곧 의지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못한 지식이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면장이 일 처리를 잘 알면 능동적이지만 정확히 모르므로 주위 사람의 말에 따라 수동적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모든 것을 정확히 알 때, 능동적이 되어 완전한 자유 의지를 갖게 되지만 인간의 인식은 단편적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의 자유 의지는 매우 많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의지는 지성보다 원초적인 것이지 않나요? 지성은 사고력이며, 이는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이 때는 지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의 개념이지 않나요? 이것은 의지보다는 이차적인 것으로서, 무엇을 고르거나 선택할 때, 미치는 영향은 간접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떠한 믿음을 획득할 때는 지성은 직접적이라고 봅니다. 이에 반해 의지는 무엇을 고르거나 선택할 때,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데, 왜냐하면 의지는 경향 혹은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독버섯인 것을 알아채는 것, 즉 판단하는 것이 지성의 능력이라고 해서 지성이 의지와 동일하다고 보는 생각은 과장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알님처럼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성이 의지보다 포괄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기서 지성의 범위를 정확하고 명석한 앎으로 제한한다면 지성은 곧 의지라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이나 풍문, 약간의 경험 등을 지성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지성과 의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토익 시험을 만점 맞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곧 영어를 완벽하게 잘한다는 것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점을 맞겠다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사실은 욕심인 것입니다.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본다면 아는 만큼만의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지는 지성인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과 논리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떠한 지역에 비가 온다고 했을 때,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어떠한 간접적 경로로 그 지역에 비가 오고 있다는 믿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리적이든 비추리적이든 간에, 비지각적인 믿음의 획득은 그 자체로 지성의 사고하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의지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의지는 어떤 대상에 대한 원함 혹은 바람과 관계되어 있는 것이고, 말씀하셨던 예에서, 독버섯에 대한 지각적인 믿음의 획득 즉 "이것은 독버섯이다"라는 옳은 믿음에 대한 인과적 결과입니다. 반대로, 의지 자체가 목적적 활동의 정신적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저녁에 밖을 나가서 술을 마시러 가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어떠한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거나, 변수가 생겨나지 않는 이상 그러한 의지대로 저녁에 밖을 나가서 술을 마시게 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