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요즘에 여러 종류의 철학을 하면서 느낀 게, 스피노자가 참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면 스피노자가 되게 쓸만한데 또 그렇게 어렵지는 않거든요.
제 짧은 철학 경험에, 막혔을 때 스피노자 끼워맞추면 뭐든 나오는 거 같아요. 뭐할지 모르겠으면 일단 스피노자 써놓고 보면 뭔가 나오더라고요. 헤겔/쇼펜하우어/쉘링은 당연하게도 스피노자를 알면 모든 게 쉬워지고, 철학사가 아니더라도 인식론/자유의지할 때도 스피노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현대 형이상학에서 스피노자는 빼놓을 수 없는 철학자고요 (심지어 예전에 델라로카 인터뷰에서, The Parmendiean Ascent 에서 자신은 스피노자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는 것까지 봤습니다).
근데 또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그냥 적당한 입문서 하나 들고 들이받으면 뭔가 배우긴 배웁니다. 워낙 기하학적 방법론 쓰면서 하다보니 꼭 글의 플로우라던가 하는 것들을 읽을 줄 몰라도 이해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저도 책을 워낙 안 읽던 사람이라 처음 철학 진입했을 때 글의 흐름을 읽을 줄 몰라서 고생했는데,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정말 읽기 편하더라고요. 근데 그 와중에 엄청 반직관적인 주장을 많이 해서 생각할 것도 많고, 다른 철학에서 사람들이 직관적인 주장할 때 반대할 기반으로 스피노자를 잡고 시작하면 좋더라고요.
그냥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철학사를 해야될 것 같은데, 훑고 싶진 않아. 그럼 누구를 공부해야될까?"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께 스피노자를 추천해드려요 (철학사를 공부해야한다고 철학사 전체를 아우르는 입문서적을 읽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괜히 방대한 양을 훑으려다가 지루해서 포기하디고 하고, 훑기만 해서는 배우는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 철학자를 깊게 파면서 배우는 게 따로 있지요. 그래서 철학사 할 거면 꼭 한 번은 한 명만 깊게 파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스피노자를 공부할 때 그 철학사를 다 알 필요가 없어요. 데카르트 <법칙> §55-59 정도만 읽고 뛰어드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