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하실 때 선생님들은 보통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제가 석사 논문 준비할 때 학과 모 교수님께서는 인문학이나 특히 철학 논문 작성 할 때 접근 방법은 별로 의미 없다... 이공계 쪽에서 실험 설계하거나 그럴때나 작성하는거지 걍 대충 작성하거나 아니면 비워둬라 << 라고 말씀하셨던 분도 계시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논문계획서를 요구하는 모든 곳에서 형식적으로 "접근 방법"을 작성하는 란이 있던데... 비워두기가 막상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이걸 작성하려고 보면 너무 겉핥기식으로 작성하게 되거나 아니면 자세하게 적으려다가 사실상 논문의 본문 내용을 작성하게 되버리는 경우가 많네요 ㅠㅠ 뭐.. 1장에서는 무슨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거고... 2장에서는 어떤 레퍼런스를 가지고 a라는 개념에 대해서 규명해볼거고... 대충 이런식으로 작성 되는 것 같던데 사실 이런 내용들이 실제 논문의 작성과 거의 다름이 없다고 느껴져요.
선생님들께서는 접근 방법에 대해 작성하실 때 나름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팁 좀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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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방법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내가 논하려는 연구 주제를 어떤 시선에서 바라볼 것이냐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1) 어떤 개념과 연관관계 속에서 탐구하겠다거나, (2) 역사적 맥락을 반영해서 보겠다거나, (3) 기존에 많이 택해진 시선이지만 그 속에 내재한 구체적 문제를 지적하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쓰곤 했어요.
몇 가지 예시를 써보면 다음과 같아요.
지금까지는 X의 이론을 탐구할 때, X의 a 개념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는데, 나는 학계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X의 b 개념을 중심으로 X 이론을 탐구하려고 한다. 나의 시도에 따르면 X의 이론은 X의 a 개념을 중심으로 바라볼 때보다 b 개념을 통해 바라볼 때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이를 위해 b개념이 중심적으로 드러나는 X의 책 Φ 7장을 분석하고, 그것이 X의 이론 전체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Φ에 대한 인정받는 연구자 누구누구의 연구서와 논문을 참고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X의 이론을 탐구할 때, X의 이론이 발생하게 된 철학사(역사적) 배경이 무시되곤 했다. 하지만 X의 이론은 분명히 당대에서 발전된 유사한 a 이론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반박하며 탄생되었다. 나는 우선 a 이론을 분석하고, 그것이 X의 이론과 어떠한 접점이 있는지 탐구하고, 비교분석할 것이다. 이로써 X의 이론에 대한 더 distinct한 그림을 우리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a 이론에 관한 인정받는 연구자 누구누구의 연구서와 논문을 참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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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오래된 구분인데, 철학 연구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 합니다. 하나는 체계적(systematisch)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사적(historisch) 방법입니다. 체계적 방법이란, 철학 문제 자체와 대결하는 것이고 사적 방법은 어떤 철학 텍스트에 대한 주석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 둘은 반드시 같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중점에 따라서 크게 둘을 나눕니다.
앞서 sophisten님께서 말씀해주신 (1)은 체계적 방법에 해당하겠고 (2)는 역사적 방법에 해당하겠으며 (3)은 이 둘을 종합한 방법이겠네요. 모든 좋은 철학 작업은 (3)을 지향하게 되겠지요. 즉, 역사적으로 다른 철학자들의 작업이 어땠는지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 말입니다.
예컨대,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351b-357e의 해석을 목표로 하는 논문이라면 (1)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이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관련된 현대 철학의 맥락(이 경우에는 의지의 자유나 의지 박약 문제)을 살피면서 자연히 (2)의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반대로 거짓말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려는 연구를 진행할 때는 (2)에 속하는 작업이겠으나, 여기에서도 다른 철학자들의 문헌을 참조하고 비판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1)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좋은 논문이라면 (1)과 (2)를 다 하게 되지만, 철학적 연구 방법에서 (1)과 (2)를 유의미하게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문 계획서 작성 때 이 정도의 구분을 명시해준다면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더 쉽게 논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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