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행위자 인과(agent causation) 같은 걸 염두에 두는 게 아닐까 싶네요.
보통 인과라는 게 두 개의 사건 간에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데,
행위자 인과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선행하는 사건 없이 행위자 자체가 어떤 사건을 야기할 수 있는 인과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볼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현대 철학자로는 Roderick Chisholm 정도네요)
그렇다면 논증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겠죠.
S가 a를 했을 때, a를 한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S에게 있다면, 행위자인 S가 a를 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행위자 S는 그 자신이 어떤 행위의 원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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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S에게는 a를 한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없다.
이 논증은 말하자면 도덕적 책임이라는 게 행위자 인과를 받아들일 때에만 말이 되는 건데(전제1), 행위자 인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전제2) 도덕적 책임이라는 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겠네요.
전제 2는 그렇다쳐도 전제 1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도덕적 책임과 결정론의 문제를 보는 많은 양립론자들은 전제 1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군요. (위에서 말한 Chisholm은 제가 알기론 비양립주의-자유론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Joshua Greene과 Jonathan Cohen이 쓴 신경과학과 법체계에 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거기서 전통적인 응보주의적 법체계가 전제 1과 같은 가정 하에 세워진 것이라면서 비판했을 겁니다. 제시해주신 논증과 좀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논문이었던 것 같네요 (정확하진 않습니다 하도 오래전에 읽은 거라..)
아들 스트로슨의 논증이군요. 1을 공격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표적으로 비벨린, 파라 정도가 떠오르네요.), 보통 2를 공격을 많이 하고,
라는 질문을 하면서 반박을 많이 합니다. 애초에 자기원인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자기원인을 논하냐 이거죠. 클라크가 "Toward a Credible Account of Agent Causation"에서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반박입니다. (+지금 보니 잘못 적었네요. 스트로슨은 이 반박에 그렇게 크게 위협을 느낄 것 같지 않습니다. 자기원인은 이해가 될 수 없다고 하면 스트로슨은 도덕적 책임감이 더더욱 있을 수 없으니 좋아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