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선택의 결정론

저는 모든 인간의 선택이
그 사람의 과거, 기억, 환경, 유전, 성격, 사고 방식 등
"모든 인과의 총합에 따라 필연적으로 정해진다" 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어떤 말을 건넸을 때,
B는 여러 반응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B의 뇌는
자신의 과거 인과로부터 나온 결과값으로 반응할 뿐이며,
그 고민조차도 "과거에 의해 결정된 흐름의 일부"라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선택이라는 자유의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는 모든 행동은,
결국 "과거의 구조가 만든 결정된 반응"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결정의 구조는 단지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의 정보까지 포함하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0초 뒤의 미래를
실루엣처럼 볼 수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가 본 미래는 이미 결정된 길일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미래로 향할 수 있는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그 사람이 내리는 선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비춰진 미래의 정보를 모두 반영한 결과"이며,
그 모든 조건이 "이미 정해져 있던 흐름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걸 단순한 결정론으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선택의 과정 속에서
"자유롭게 고민하고 행동한다"는 감각을 분명히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유연한 선택의 결정론 이라 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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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이상하게 자유의지 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일단 작성자님은 양립가능론 (Compatibilism) 과 비양립가능론 (Incompatibilism)에 대해 얘기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양립가능론이란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양립가능하다는 것이고 양립불가능론이란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양립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양립가능론은 반 인와겐의 'The Incompatibility of Free Will and Determinism'에서 시작하시면 되고, 양립가능론은 Frankfurt의 'Alternate Possibilities and Moral Responsbility'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선택의 결정론에 대해서 논하셨는데...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잘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x를 느낀다고 x가 사실이 될 필요가 없는데, 왜 감각이 중요할까요? 제가 알기로 '자유로운 감각'이라는 주제는 현대 철학에서 잘 다뤄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철학사에서는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파고 싶으시다면 스피노자의 <에티카> 첫번째 파트, 그리고 야코비의 On the Doctrine of Spinoza 쪽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73-204쪽을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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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양립가능론이랑 비양립가능론은 사실 잘 몰랐는데, 이 기회에 한번 찾아보려고 합니다.

저는 철학적으로 깊게 배운 건 아니고,
그냥 자유의지라는 게 정말 있는 건지,
우리가 왜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는지를 혼자 고민하다가
‘유연한 선택의 결정론’이라는 개념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기계처럼 결정되어 있다고만 말하고 싶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람은 어쨌든 "고민하고 선택하는 느낌"을 분명히 경험하니까,
그 감각 자체도 결국 "과거의 인과로 만들어진 흐름 중 하나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감각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 감각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그 감각조차 결정된 결과라면
"자유처럼 보이는 선택은 어떤 구조를 갖는가?"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생각을 쌓아봤습니다.
여러 책을 추천해 주신거 같은데
제 관점에서는 어떤책부터 읽는게 제일 좋을까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식과 자유의지와 관계는 아직까지 그렇게 많이 발전된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Shepherd - Consciousness, Free Will, and Moral Responsibility 정도에서 좀 그 생각을 진행시킨 걸로 알고 있네요. 근데 일단 반 인와겐과 프랑크프루트부터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무작정 생각을 전개시킨다기보다는

와 같은 질문들을 왜 던지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질문을 답하면서 얻어내는 게 뭔지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철학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말이에요. 이런 질문을 답하다보면 철학이 아닌 심리학으로 빠지기 쉬워요. 그러니깐 심리학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유의 감각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철학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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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답변 드려야될지 너무 고민이...ㅠ
심리학적 충고와 짚어주신 조언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인와겐 부터 제 첫 인생 철학서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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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아직 매우 부족한 철학지식이지만 제 나름의 생각한 철학적인 관점이 한개 더 있는데 올려도 될까요? 사이트도 처음이다보니 조심스럽게 여쭙겠습니다...

여기에다가 댓글로 달아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1. 인간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구간으로 시간을 나누어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구분은 뇌가 느끼는 감각이며, 물리적 시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철학적 시점으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2.빛은 정지되어 있다
    우리는 세상을 빛으로 봅니다. 그러나 빛은 단순히 흘러가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 : 망원경에서 100광년 떨어진 별에서 출발한 빛은 우리의 눈에 100년전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망원경 근처에는 저희들이 일상으로 보는 매우극도로짧은 과거를 담은 빛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실시간이 아닌 빛이 매순간 갱신되는 정지된 과거를 보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의에 따라, 과거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빛이라는 물리적 매개를 통해 우리에게 도달한 과거의 정보 라는것 입니다.
    과거 = 정지된 빛
    3.현재는 뇌의 인식이다
    빛이 눈을 통해 들어오거나 물리적으로 접촉되었을때, 뇌는 그것을 뇌파의 자극으로 인식합니다. 이 '인식의 순간이' 바로 인간이 느끼는 현재 라고 봅니다.
    현재 = 뇌파로 인한 감각적 인식
    4.미래는 시뮬레이션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뇌는 끊임없이 미래를 생각하고 계산합니다 이 작용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인식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구조 라고 생각합니다.
    앞에 공이 날아오면(빛과 뇌파 반복), 우리는 다음 동작을 예상하고 회피한다.(미래)
    미래 = 뇌의 시뮬레이션
    따라서 인간이 느끼는 미래를 제외한 과거 현재의 반복 시간은 인식하는 최소 반응속도인 0.03초 라고 생각됩니다.
    5.정리
    과거는 빛이라는 매개가 눈을 통해 뇌에 들어와 형성된 정지된 정보
    현재는 그 빛을 인식하는 순간,
    미래는 그 빛을 기반으로 뇌가 실행하는 시뮬레이션
    저희는 우주적 시간 위에 존재하지만 그 시간을 느끼는 방식은 전적으로 인간의 뇌에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인식 철학인지, 인식론인지, 형이상학인지, 물리철학인지 먼저 제대로 정하셔야될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사이에서 너무 왔다갔다하네요.

일단은 Sider - Four Dimensionalism 챕터 2.1 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시간 이론을 형이상학으로 정리해놓은 건데요, 일단 여기서 시작해서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나가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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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의 철학적 망상일 뿐이라 두번 다 뚜렷한 느낌이 없는거 같기는 합니다.ㅠ 헌데 제 입장으로는 괜찮다는 느낌의 의견 2개 자체도 배움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제가 어느정도의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하는 자체적인 의문도 듭니다. 저는 어느정도의 수준인가요? 참혹한 답변이어도 좋습니다 더욱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일단 철학 자료들 읽어보시면서 생각을 키워보세요. 특히 철학 자료를 한 번도 안 읽어보셨다면 지금은 본인의 철학적 영감을 표현하는 단계보다는 습득해가는 단계같아요. 일단 갖고 계신 영감은 기억은 해두시되 잠깐 넣어두시고, 조금 더 철학적으로 성숙해진 후에 다시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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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일단 독서부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