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테일러,『윤리학의 기본원리』,「공리주의」요약

규범윤리적 체계란 도덕적 표준(무엇이 좋은 성격인가)과 행위의 규칙(무엇을 해야하는가)이 체계적으로 짜여진 집합이다. 이 장과 다음 장에서는 현대 도덕철학에서 가장 널리 논의되고 변호되는 두가지 규범윤리 체계, 공리주의와 칸트의 형식주의가 논의된다.

두 종류의 윤리체계

공리주의는 목적론적 윤리체계이며 형식주의는 의무론적 윤리체계이다. 목적론적 이론은 만약 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낳는다면, 또는 만약 모든 사람이 그 행동을 할 경우 좋은 결과를 낳는다면 그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한다. 의무론적 이론은 한 행동이 어떤 도덕규칙에 따르면 옳고 위반하면 그르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도덕규칙은 하나의 궁극적인 의무의 원리(이것은 도덕법칙이라고도 불린다)에 근거하는데, 이 원리가 밝히는 것은 어떤 도덕적 의무의 규칙이 한 종류의 행동에 적용되기 위한 일련의 필요충분조건이다.(=이 원리가 밝히는 것은, 어떤 규칙이 외부에서 부여된 강제적 규칙이 아닌, 도덕적 의무를 발생시키는 도덕규칙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또한 궁극적 의무의 원리는 인간이 추구해야할 구체적인 목표나 결과를 규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무론에서도, 어떤 구체적 행위가 도덕규칙이 금지하고 요구하는 행동유형에 속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구체적 행위의 결과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총을 쏘는 행위'가 '살인'이라는 행동유형에 포섭되는지 알기위해서는 총을 쏜 행위의 결과를 따져야한다. 그러나 일단 그 행위가 '살인'이라는 행동유형에 포섭된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목적론적 이론들과 달리 그 살인이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없이, 그 살인은 그른 행동이 된다.

공리주의 윤리학
공리주의를 비롯한 목적론 이론들의 기본원리는 옳은 것은 좋은 것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밝힌것처럼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은가는 그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밝히고,그 결과가 본래적으로 가치를 갖는 목적을 얼마나 달성하는지 알아봄으로써만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적 가치는 수단적 가치와 구분된다. 치과를 가는 것은 건강을 위한 수단적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건강이라는 가치는 어떤 다른 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갖고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것은 수단적 가치와 본래적 가치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를테면 신체의 건강은 쾌락이라는 본래적 가치를 갖는 목적을 위한 수단 또한 될 수 있다) 본래적 가치를 갖는 목적을 무엇으로 주장하냐에 따라서 공리주의는 세가지 변형으로 나뉜다. 쾌락공리주의, 행복공리주의, 이상적 공리주의가 그것이다.

공리주의 원리를 받아들인다면, 공리주의자는 개인적 행동의 옳음과 그름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먼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행동방향에 관한 모든 대안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그러고나서 각 대안을 선택할 때 뒤따를 결과를 계산한다. 이러한 계산을 할때 얼마나 많은 쾌락(또는 행복)이 자신의 삶에 그리고 나의 행위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초래될 것인가를 물어본다. 이러한 절차를 모든 대안에 다 적용하고 난 후, 여러 대안의 결과를 서로 비교하여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리주의 원리를 받아들이기 시작해 공리주의적 의사결정을 시작하고 나면, 모든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공리주의적 의사결정절차를 수행하는 것은 오히려 공리주의원리에 어긋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한된 지식을 가진 인간이 행위의 결과를 그때그떄 직접 예측하는 것은 번거롭고 오류가능하다. 따라서 삶의 모든 선택상황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공리계산을 시작하는 것보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인류의 누적된 상식을 이용하고 과거의 유사한 상황을 기초로 해서 선택하는 행위가 오히려 공리주의원리에 부합할 수 있다.

행위공리주의와 규칙공리주의

행위에 대한 도덕규칙의 기능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공리주의를 행위공리주의와 규칙공리주의로 나눌 수 있다.(지금까지 설명된 것은 행위공리주의이다) 공리주의 원리를 개별적 행위에 직접 적용하여 각각의 행위의 옳고 그름판별하는 것은 행위공리주의이고, 행위의 규칙에만 적용시켜서 행위규칙이 각각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규칙공리주의이다. 공리주의 원리를 행위규칙에 적용시키는 것은, 그 규칙을 모든 사람이 준수하였을떄, 그 규칙이 한 사회의 상식적인 도덕으로 적용되었을 때 제일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규칙을 타당한 도덕규칙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행위공리주의자가 무엇이 효율적인지에 관한 일반적 상식을 받아들이는 경우와는 다르다. 행위의 결과를 직접 예측하는 것이 번거롭지않고 오류발생의 가능성이 적을때는 행위공리주의자는 언제든지 일반적 상식과 규칙을 거스를 수 있다. 그러나 규칙공리주의자는 그러한 경우(예를 들면 나치군인에게서 유대인을 거짓말로 숨겨주는 경우)마저도 상식적인 도덕규칙을 지켜야한다고 말한다.(거짓말을 하는것은 옳지않다)

규칙공리주의는 행위공리주의의 비직관적인 난점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되었다. 똑같은 살인행위를 저지른 두 살인자를 예로 들어 보자. 한 사람은 증거를 남기지 않아 완전범죄에 성공하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은 증거를 남겨 괴로운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경우 똑같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한 사람은 잡히지 않아 순효용의 총합이 후자의 경우보다 크다. 그렇다면 행위공리주의자들은 전자의 경우가 더 도덕적으로 옳다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직관에 따르면 범죄행위가 검거되었는가 그렇지않은가의 여부는 범죄행위의 옳고 그름과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검거되지 않은 경우가 더 도덕적으로 나쁘다. 규칙공리주의에 따르면 두 범죄행위를 모두 그른것으로 판별할 수 있다. '살인은 가능하다'라는 규칙보다 '살인하지 말라'라는 규칙이 적용된 사회가 더 행복을 가져오므로, 살인이라는 행위는 도덕규칙에 위배되어 그르다.

그러나 몇몇 철학자들은 행위공리주의와 규칙공리주의의 모든 논리적 결과가 밝혀질 떄, 두 공리주의는 매우 비슷한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행위공리주의가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는 행위들은 규칙공리주의가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는 행위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행위공리주의는 올바른 행위라고 판정하는 것을 규칙공리주의는 그르다고 판정하는(흔히 그렇게 생각되는) 경우에서, 규칙공리주의자들 또한 그 행위들은 사실 도덕규칙의 위반이 아니라 정당한 예외, 즉 더 고차적인 도덕규칙에 요구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에서 얘기했던 나치군인에게 거짓말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실 그 경우는 '거짓말을 하는것은 옳지않다'라는 규칙과 '죄없는 사람ㅡ유대인ㅡ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라는 규칙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규칙중에서 어느것이 더 중요한지 판정해줄 수 있는 원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원리는 (a) '거짓말을 하지않는 것이 죄없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일때, 거짓말을 한다' 이거나 (b) '거짓말을 하지않는 것이 죄없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일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a)라는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는 (b)라는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보다 더 효용이 높을 것이므로 (a)라는 규칙을 따라야한다.

즉 특정 상황 Y에서는 규칙공리주의에서 도출된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행위(A)가 따르는 행위(B)보다 효용이 더 높고, (B)행위를 예외로서 허용하는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효용이 높을떄, 우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B)를 해야한다. 그러나 특정 상황 Y에서는 (A)를 한다'라는 새로운 규칙을 만듦으로써 결국 규칙이 위반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공리주의에 대한 옹호들

공리주의의 제창자들은 ''결국 도덕규칙들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상식적인 답변을 하는 이론이 공리주의라고 주장한다. 도덕규칙은 인간의 선택과 자유에 제한을 부과하고, 이러한 제한은 제한을 받는 사람에게 본질적으로 나쁘다. 그러므로 이러한 규칙은 다른 가치있는 목적(쾌락과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한다.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의 효용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라'라는 규칙은 그러한 목적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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