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 철학과 학부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국내 석사 진학을 계획 중이며, 해외 박사까지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학철학, 논리학, 논리철학 등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석사 진학 관련하여 다양한 분들의 의견 여쭙고자 글을 남깁니다.
현재 자대(한양대)와 서울대를 두고 고민 중에 있습니다.
자대 진학 시 기대되는 장점으로는 (i) 학석사 연계과정으로 진학하여 시간적 이익 (학사 3.5+석사 1.5년), (ii) 학비 부담 없음, (iii) 진학을 위해 준비할 것이 없음, (iv) 논리학 전공 타과 교수님의 간접적 도움 등이 있습니다.
자대 진학 시 우려되는 점은 (i) 관심분야 전공 전임교수 부재 (교수님 한 분께 석사까지는 지도 가능함을 확인받았음), (ii) 학계 인맥 부실, (iii) 수업, 연구 환경 부실, (iv) 학교 간판 차이 등입니다.
서울대 진학 시 기대되는 장점으로는 (i) 비교적 좋은 수업, 연구 환경, (ii) 학교 간판, (iii) 학계 인맥 등이 있습니다.
서울대 진학 시 우려되는 점은 (i) 입학 가능 여부, (ii) 마찬가지로 관심분야 전공 전임교수 부재, (iii) 학비 부담, (iv) 자대 진학에 비해 장기간 소요 등입니다.
제 주된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대생의 서울대 철학과 석사 진학 난이도가 어느정도인지?
관련 분야 전공 전임교수가 없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추후 학계 활동을 고려한다면 학계 인맥이 중요한지?
박사 진학에 있어서 석사 학교 간판이 큰 영향을 주는지?
서울대 진학이 자대 진학의 장점들을 포기할 만큼 메리트있는 선택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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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선배님들의 조언을 요청드립니다. 선배님들의 다양한 의견, 또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서울대도 한양대와 마찬가지로 별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것 같아요. (1) 석사 간판이 박사 진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2) 마찬가지로 석사 과정 2년이 학계 인맥 형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관심 분야 교수 부재가 요점인데, 서울대도 이를 만족하지 못하잖아요. 관심 분야가 확고하게 있으시다면, 관련 전공 교수가 있는 학교를 찾아보시는걸 추천드려요.. 그리고 대부분 대학원은 ta/ra 제도로 학비 충당 가능해요.
그런데 관심분야가 '수학철학, 논리학, 논리철학'인데, 왜 지도해주실 교수님이 없다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A의 X이론에 관해 공부를 하고 싶은데, A의 X이론을 공부하신 분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건가요? 석사과정은 A학자나 X이론이 속하는 영역을 공부하신 분에게 지도받는 등, 대강의 전공 영역만 맞아도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서 느슨하게 지도교수를 선택해서 진학하곤 해요.
제가 석사 진학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해서, ‘대강’, ‘느슨하게’가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지에 대한 감이 없습니다(ㅜㅜ). 곧 퇴임 예정이신 교수님들을 제외하면, 언어철학, 심리철학 등을 전공하신 분들은 계시는 것으로 확인이 되는데, 이러한 분야들도 아주 넓게 보면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학교를 옮길 만큼의 메리트가 있는 강한 연관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교수님이 안 계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본문에 작성한 관심분야 중에서도 수학철학, 수리논리학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그렇게 판단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학업"을 계속할 것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학업 외적인 것"에 대한 고려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언급하신 연구 환경, 학교 간판, 인맥 등의 학업 외적인 요소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라면 나의 철학공부와 연구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학업적 요소에 무게를 둔 뒤, 학업 외적인 요소를 고려해보면서 저울질 해볼 것입니다. 수학철학, 논리학, 논리철학에 관심있다고 하셨는데, 만약 질문자 분이 이 분야에 대한 뚜렷한 지향과 목표, 주제 등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있어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교수님들이 많고 관련된 수업이 열리는 학교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니라 흥미 정도의 수준이라면, 인접 세부전공을 포함하여 다양한 교수님들과 다양한 수업이 열리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 역시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안녕하세요,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확하게 캐치하신 것 같습니다. 학업 이후에도 학계 활동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로지 학업만 고려하여 관심분야와 가장 연관성이 큰 학교와 지도교수를 선택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어서 쉽지 않네요.
진학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석사를 정할 때 지도교수님보고 정했습니다. 지금 재학 중인 학교를 붙었을 때, 더 입결이 높은 학교가 결과가 안 나왔음에도 원서를 withdraw했었네요. 만일 미국 박사를 가시게 될 것이면 Writing Sample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고, Writing Sample을 잘 쓰기 위해서는 본인이 쓰고 싶은 주제에 맞는 교수님을 찾아가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박사 입시에 있어서 서울대와 한양대의 간판 차이보다는 Writing Sample의 퀄리티가 훨씬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잘 모르지만 수리철학 쪽이면 아쉽게도 전임 교수가 거의 없긴 하겠네요. 근데 이번에 석사 졸업한 후배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과학철학(쿤의 패러다임 이론)으로 석사 논문을 작성했는데 지도 교수님이 심리철학을 전공하신 분이었어요. 이런 케이스 꽤 있어요. 그리고 석사 과정은 그냥 박사 과정을 위한 step up 과정 이상의 의미가 딱히 없고, 국내 대학 어디에서 석사를 나왔는지는 정말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폭 넓게 살펴보세요. 잘 모르시겠으면, 관련 분야 전공하신 교수님께 그냥 메일로 연락드려보세요. 아무쪼록 좋은 결정 잘 내리시길 바래요.
누군가는 인터넷과 온라인 포럼을 잘 이용해 논리학을 독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원 진학보다 독학이 낫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수학 철학과 논리 철학은 공부한 적이 없지만, 여러 논리학 이론 중 의존 유형론(종속 유형론, dependent type theory)의 기초 내용을 2022년 초부터 2023년 초까지 무리 없이 독학했어요. 그 덕분에 다음 글에서 제가 언급한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성과는 논리학 연구와 무관하다고 말씀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이 개발 기여 경험 덕분에, 저는 논리학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증명 보조기를 활용하면서 집합론, 모형론[model theory], 증명론을 배울 계획입니다.
유형론[type theory]은 철학보다는 이론 컴퓨터 과학에 속하지 않냐는 물음에 답하자면, 수학에서의 유형론에 관한 철학 논문은 이미 많습니다.
지난해 12월에 고등과학원 수학 AI 및 형식화 워크숍을 주최하신 수학 교수님이 제가 여기에 오면 좋겠다는 전자 우편을 직접 제게 보내셨습니다. 증명 보조기를 이용하는 수학자가 많았다면, 제가 워크숍에 못 갔을 수도 있겠죠.
물론 증명 보조기와 논리학을 독학하는 일보다 학계 진출에 훨씬 더 유리한 방안은 증명 보조기로 논리학, 철학, 수학 이론 중 하나를 형식화하신 교수님이나 연구원의 지도를 받는 일입니다. 그다음으로 유리한 방안은 대학원에서 다른 철학 분야를 전공하면서 증명 보조기와 논리학을 독학하는 일이겠죠.
제 댓글의 취지는 '대학원 가지 말고 독학하라'가 아니라 '진학을 포기하더라도 연구를 시도할 방법이 있다'입니다.
독학으로 수리철학, 논리학, 논리철학 학계 진입을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엄청난 재능이 숨겨져있는 것이 아니라면요. 적어도 석사/박사 학위는 있어야 진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기여를 해야 학계진입을 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진지한 기여란 저널 출판 등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작성자분은 논리학, 논리철학, 수리철학에 관심이 있으시다고 했고, 증명보조기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명보조기를 통한 학계 진입을 위해서는 독학을 해야할 수도 있다"라는 말은 맥락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왜 그 얘기를 꺼내시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논리학으로 분야를 한정했습니다. 그리고 @Illogician 님이 증명 보조기를 언급하지 않은 점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논리학의 특정 이론이나 주제를 증명 보조기로 형식화하는 연구도 가능하고, 이 또한 논리학 연구에 속한다고 말하기 위해 제가 증명 보조기를 언급한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맥락과 유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비록 @Illogician 님이 증명 보조기를 이용하고 싶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지만요.
저라면 제 말의 취지를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더라도, 논리학을 연구해 논문을 게재하고 싶다면 독학을 시도하길 바란다.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그렇게 해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독학자는 당연히 저도 들은 적 없습니다. 하지만 증명 보조기를 이용한 논리학 연구의 경우, 그런 연구의 성과를 담은 논문을 한국 논리학자가 학술지에 게재한 사례도 들은 적이 없음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증명 보조기를 이용한 논리학 연구가 특히 더 도전할 만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음 학술지 논문을 덧붙입니다.
All results in this paper have been fully formalized in the Lean proof assist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