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현상

우리가 머릿속으로 청각정보 (음악 멜로디)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유용한 사실 같아보입니다.

청각정보는 꽤 구체적으로 표상되는 반면, 미각이나 촉각정보를 상상할때는 우리가 불러오고자 하는 그 감각정보 보다는 그 감각에 따른 반응이 불러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오렌지의 맛을 생각하면 오렌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미각 정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시다라는 반응과 혀가 아릿한 반응이 딸려오죠. 정확한 맛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촉각의 경우도 칠판에 손톱을 긁는 촉감을 떠올릴 때 손톱을 긁어서 나는 소리와 그에 따른 움찔한 반응이 상상되지 손톱을 긁는 촉감 자체가 상상되진 않습니다.

반면 청각은 다르죠

우리가 쇼팽 발라드 4번의 코다부분을 불러오고자 하면 그 부분이 정확히 들립니다.

칸예의 devil in a new dress를 불러올때도 마찬가지고요.

(주제에서 벗어난 말이지만, 가사가 있는 음악을 불러올때와 가사가 없는 음악을 불러올때도 그 느낌이 다른 듯 합니다. 이건 잘 모르겠네요.)

시각도 청각과 같은 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 촉각에 비해선 정확하죠..오렌지를 떠올리라고 하면 오렌지를 떠올릴 수 있으니.

정리하자면 시각, 청각과 미각, 촉각은 뭔가 다르다. 이 정도입니다.

인간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에 의존하는 주장이라 글이 조금 논리가 없어보이네요... 여하튼 나름 일리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된 생각이 있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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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있는 아이디어이지만, "정말로 그러한가?" 저한테 묻는다면 약간 의심스러운 지점들이 존재합니다.

(2)

우선 무엇인가를 맛 보는 것은 온전히 "미각"의 영역이 아닙니다.

(미각 자체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 매운맛은 촉각인가 미각인가?) 후각과 미각 그리고 혀와 구강 구조 내에서 느껴지는 식감(촉감)의 영역이 모두 작용하는 "복합 감각(multi modal)"에 가까워 보입니다.

오렌지 과일의 맛에서 오렌지의 상큼한 향과 물었을 때 알갱이가 뭉개지면서 과즙이 나오는 식감을 제외한 채, 온전히 신맛만 "맛"이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저한테는 협소해보입니다.

(그렇기에 오렌지의 맛을 오직 미각만으로 제한한다면, 그걸 다른 것과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피든 단풍이든 색만 보면 대충 다 빨강인 것처럼 말입니다.)

이 부분 역시 과학적으로 부정확합니다.
인간 몸 전체 피부가 동일한 촉각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손의 경우 굉장히 미세한 촉감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 따르면, 인간은 손의 감각만으로 최상층 분자만 다른 실리콘 웨이퍼를 구분할 수 있다 합니다.

(3)

저는 이렇게 느끼시는 이유가 언어에 따른 착시라 생각합니다.

대체로 인간의 자연 언어 속 단어들은 후각이나 촉각보다는 시각, 청각을 지칭하고 구분하는 단어들이 훨씬 더 풍부합니다.

그러다보니 분명 구분할 수 있는 감각임에도, 미각/촉각 등의 감각들은 시각-청각보다 둔탁하게 나누어지고 이는 다시 감각을 디테일하게 구분하지 않게 만드는, 그런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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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의견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Nonli님께서 제시하신 시각, 청각 vs. 미각, 촉각 상기의 차이는 꽤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 이러한 차이는 감각 자극이 지속적으로 주어졌을때 둔해지는 정도, 즉 피로도와 연관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가령 후각이나 촉각, 미각은 상대적으로 쉽게 피로해지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감각을 빠르고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들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구분하기 힘들다면 상기하기도 힘든 것이죠.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사진을 기억하기 힘든 것과도 비슷합니다.)

Mandala님의 의견 중 미각이 후각, 촉각(식감) 등이 결합된 복합 감각이라는 점, 손의 촉각이 매우 섬세하다는 점, 그리고 언어가 감각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언어의 한계가 우리의 감각 경험을 제한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점은, 감각을 상기하는 것과 감각의 예민함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감각을 상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감각을 상상이나 언어로 표현하기 전에 그 감각의 상기를 훈련할 만큼 충분히 오래 지속되는가, 그리고 피로와 같은 요인에 의해 쉽게 변하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한다면 감각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감각 상기 능력에는 개인차가 클 수 있으며, 훈련이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 뇌는 감각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감각 간의 상호작용이 상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주제는 뇌과학,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더욱 깊이 있게 연구될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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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서는 벗어난 말이지만, 작성자님께서 서술하신 가사가 있는 음악과 없는 음악의 인식이 다른 이유는 크게 두가지에서 비롯될 것 같습니다.

  1. 대부분의 현대 음악은(팝송을 비롯한 문자 그대로의 최신 음악), 전주를 먼저 제시한 뒤에 동일한 음악적 흐름에 가사를 끼얹는 방식으로 전개될 때가 많은데, 이로 인해 우리는 반복되는 음악적 구절(beat) 와, 목소리 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일종의 층으로 구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기에, 혼합된 음악적 요소는 뇌에서 조작하기 어려우나,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나 본인이 불렀을 때의 상황을 연상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2. 가사가 있는 음악은 대체로 반복하는 절의 길이가 짧으나, 가사가 없는 음악은 대체류 반복하는 절의 길이가 깁니다. 이 또한 앞에서 서술한 말과 맥락아 비슷합니다만, 저는 이에 대해 다시 주목하고 싶습니다. 대중 음악은 대체로 반복되나, 고전 음악(일부 가곡을 제외한) 은 대체로 호흡이 길고 다양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대중 음악의 반복되는 흐름은 대체로 기억하기 쉬우나,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 은 일부 구절이나, 자극적인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결부는 정확하게 떠오르기 힘듭니다. 물론 이는 애시당초에 두가지 유형의 음악의 길이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결론만 놓고보자면 경험적인 보고에 따르지 않더라도 시각과 청각은 뉴런이나 정보처리방식에서 굉장히 유사하고 다른 감각들과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뭐 경험적인 측면도 이런 기본적인 신경기저의 차이로 본다면 자명한 이야기일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imagery와 관련하여 후각이나 미각이 불가능한가 싶냐면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 미각이나 촉각 자체가 연구가 워낙 힘들어서 상대적으로 시각이나 청각, 후각에 비해 연구가 적지만 이쪽도 imagery와 관련된 연구가 있다는걸로 알아요. 또, 일화적인 사례지만 공감각을 가진 경우에 시각적인 신호를 통해 미각을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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