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해외연수 관련 정보

올해 Virginia 대학으로 장학을 받고 연수를 떠나게 됐습니다. 제가 겪은 일련의 과정을 떠올리며, 어떠한 방식으로 절차가 이루어지는지 짚으면서 추후에 지원하실 분들을 위한 정보 글을 올립니다.

연수를 위해서는 총 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a) 연수 대학을 선정하고, 그쪽 대학의 지도 교수와 컨택하여 지도 수락을 받기 (b) 각종 기관에서 선발하는 연수 과정에 선발되어 장학금을 받기 (c) 합격 후 비자 획득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떠나기. 과정 c는 복잡하고 스트레스 받는 과정이 동반되지만, 학술적 작업이 동반되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행정적 절차 과정이기에, 이번 글에서 생략하겠습니다.

1. 컨택(a)과 연수 지원(b)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지원한 연수장학은 컨택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여도 지원은 가능했습니다. 근데 이게 좀 복잡한 문제인게, (a) 컨택하여 수락을 받을 확률을 높이려면 자신이 연수 장학금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데, (b) 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연수 계획서에 왜 그 나의 연수가 나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연수 지도 교수와 교수의 소속 대학이 나의 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선 컨택부터 했습니다. 저는 총 5명의 연구자에게 컨택했습니다. 이하 괄호는 컨택한 교수의 소속 대학입니다. 한 명(Leiden)에게는 답변이 오지 않았고, 한 명(Southampton)에게는 연구년이라는 자동응답을 받았고, 한 명(Brown)에게는 더 이상 박사 지도 학생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이 왔고, 나머지 둘(New School 과 Virginia)에게 긍정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2. 어떻게 컨택했는가?

제가 보낸 컨택 메일은 대개 다음의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a) 나는 연수 장학을 통해 자금의 확보가 가능하기에 귀하의 학교에서 별도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 (b) 나는 당신이 그간 연구한 주제를 공부했고, 유사 주제로 박사 논문을 작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c) 나는 연수 이후 영미권 대학으로 아예 자리를 옮겨 새로 박사를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다. (d) 그렇게 될 경우 사사받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기에, 많은 연구자 중에서 당신에게 연락한다. (e) 그러니 나는 당신 밑에서 연수 동안 이러저러한 것을 배우고 싶다.

이 중에서 2번 항목을 증명하기 위해 CV와 함께 그간 발표한 논문들의 영문 abstract과 참고문헌을 첨부하여 보냈습니다. 당연히 외국어로 쓰신 논문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외국어로 쓰인 essay든 abstract이든 첨부하여 컨택하는 것이 원활한 논의 진행을 위해 좋습니다. 여기서 컨택 성공 여부가 갈리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3. 장학 선정의 쟁점?

모든 장학이 요구하는 서류가 동일하지도 않고, 평가 배점도 다르지만 제 경우를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상의 표가 제가 붙은 장학의 평가지표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a) 외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학업적 성과가 점수 항목이라는 점과 (b) 컨택을 완료하지 않고선 작성하기 까다로운 항목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신청자의 전공, 그간의 연구 …>와 <제안한 연수 …>를 보이기 위해서는 논문과 같은 외적인 성과가 없으면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는 <주요 연구 성과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너무 뻔한 말이지만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면, 논문이나 학회 발표를 해두시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연수 기관 및 환경 …>, <학업 및 연수 계획 …>은 가려는 대학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작성하기 힘듭니다. 저는 제가 컨택 완료한 교수가 제 연구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점, 그 교수가 소속되어 있는 대학이 제 전공분야 연구에 적합하다는 점을 적었습니다. 예컨대, 저는 제 지도교수가 Journal of Nietzsche의 편집장이었으며 Routledge 같은 권위 있는 출판사에서 관련 연구서를 썼다는 점, 그 교수의 소속 대학에 제 전공분야인 정치사회 철학 담당 교수가 많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그리고 토플이든 아이엘츠든 공인 영어 성적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장학 기관에서 공인 영어 점수를 원하기도 하고, 영미권의 대학은 행정 절차 과정에서 따로 공인 영어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4. 대부분의 연수 자금으로는 미국 생활은 불가능하다.

저는 비행기 값 200 + 월 200 x 12 = 2600의 돈을 받게 됐습니다. 다른 연수 장학도 거의 이 정도 선인 것으로 압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미국은 월 200 가지고는 생활이 안됩니다(제가 가는 버지니아의 경우 4인 share room 월세가 150만원 정도). 심지어 대학에서 연수/방문 학자로 등록하는 행정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이 있음을 요구하기도 하기에, 특히나 미국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연수장학금에 더해 모아둔 사비가 있거나 추가적인 장학금이 있어야만 합니다. 저의 경우, 다행히 한국 연구재단에서 다른 장학금을 또 받고 있는데,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도 현재 받고 있는 다른 장학이 해외 체류 과정에도 끊이질 않고 나오는지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두서 없이 적었는데요, 연수를 계획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면 좋겠습니다. 혹여 따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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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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