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록 선생님의 『목소리와 현상』과 김성도 선생님의 『그라마톨로지』의 번역은 꽤 훌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두 책은 데리다의 초기 저작이라 글이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쓰여 있어요. (데리다의 글쓰기가 『우편엽서』 같은 중기 저작부터 맛이 가기 시작하긴 하지만, 초기의 글들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읽을 만합니다. 심지어 후기의 『법의 힘』도 다른 프랑스 철학 책들에 비해서는 읽기 쉬워요.)
국내에는 꽤 괜찮은 데리다 해설서나 연구서들이 많습니다. 데리다를 거의 최초로 국내에 소개한 김형효 교수님의 연구서들도 (옛날 책들이라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미 상당히 훌륭한 수준입니다. 예전에 김보현 선생님의 데리다 해설서들을 훑어본 적이 있었는데, 저는 평이하고 교과서적으로 잘 쓰여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최근에는 김민호 선생님의 『데리다와 역사』라는 책이 좋은 평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외에도, 크리스토퍼 노리스, 제임스 스미스, 아즈마 히로키, 테드 제닝스, 존 카푸토, 마르틴 헤그룬드 등, 데리다를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한 다른 많은 철학자들의 글들도 이미 국내에 상당수 번역되어 있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대부분 읽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데리다의 사유는 꽤나 정형화되어 있어서, 몇 가지 주요 모티프를 파악하면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어느 대학원생(?)이 데리다 해석의 갈래를 정리한 이런 논문을 쓰기도 했더라고요. 참고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라캉은 제가 데리다만큼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지는 않아서 그다지 많이 알지는 못하는 인물입니다. 다만, 라캉의 저작 중에서는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이 일종의 입문서로 자주 읽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세미나 11』이 꽤 어려웠고, 오히려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는 않지만) On the Names-of-the-Father이라는 책이 생각보다 읽기 쉬웠습니다. 이 책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같은 라캉의 핵심 개념들을 포괄적으로 잘 소개해 주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캉의 사위인 자크 알랭 밀레와 라캉을 미국에 소개한 브루스 핑크가 라캉의 사상에 대한 권위 있는 연구자들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 사람들의 저작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핑크의 책은 국내에 몇 권 번역되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국내 저자 중에서는 강응섭, 김석, 홍준기, 백상현 선생님이 라캉을 열심히 소개하시는 것 같은데, 이분들의 글도 아직 저는 그다지 읽어본 적이 없네요. 다만, 백상현 선생님은 유튜브로 라캉 관련 강의를 많이 올려 놓으셔서, 군대에 있던 시절에 자주 들어보기는 하였습니다. 매우 평이하게 라캉을 소개해주셔서 유익하였습니다.
가장 쉽고 평이하게 읽히고 개략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것은 김석 교수님의 <에크리> 입니다. 알라딘: 에크리
대게 유명 저자의 해설서는 좋은 평을 받기 쉽지 않지만, 지젝의 <How to read 라캉>은 파격적인 구성과 함께 라캉을 쉽고 재밌게 설명합니다. 알라딘: HOW TO READ 라캉
다만 지젝의 라캉해석은 지젝 스스로 의도적으로 오독하며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아래 책에 있어 흥미롭게 읽었는데, 어느정도 알튀세르와 라캉에 대한 기본 개념만 있으면 아래 책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것입니다. 알라딘: 라캉 또는 알튀세르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라캉이 당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앞서 나온 브루스 핑크의 <에크리 읽기> 또한 많은 선생님께서 라캉 해설로 많이 추천도 하고 본 텍스트로 강의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난이도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맨위 두 도서에 비해서)
조금 전문적으로 가면 낭시와 라쿠라바르트의 아래 책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개론으론 권하지 않습니다.) 알라딘: 문자라는 증서
맨 위 두책을 읽고나면 라캉 발췌역인 <욕망이론> 또한 재밌게 접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라딘: 욕망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