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인과·역사이론의 난점들
ㅡ에번스의 비판과 다중기반이론
에번스는 이름의 지칭체가 재난이나 오류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a와 b라는 아기가 태어나 각각의 엄마가 그들에게 '짐'과 '잭'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러나 간호사의 실수로 그들이 뒤바뀌고, a는 b의 부모 집에서 '잭'이라고 불리면서 자라고 b는 a의 부모 집에서 '짐'이라고 불리면서 자라게 되었다.
크립키에 의하면 우리가 이름으로 특정 지칭체를 성공적으로 지칭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정한 지칭체에 이름을 처음으로 부여했던 경우(지칭기반)와 우리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 사이에 특정한 인과역사적 연쇄가 이어지기 떄문이다. 그러나 짐과 잭의 경우처럼 인과의 연쇄는 이어지지만, 이름의 지칭체가 바뀌는 경우가 존재한다.
데빗은 이러한 반례와 인과역사이론의 핵심아이디어를 양립하게 만들수있는 '다중기반이론'을 제시한다. 이름은 그것의 대부분의 사용들이 압도적으로 인과적 기반을 둔 지칭체를 가리킨다. a의 가짜 부모들은 어쩃든 a의 생김새를 알기때문에 a를 '잭'이라고 확인해줄수있으며, 주변사람들에게도 '이 아이가 잭입니다'라고 소개할 것이다. (비록 처음에 그들은 b를 '잭'이라고 불렀지만) 즉 그 지칭체를 분명히 특정해줄 수 있는 이름의 몇몇 사용들은 새로운 지칭기반, 이름붙이기로 간주될 수 있다. a와 b가 뒤바뀐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의 '잭'이라는 이름의 사용은 압도적으로 a에 기반을 둔 사용일것이다.[1]
ㅡ언어공동체의 의도
다중기반이론, 인과역사이론 의 주장과 달리, 어떤 이름이 무엇을 지칭하느냐의 문제에 있어 화자들의 의도가 중요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권위를 인정한 용법에 따라 이름을 사용하고자 의도할 수 있고, 그러한 의도에 따라 특정 지칭체를 성공적으로 지칭할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무덤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성경 속의 인물 모세의 무덤이라고 믿게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래서 그 무덤을 연구하는 고고학자들로부터 '모세는 x를 했다.' '모세는 y를 했다' 등등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래서 '모세'라는 이름의 사용은 그 무덤주인에 압도적으로 기반을 두었다.[2]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사실 무덤주인은 모세와 관련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경우 그들은 '모세'라는 이름으로 무덤주인을 지칭하지않고, '무덤주인은 모세가 아니다'라는 말을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세'라는 이름은 성경 속의 인물을 지칭한다는 것이 고고학자들이 권위를 인정하는 용법이기 때문이다.
ㅡ범주문제와 성공적 지칭의 필요조건
다중기반이론, 인과역사이론의 주장과 달리, 단지 이름의 사용들 사이에 인과역사적 연쇄가 있다는 사실은 이름의 성공적 지칭을 보장하지 않는다. 화자가 그 연쇄와 연결되었더라도, 화자가 이름을 성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자는 이름을 사용하는 용법에 관하여 심각한 혼동이 없어야한다.
1.아서왕은 '아니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나는 '아니어'라는 이름을 어쩌다가 아서왕이 묻힌 장소의 이름으로 알게 되었다. 이 경우 내가 '아니어는 푸르고 멋진 장소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했을떄, 나는 아니어라는 이름으로 아서왕의 아들을 지칭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름을 성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개별화시키는 범주개념('인간' '장소' 등등)과 연관되어야 한다.
2. 루이 13세로부터 내려오는 인과역사적 연쇄를 통해서 나는 '루이'라는 이름을 듣게되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심각한 오해를 하게 되었고, '루이는 농구선수였다'라고 말하게 됐다고 하자. 이 경우 범주오류는 없지만, 여전히 '루이'라는 이름으로 '루이 13세'를 의미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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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즉 '잭'으로써 a를 지칭하기 시작한 사건과 연결되는 지칭의 수>>>b를 지칭하기 시작한 사건과 연결되는 지칭의 수
[2]즉 모세로써 무덤의 주인을 지칭하기 시작한 사건과 연결되는 지칭의 수>>> 모세로써 성경 속 인물을 지칭하기 시작한 사건과 연결되는 지칭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