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응이론과 진리제조기

그냥 요즘 드는 생각인데, 크리스마스라 적적하기도 해서 올려봅니다.

상응이론 (Correspondence theory) 과 진리제조기 이론 (Truthmaker Theory) 은 언뜻 보면 굉장히 비슷해보입니다. 일부 철학자들은 이 두 이론들이 완전히 같다고 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 이 두 이론은 조금은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Merricks - Truth and Ontology Ch1에서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이 포스팅은 메릭스의 주장을 조금 더 전개한 정도입니다)

상응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A proposition p is true iff the proposition corresponds to the fact of matter.

그러니깐 상응이론은 참인 명제의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제가 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것이지요. 진리제조기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For every true proposition p, there is a truthmaker x in the world that makes p true.

진리제조기 이론이 말하는 것은, 어떤 참인 명제도 그 명제를 진리로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maximal Truthmaker thesis입니다. 모든 명제가 진리제조기 (Truthmaker)가 있다고 하니깐요.). 이 경우에는 참인 명제들은 자신들의 진릿값을 기반해주는 진리제조기 (truthmaker)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두 이론이 굉장히 비슷해보이는 이유는 진리제조기 이론의 관함 (aboutness) 때문입니다. 진리제조기 이론은 모든 명제의 진리제조기가 명제가 관한 것이어야한다고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신이 있고, 신의 의지로써 윌이 메리에게 뽀뽀를 한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윌이 메리에게 뽀뽀를 했다> 라는 명제의 진리제조기는 신의 의지가 아닌 메리에게 뽀뽀를 하는 윌입니다. 신의 의지는 <윌이 메리에게 뽀뽀를 했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만들지만, 신의 의지가 진리제조기는 아닙니다. 마치 상응이론에서 <윌이 메리에게 뽀뽀를 했다>라는 명제가 참인 것이 윌이 메리에게 뽀뽀하게 하는 신의 의지가 아닌 것처럼요.

이 둘의 차이점은 상응이론은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양면적 (two-directional)이지만, 진리제조기 이론은 일면적이라는 것이 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상응이론은 명제가 사실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명제가 사실이라면, 세상에 상응하는 사실이 있다, 정도로만 말을 하지요. 진리제조기 이론은 세상에 무언가가 이 명제를 만들어주고, "이 명제가 왜 진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correlation/causation의 차이를 기반의 개념에다가 적용을 한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상응이론이 진리제조기 이론보다 더 일반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면 상응이론은 둘이 correlate한다만 보여주고, 진리제조기는 correlation을 넘어서 기반성까지 보이니깐요. 그러니깐 진리제조기 x가 p를 참으로 만든다면, 그 p는 세상과 상응하는 명제가 되겠습니다. 반면 진리제조기가 더 많은 commitment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p가 상응하는 사실이 있지만 p를 진리로 만들어주는 진리제조기 x 는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경우에는 p가 상응하는 사실이 p를 기반하지는 않는 그런 상태겠습니다. 물론 그런 p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렇게 보면 상응이론과 진리제조기 이론은 참 같아보이면서도 다른 것 같습니다. 신중하게 생각을 해본다면 진리제조기란 상응이론과 더불어 commitment on grounding relation을 요구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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