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옛날에 수학 싫어! 라고 했던 철학과 학부생입니다.
이번 학기 어쩌다 보니 철학 수업으로 Set Theory를 듣게 되었습니다. 역시 처음에는 아무리 수업을 듣고 필기를 해봐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교수님을 따로 뵈어 설명 듣기를 반복하면서 (거의 어린이 맞춤 수업수준...) 정말 모르겠던 개념을 이해했을 때, 정말 굉장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아, 이래서 수학을 하는구나, 하고 수학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또 지금까지 제가 수학을 싫어했던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수학을 이해가 아닌 암기로 접근했고, 그 접근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았죠.
여러모로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수업인데, 그 중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제가 스스로 사고하는 방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은 교수님께서 Axiom을 설명하시고 저희가 그 Axiom에 관련된 예제를 증명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증명된 것을 볼 때는 이해가 가는데, 스스로 증명을 해보라고 하면 도저히 손을 대지 못했어요. 나중에 교수님이 설명하신 것을 보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이 들었던 점은 이런 일이 수학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었다는 거에요. 코딩수업을 할 때도, 짜인 코딩을 보면 왜 이렇게 짜였는지는 알겠는데 혼자서 짜라면 못하겠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다른 사람들이 요약하거나 감상을 써놓은 것을 보면 감탄하고 그렇구나! 하는데 스스로는 생각하고 써내질 못해요. 절망적이게도 철학 관련 서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오랜 시간 수동적인 학습방법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 답안지나 해설지 보는 습관이 원인인 것 같아요. 두려움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제가 틀릴까 봐, 무언가를 빠뜨릴까 봐, 잘 못 할까 봐, 증명을 하든 감상을 쓰든 요약을 하든 스스로 하는 것을 시작 못 하겠어요. 토론할 때도 의견을 내기 어려워요. 제 주장이 있는지 의문일 정도에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비판이 아니라 납득이 될 때가 많아요. 여러 대립하는 의견 중에 어디로 기울지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워요.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도요. 저는 늘 감탄하고 수용하기 바빠요. 이런 수동적인 학습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어요. 방법을 모르겠어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조차 너무 수동적인 것 같지만 (ㅠㅠ), 혹시 능동적인 생각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이 있을까요?